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작가 히토 슈타이얼.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독일 출신 미디어작가 히토 슈타이얼(56)이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히토 슈타이얼-데이터의 바다'를 열고 있다. '독일과 정체성'(1994), '비어 있는 중심'(1998) 등 다큐멘터리 형식의 초기작부터 '소셜심'(2020), '야성적 충동'(2022) 등 최근작까지 23점을 소개한다.
아시아에서 처음 여는 개인전이다. 히토 슈타이얼은 최근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언론 공개회를 열고 "전시를 하기에 한국만큼 적절한 나라는 없다. 한국이 저를 택해줘 기쁘다"고 말했다.
그는 2017년 뉴미디어 기획전 '역사를 몸으로 쓰다'에 참여하면서 국립현대미술관과 첫 인연을 맺었다. 이 전시는 당초 2020년 개최할 예정이었지만 코로나19 팬데믹으로 2년 미뤄졌다.
일본계 독일인인 히토 슈타이얼은 2017년 영국 미술전문지 '아트리뷰'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1위로 선정된 거장이다. 기술·자본·예술·사회의 관계에 대한 철학적·비평적 통찰을 보여주는 미디어 작품과 저술 활동으로 세계적 명성을 얻었다. 일본 영상대학과 뮌헨 영화학교에서 다큐멘터리 영화 연출을 전공했고, 오스트리아 빈 미술아카데미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번 전시는 '각종 재난과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기술은 인간을 구원할 수 있는가', '디지털 시각 체제는 인간과 사회에 대한 인식을 어떻게 변화시켰는가', '지구 내전, 불평등 증가, 독점 디지털 기술로 명명되는 시대에 미술관의 역할은 무엇인가' 질문한다.
최신작 '소셜심'. 국립현대미술관 제공최신작 '소셜심'과 '야성적 충동'이 눈에 띈다. '소셜심'(단채널 HD 비디오)은 팬데믹으로 혼란스러운 사회 상황과 예술 창작의 조건, 변화하는 동시대 미술관의 위상을 탐구한 작품이다. 팬데믹 가운데 대중의 시위를 진압하는 경찰·군인을 춤추는 아바타로 표현한 점이 독특하다. 히토 슈타이얼은 "팬데믹 기간 현장 촬영을 전혀 하지 못했다. 예전에 작업한 영상을 사용하거나 애니메이션으로 구현했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야성적 충동.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야성적 충동'(단채널 HD 비디오)은 경제학자 존 메이너드 케인스가 1936년 언급한 개념을 인용했다. 야성적 충동은 인간의 탐욕과 야망, 두려움으로 시장이 퉁제 불능이 되는 현상을 일컫는다. 히토 슈타이얼은 이를 통해 비트코인과 대체불가능토큰(NFT) 등 새롭게 등장한 야생적 자본주의 시장에 대해 논의한다. 그는 "극소수 작가만 이익을 취한다는 점에서 NFT는 전통적인 미술시장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히토 슈타이얼은 팬데믹과 전쟁 가운데 미술관의 역할에 대해서도 짚었다. "지난 30년간 유럽 안팎에서 크고 작은 전쟁이 끊임없이 일어났지만 미술계는 호황을 누렸죠. 투기, 착취, 조세회피 등 여러 문제를 품고 있음에도 미술관의 공적 역할은 중요해요. 이런 때일수록 주체적인 역할을 해야 합니다."
묵직한 주제를 영상으로 풀어낸 작품이 관람객에게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다. 히토 슈타이얼은 "한 번에 모든 내용을 보려고 애쓰지 않아도 된다. 한 번에 다 이해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전시는 9월 18일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