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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딸, 엄마 왔어" 유리벽 너머 눈물만…26년만에 극적 상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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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12-29 0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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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년 헤어진 지적장애 딸 만나…"다시 행복하게 지내고파"
경찰 실종수사팀, 무연고자 온라인 조회로 신원 확인

연합뉴스연합뉴스
"애리야~ 엄마 왔어."

27일 오후 부산 한 요양병원.

이날 병원 비대면 면회실에서는 26년 만에 극적 상봉한 딸과 어머니의 울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어머니 조미화(63)씨는 지적장애로 요양병원에 있는 딸 서애리(42)씨의 손 한번 잡지 못한 채 애꿎은 유리벽만 만져댔다.

흐르는 눈물은 훔치던 어머니는 20여년 만에 딸의 이름을 불렀고, 이에 응답하듯 서씨는 소리를 지르고 손뼉을 치며 기쁜 내색을 드러냈다.

이들은 26년 동안 만나지 못한 한을 풀듯 한동안 서로를 바라보며 흐느꼈다.

어머니 조미화씨는 자꾸만 흘러내리는 눈물을 닦으며 "항상 가슴 속이 딸 생각으로 가득했다"며 "몸도 성치 않고 말을 하지 못하니 제대로 살고 있을지 너무 걱정됐다"며 간신히 말을 이어나갔다.

이들을 위해 특별히 허용된 이 날 비대면 면회는 애석하게도 이렇게 30여 분만에 끝이 났다.

도대체 이들은 어쩌다 헤어지게 된 것일까.

서애리 씨가 실종된 것은 정확하지 않으나 1995년 즈음으로 추정된다.

평소 지적 장애를 앓던 서씨는 특수학교에서 기숙 생활을 하고 있어 집에 없던 적이 많았다.

당시는 부모님의 사정으로 서씨와 네 살 아래 남동생은 할머니 아래에서 자라고 있을 때였다.

그런데 어느 날 서씨의 행방이 불분명한 것을 가족들이 알게 됐고, 당시 실종 신고 시스템도 제대로 없던 때라 가족들은 애만 태웠다.

동생 서용승(39)씨는 "지적 장애인 누나가 특수학교 등 여러 곳을 다니다 보니 항상 어디에 있는지 정확히 파악하기 어려웠고 어느 순간 행방이 묘연해졌다"며 "다들 형편이 좋지 않았고 신고 체계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가족들 모두 누나를 찾을 수 있다는 생각조차 못 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어머니는 당신 때문에 딸이 아프고 힘들어졌다며 항상 자책하곤 하셨다"고 전했다.

그리고 20여 년이 지난 어느 날 가족 관계를 증명하는 서류를 뗄 때마다 용승 씨는 서류상에만 존재하는 누나가 어딘가에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이후 제 손으로 찾아 나서야겠다고 결심했고 지난해 5월 경찰에 실종 신고를 했다.

신고를 받은 서울경찰청 실종수사팀은 본격적인 수사에 나섰다.

경찰 관계자는 "무연고자에 대해 온라인 조회를 하던 중 서씨를 발견했지만, 서씨가 사회복지시설에서 새로운 생년월일을 부여받은 상태라 확인이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서씨가 다니던 특수학교에 가서 사진 등 자료를 확보한 결과 모친과 생김새가 비슷해 주시하고 있었다"면서 "이어 유전자를 채취해 대조한 결과 친자임을 확인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지체 장애를 앓던 서씨는 정부 혹은 민간 후원인들의 지원을 받으며 강원도, 경북 등 전국에 있는 시설을 떠돌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서씨를 지원해온 변정섭 부산복지중앙교회 목사는 "평소 어려운 이들을 도와오던 지인이 개인 사정으로 서씨를 맡아 줄 수 없냐 물어 3개월 전부터 보호하게 됐다"며 "어려운 과거 때문에 헤어졌던 가족들이 이번 기회에 만나게 돼 기쁘다"고 웃었다.

서씨 가족은 앞으로 어떻게 지낼지 계획을 세워나갈 예정이다.

어머니 조미화 씨는 "코로나19 사태에다 딸의 몸이 좋지 않아 당장 함께 지내기는 어려울 수 있겠지만, 다시 행복하게 살고 싶다"며 "아직 가족을 못 찾은 사람이 얼마나 많겠나. 꼭 다들 만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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