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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수완박 법안 급했나…위헌 조항에 사법 체계 충돌 곳곳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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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뿐 아니라 변호사·학계도 의견 수렴 없이 졸속 추진 비판
민주당 내부도 위헌 소지, 법 체계 모순 인정
민주당 관계자 "원래 기본법은 함부로 손 안대…후속 법안 정비 필요"

18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 긴급 전국 고검장회의 알림판이 세워져 있다. 박종민 기자18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 긴급 전국 고검장회의 알림판이 세워져 있다. 박종민 기자검찰 수사권 폐지를 골자로 하는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에서 수사의 주체인 검사를 경찰로 바꾸면서 곳곳에 위헌 조항과 현재 형사 사법 시스템과 충돌하는 조항이 등장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검찰 뿐 아니라 변호사나 학계에서도 더불어민주당이 법안 통과 시점만 목표로 삼고 의견 수렴 없이 졸속으로 법안을 만들다보니 이러한 문제점이 생긴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검수완박 법안, 곳곳에서 형사 사법 시스템과 충돌

검수완박 법안인 형사소송법(형소법)과 검찰청법 개정안을 살펴보면, 두 법안에서 검사의 수사권 폐지만 없애다보니 현재 형사 사법 시스템과 충돌되는 부분이 다수 발견됐다. 우선 검사의 수사 권한으로 남겨 놓은 경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검사에 대한 수사 부분이다. 검찰청법 개정안 제4조(검사의 직무)에 따르면 경찰공무원의 직무에 관한 범죄와 공수처 소속 공무원 직무에 관한 범죄에 대해서는 검사가 수사할 수 있게 했다. 하지만 민주당이 발의한 형소법 개정안 제200조, 제201조 등에 따르면 검사는 경찰이 영장을 신청할 경우에만 영장을 청구할 수 있게 했다. 검사가 자체적으로 영장을 청구할 수 없도록 만들었다.

검사가 경찰의 범죄에 대한 수사를 할 수 있게 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무의미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웅석 한국형사소송법학회장은 "검사에게 자체 영장 청구권이 없어 강제 수사의 주도권이 경찰에게 있는데, 수사 초기 단계에서 어떻게 경찰을 수사할 수 있겠느냐"면서 "아마 '경찰공무원 직무범죄의 인정 여부'에 대한 검사와 경찰 간 공방만 오고 갈 것"이라고 지적했다.

검사가 경찰이나 공수처 검사를 수사할 때에도 문제가 생긴다. 검사가 예외적으로 경찰이나 공수처 검사를 수사할 때는 검사를 경찰로 간주해야 한다는 개정안 조항 때문이다. 이에 따라 경찰을 수사하는 검사는 '또 다른 검사에게' 영장을 신청해야 한다. 경찰을 수사할 때 검사는 검사가 아닌 셈이다. 이때 어떤 검사에게 영장을 신청할 지도 정해지지 않았다.  

전속고발 사건의 경우에도 공백이 생기게 된다는 우려가 나온다. 국가인권위원회법, 독점규제법, 국회증언감정법 상 검찰총장에게 고발하거나 국회 및 인권위원장이 검찰총장에게 수사를 명하고 보고 의무를 부과한다. 그러나 검수완박 법안이 통과돼 아예 검사의 수사 권한이 사라진다면 당장 이에 대한 수사는 누가 할 것인지 논의조차 되지 않았다. 참여연대 공익법센터 소장을 지낸 법무법인 이공 소속 양홍석 변호사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런 식으로 검찰, 검사가 수사를 할 수 있음을 전제로 만들어진 규정들이 산재하고 있는데 형소법만 졸속으로 개정해 형사 사법 시스템만 꼬이게 만들었다"고 꼬집었다.

