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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직장 옛말, 이탈 가속화"…국책은행 2천명 거리로 나온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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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요약

산업은행·기업은행·수출입은행 3개 국책은행 노조 지방이전 반대 단체행동 돌입
지난달 광화문서 대규모 집회 연 NH농협지부, 한창민 의원에 지방이전 반대 의견서 전달
예금보험공사, 지방이전 반대 정책 토론회·서민금융진흥원도 사원 대상 지방 이전 설명회

'지방이전 반대' 3대 국책은행 노조 공동집회. 연합뉴스'지방이전 반대' 3대 국책은행 노조 공동집회. 연합뉴스
한국산업은행·IBK기업은행·한국수출입은행 등 3대 국책은행 노동조합이 지방이전에 반대하며 집단행동에 돌입했다. 11일 2천여명이 참석한 대규모 집회를 연 데 이어 파업도 고려하고 있어 정부와 마찰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투쟁' 머리띠 두르고 거리로 나온 신의 직장인들

정부가 2차 공공기관 이전 대상을 물색하고 있는 가운데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는 금융권 공공기관들이 단체행동을 본격 시작했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산업은행과 기업은행, 한국수출입은행 등 3대 국책은행 노조는 전날인 11일 저녁 7시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사 앞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었다.

2천여명의 국책은행 노조원들은 사원증을 목에 걸고 가방을 든 평범한 퇴근길 차림이었지만 손에는  '단결 투쟁'이 적힌 붉은색 머리띠와 구호가 적힌 팻말이 들려 있었다. 이들은 각 노조 지부가 미리 준비한 음식으로 간단히 저녁 식사를 마친 뒤 국회 쪽을 향해 큰 소리로 지방 이전 반대 구호를 외쳤다.

금융노조 기업은행지부 류장희 위원장은 "이재명 후보가 대선을 치르면서 국책은행의 특수성에 대해 공감하겠다고 했지만 지금 그 공감대는 사라졌다"며 "잘못된 정책과 맞서 싸우는 정의와 용기가 필요한 때"라고 지적했다.

금융노조 한국수출입은행지부 정은주 위원장은 "한국수출입은행이 올 한해 정부 앞으로 한 배당 금액이 5천억원에 달하고 3개 국책 은행을 모두 합치면 2조원에 육박한다"며 "정부 입장에서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인데, 황금을 더 얻겠다고 거위의 배를 가르려 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정책 금융의 최전선에서 산업을 육성하고 국가 위기 상황 안전판 역할을 해야 하는 국책 은행은 반드시 서울에 있어야 한다"며 "10만 노동자들과 연대로 지방 이전을 반드시 막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집회에는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현정 의원과 사회민주당 한창민 의원도 함께 했다. 김 의원은 "금융의 본질인 네트워키인데 글로벌 금융사와 외국 공관들이 모두 수도권에 집중해 있다"며 "지방에 필요한 건 국책은행 본점이 아니라 낮은 금리의 정책 자금 지원"이라며 지방이전 반대에 연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한창민 의원 역시 "정무위원으로서 3대 국책 은행의 지방 이전이 졸속으로 밀실에서 진행되고 있는 비 민주적 행태를 용납하지 않겠다"고 노조에 힘을 실었다.

한편 금융노조는 임금과 4.5일제를 둘러싸고 산별교섭이 결렬되면서 다음달 4일 파업에 돌입한다. 노조는 지방이전 문제까지 포함해 투쟁 전선을 넓힌다는 계획이다. 12일 산하 43개 지부 조합원을 대상으로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진행하는데, 가결 가능성이 높다고 노조측은 예측하고 있다.

"시중은행에 연봉 역전, 직장까지 지방으로 이전하면 이직률 더 높아질 듯"

연합뉴스연합뉴스
전국금융산업노조는 앞서 2월부터 지방 이전 공동대응 TF팀을 꾸리고 국토교통부와 면담을 진행하며 지방 이전 반대 의사를 정부에 꾸준히 제기해 왔다.

노조 관계자는 "국토부 내에서도 부처가 결정할 수 있는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는 분위기"라며 "면담 때에도 공공기관 이전 사실만 확인했을 뿐 구체적인 이전 계획은 깜깜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노조 관계자는 "총리실과 국토부, 청와대 극히 소수가 지방 이전 이슈를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사명감으로 버티고 있는 직원들에게 하나 남은 복지인 서울의 직장마저 잃어버리면 국책은행들 직원 이탈이 가속화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높은 연봉과 안정성으로 과거 '신의 직장'으로 불렸던 국책 은행은 시중은행과의 연봉 격차와 지방 이전 이슈까지 더해지면서 인력 유출이 해마다 늘고 있다. 실제 지난해 기업은행 이직률은  3.75%로 지난 2021년 1.35%에 비해 3배 가까이 늘었다. 산업은행은 2.25%에서 5.3%로 증가했고, 수출입은행 역시 1.95%에서 3.35%로 크게 늘었다.

금융노조 관계자는 "본사를 지방으로 이전한다는 이야기가 나오자 어떤 직원은 이전할 바에 돈이라도 더 받자고 해서 이전하려는 지역의 사기업으로 연봉을 높여서 이직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국책은행 노조가 본격적인 지방이전 반대 행동에 돌입하면서 다른 금융사 노조들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예금보험공사 노조는 전날 서울 중구 예보 본사에서 지방이전 반대 정책 토론회를 열었고, 서민금융진흥원 노조도 사원들을 대상으로 지방 이전 관련 설명회를 진행했다.

지난달 말 광화문에서 대규모 집회를 연 NH농협지부는 국책은행 노조와 연대하는 한편, 총파업을 포함한 강경 투쟁도 고려하겠다는 입장이다. NH농협지부는 전날 집회에서 사회민주당 한창민 의원에게 '지방이전에 따른 서대문구-중구 지역경제 영향 우려'라는 제목의 의견서를 전달하기도 했다.

NH농협지부 관계자는 "서대문 일대 농협 타운은 지역 경제의 핵심 업무, 소비 거점"이라며 "지역균형발전을 이유로 점농협 법인들을 이전시킨다면 상주인원 기준 연간 최대 360억 규모의 고정 소비수요가 이탈해 이 지역의 공동화를 초래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정부는 이르면 9월 2차 공공기관 이전 로드맵을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6월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공기업 지방 이전은 준비하고 있고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최대한 이전하겠다"며 "저번처럼 분산시켜 놓으니까 집중 효과가 떨어졌다. 이번에는 몰아서 보낼 생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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