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인건 간송미술관장(가운데)이 15일 오후 서울 성북구 성북동 간송미술관에서 열린 '간송의 보물 다시 만나다, 보화수보' 전시 기자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인건 간송미술관장이 최근 논란이 된 국보 경매 출품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전인건 간송미술관장은 15일 서울 성북구 간송미술관에서 열린 전시 '보화수보(寶華修補)' 간담회에서 "국보를 경매에 출품할 땐 팔을 끊는 심정이었다. 굉장히 뼈아팠다. 앞으로 소장품을 경매에 내놓는 일은 없을 것이다"고 못 박았다.
그는 "다른 미술관과 달리 모기업이나 특별한 수입원이 없다"며 "2018년 부친(전성우 간송미술문화재단 이사장)이 별세한 후 상당한 비용이 들었다. 지정문화재(국보·보물)는 상속세를 내지 않지만 (간송미술관이) 지정문화재만 소유하고 있는 게 아니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간송미술관은 지난 3년간 불교 문화재 4건을 경매에 출품했다. 2020년에는 보물인 '금동여래입상'과 '금동보살입상'을, 지난 1월에는 국보인 '금동삼존불감'과 '금동계미명삼존불입상'을 내놓았다.
권우 매헌선생문집. 간송미술관 제공 전 관장은 "그동안 서화와 도자 문화재에 집중해왔기 때문에 불교 문화재를 경매에 출품했다"며 "부채를 해결하지 않으면 미래를 기약할 수 없어 내린 결정이었다. 다행히 경영 상태가 점점 안정되고 있어 소장품을 경매에 내놓는 일은 더 이상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4건 모두 유찰됐다. 유찰된 후 보물 2건은 총액 30억 미만의 금액으로 국립중앙박물관이 구입했다. 국보 2건 중 '금동삼존불감'은 블록체인 커뮤니티 '헤리티지 다오'(DAO)가 사들인 뒤 지분 51%를 간송미술문화재단에 기증했고, '금동계미명삼존불입상' 역시 간송가가 보유하고 있다.
그는 "금동삼존불감 소유권 관련 서류 절차가 마무리되면 간송미술문화재단과 헤리티지 다오 공동 소유가 된다"며 "수장고에 보존되어 있는 금동삼존불감은 추후 전시에서 공개하겠다"고 말했다.
김홍도 낭원투도. 간송미술관 제공 대체불가능토큰(NFT) 등 신기술을 활용한 사업에 대한 의지도 확고히했다.
전 관장은 "지난해 시도한 훈민정음 해례본 NFT는 글로벌 팬 커뮤니티를 조성하는데 필수적인 도구"라며 "문화재 보존·연구·교육이라는 중심축은 유지하되 신사업으로 뉴욕 구겐하임미술관, LA카운티미술관(LACMA) 같은 명소로 거듭나겠다"고 말했다.
한편 '보화수보-간송의 보물 다시 만나다' 전시는 오는 16일부터 6월 5일까지 간송미술관 보화각 전시실에서 열린다. 성북동 간송미술관에서 전시를 여는 건 8년 만이다. 그동안 팬데믹과 수장고 신축공사로 휴관 상태였다.
이번 전시에서는 소장품 가운데 문화재청의 '문화재 다량소장처 보존관리 지원사업'을 통해 보존 처리된 작품 150건 중 8건, 32점을 선보인다.
신사임당 포도. 간송미술관 제공 유일본인 권우의 문집 '매헌선생문집' 초간본과 안견의 '추림촌거', 신사임당의 '포도', 심사정의 '삼일포' 등 30점의 명화가 수록된 '해동명화집' 등을 감상할 수 있다. 한시각의 '포대화상', 김홍도의 '낭원투도', 장승업의 '송하녹선'도 새롭게 복원된 모습으로 관람객을 만난다.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식 시립미술관인 보화각은 이번 전시를 끝으로 보수 정비에 들어간다. 홈페이지에서 사전 예약 후 무료 관람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