여환섭 대전고검장. 박종민 기자여환섭 대전고검장. 박종민 기자

"기본법 바꾸는 건 주춧돌 바꾸는 건데"…민주당 급했나 

아예 위헌으로 볼 수 있는 조항도 눈에 띈다. 개정된 형사소송법 제217조 2항(영장에 의하지 아니하는 강제처분)은 사법경찰관이 제1항 또는 제216조 1항 제2호에 따라 압수한 물건을 계속 압수할 필요가 있는 경우에는 지체 없이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해야 한다고 적시했다. 원래 주체가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였는데 검사가 삭제되면서 경찰이 영장을 청구하도록 바뀐 것이다. 헌법 제12조 3항과 헌법 제16조에는 체포·구속·압수 또는 수색, 주거지 수색을 할 때는 '검사의 신청에 의해 법관이 발부한 영장을 제시해야 한다'고 규정돼 있는데, 이와 배치된다.

무엇보다 검수완박 법안이 민주당이 발의한대로 실행될 경우 경찰 수사에 불복하는 당사자들의 권리 구제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지난해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인해 6대 범죄 이외 일반 형사 사건은 경찰이 수사를 하고 검찰이 크로스체크(Cross-check)를 하는 구조가 됐다. 검사는 6대 범죄 수사 이외 사건에 대해 경찰에 보완수사 요구나 재수사 요청, 시정조치를 요구를 할 수 있었고, 이 마저도 해결이 되지 않을 경우 송치 요구권이 있어 사건을 넘겨 받아 수사할 수 있었다.

정웅석 회장은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1차 경찰, 2차 검찰 보완수사 요구나 시정조치 등을 하고 그런데도 수사가 제대로 안 되면 송치를 요구해서 그때서야 검사가 수사를 했다"면서 "최후에 수사할 수 있는 권한만 준 건데 그것마저 없애버리는 게 서민들에게 과연 도움이 되느냐. 검수완박 법안은 인권 보호 장치 박탈법"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법조계에서는 민주당이 이렇게 검수완박 법안 개정을 서두루는 것이 문제라고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여환섭 대전고검장은 전날 CBS 한판승부에 출연해 "형사소송법은 기본법으로, 국민의 기본권과 관련되기 때문에 기본법이라고 한다"면서 "외국 같은 경우 기본법을 개정하려면 학계와 시민단체들이 와서 10년 20년 간 토론하고 개정하는데, 이걸 우리는 지금 2주 만에 갑자기 개정하겠다고 하니 당황스러운 것"이라고 밝혔다.

장애인·아동 범죄 피해자를 공익 변호해온 김예원 장애인권법센터 변호사는 "공판에서 변호사 범죄자를 이기려면 그 앞에 수사가 제대로 이뤄져야 하는 게 당연한 전제"라면서 "아무리 경찰이 뛰어나고 잘한다 해도 검찰이 보완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은 당연히 차이가 난다"고 했다. 그러면서 "검수완박 법안은 ①범죄자는 늘어나고, ②기소는 줄어들고, ③피해자는 억울하고. 이 세 마디로 요약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당 관계자는 형소법 217조의 위헌 문제에 대해 "법사위 논의 때 수정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조문 작업할 때 잘못 된 것 같다"고 인정했다. 검수완박 법안이 전속 고발권이 있는 법안들과 충돌된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법안이 통과되면 이 체계에 맞춰 타 법률에 검사 직접 수사를 전제하는 것도 다 고쳐야 한다"면서 "기본법 바꾸는 것은 주춧돌을 바꾸는 것이기 때문에 사실 함부로 손대기도 어려운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후속 법안 정비를 다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조응천 민주당 의원도 같은 당 소속 의원들에게 보낸 친전을 통해 "발의된 법안들의 내용 중에는 정책 의총에서 논의되지 않았거나 보고 범위를 벗어난 내용이 포함돼 있다"면서 "특히 위헌의 소지가 있고 법 체계상 상호모순되거나 실무상 문제점이 발생될 것이 확실한 점들이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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