왁킹 댄서 립제이. 롯데문화재단 제공 스트릿을 휘어잡는 왁킹 댄서 겸 안무가 립제이(34)가 클래식 공연장에서 왁킹을 선보인다. 오는 31일 서울 잠실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리는 송년음악회에서다. 한경아르떼필하모닉과 바이올리니스트 조진주가 연주하는 사라사테의 '치고이너바이젠'에 맞춰 춤춘다.
2017년 러시아의 한 야외무대에서 열린 '왁킹 쉐어링' 행사에 참여했던 경험이 시발점이다. 립제이는 최근 CBS노컷뉴스와 서면 인터뷰에서 "당시 '치고이너바이젠'에 맞춰 왁킹한 영상이 유튜브에서 267만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다. 그 영상을 보고 '왁킹과 클래식이 조화로울 수 있구나' 힌트를 얻어 저한테 이런 기회를 준 것 같다"고 말했다.
스트릿에서 '치고이너바이젠'으로 왁킹을 추는 건 하나의 도전이었다. "그날 행사장에 '왁킹 마스터' 타이런 프락터 선생님이 왔어요. 엄청 긴장됐어요. 춤추기 전에 '안전하게 디스코 음악으로 바꿀까' 굉장히 망설였죠."
고심 끝에 애초 계획대로 '치고이너바이젠'을 택했다. "행사장에는 못 왔지만 바이올리니스트 장영주 팬이자 클래식을 좋아하는 어머니에게 영상으로나마 보여주고 싶었어요. 그동안 제가 공연한 영상은 공감을 많이 못했을 테니까요."
클래식 음악과 왁킹은 알고보면 잘 어울리는 조합이다. 립제이는 "왁킹의 근본이 되는 언더그라운드 디스코 음악은 템포와 구성이 조금 다를 뿐이지 클래식 음악이 주는 서사·호흡과 비슷하다"고 말했다. "긴 호흡의 곡에서 진면모가 드러나는 왁킹처럼 클래식 음악도 악장이 전개될수록 드라마틱해지는 것 같아요. 서로 비슷한 부분이 있어서 즐겁게 연습하고 있어요."
'치고이너바이젠'은 뜨겁고 정열적이다. 립제이는 '치고이너바이젠'과 성향이 정반대인 클래식 음악 연주에 맞춰 왁킹을 춰 보고 싶다는 바람도 전했다. "차분하고 여유롭고 평화로운 음의 기운이라고 할까요. 드뷔시 '달빛' 선율에 몸을 맡기면 또 다른 느낌이 들 것 같아요."
립제이. 롯데문화재단 제공 이번 공연에서 오케스트라를 지휘하는 최수열(부산시립교향악단 예술감독) 역시 클래식 음악과 왁킹 컬래버레이션 무대에 기대감을 드러냈다. 최수열은 "클래식과 임팩트가 센 댄서의 조합은 늘 꿈꿔 온 일인데 현실이 됐다"며 "립제이의 몸짓이 오케스트라와 바이올린 솔로 연주를 통해 시너지를 낼 거라 기대한다. 연주 방향은 정해졌지만 리허설을 하면서 자유로움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2021년 엠넷 '스트릿 우먼 파이터'가 방송된 이후 왁킹이 대중에게 널리 알려졌다. 왁킹 댄서로서 2023년 소망은 뭘까.
"2022년 한국에서 춤은 음악처럼 친숙한 장르가 된 것 같아요. 관객들이 춤 자체를 환영하는 분위기라 댄서 입장에서는 더할 나위 없죠. 음악회에서 오케스트라와 한 무대에 서겠다는 목표도 생각보다 빨리 이뤘어요. 지금보다 더 다양한 아트폼과 협업하고 소통하는 아티스트가 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