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터뷰]이해영 감독에게 '유령' 배우들은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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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유령' 이해영 감독 <하>
'유령'을 완성한 배우들에 관하여

영화 '유령' 이해영 감독. CJ ENM 제공영화 '유령' 이해영 감독. CJ ENM 제공※ 스포일러 주의
 
총독부 통신과 암호 전문 기록 담당 박차경 역의 이하늬, 경무국 소속 총독부 통신과 감독관 무라야마 쥰지 역의 설경구, 총독부 정무총감 직속 비서 역의 유리코, 통신과 암호 해독 담당 천은호 계장 역의 서현우 그리고 신임 총독의 경호대장 다카하라 카이토 역의 박해수까지.
 
조선인과 일본인, 항일과 친일, 의심과 견제, 대립과 연대 등을 오가는 캐릭터의 앙상블이 영화 '유령'을 수놓았다. 무엇보다 배우들에게서 기존에 보지 못했던 새로운 얼굴을 볼 수 있다는 것 역시 '유령'을 봐야 할 이유 중 하나다. 과연 이해영 감독은 각 배우에게서 어떤 숨겨진 모습들을 찾아내 각각의 인물을 맡겼는지, 그 이야기를 들어봤다.

영화 '유령' 비하인드 스틸컷. CJ ENM 제공영화 '유령' 비하인드 스틸컷. CJ ENM 제공 

이야기를 끌어가는 인물 박차경, 메시지에 도달하는 인물 쥰지

 
▷ '유령'을 완성한 건 이야기와 미장센 등 여러 요소가 있지만 배우들의 힘 역시 빼놓을 수 없는 것 같다. 가장 먼저 이야기를 끌고 가는 박차경에 이하늬를 캐스팅한 이유가 궁금하다.
 
이해영 감독(이하 이) : 
이야기를 구성하면서 제일 먼저 박차경이 누구여야 할까, 배우가 누구여야 할까가 중요했다. 원래 시나리오를 쓸 때 배우를 먼저 생각하지 않는 편인데 이건 달랐다. 박차경이 누군지 알아야 조금 더 선명하게 이야기를 풀어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처음부터 박차경을 두고 고민을 많이 했다. 결국 본능적으로 이하늬가 먼저 떠올랐다.
 
이하늬 배우의 오랜 팬인데, 내가 상상한 배우이기 이전 이하늬라는 사람은 자기 철학과 강단이 있고, 무엇보다 큰 사람이었다. 그전까지 주로 발산하고 긍정적인 에너지를 가진 인물을 맡았다면, 이번엔 안으로 품고 누르고 정적인 방식으로 에너지를 사용하는 캐릭터를 연기하면 새롭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이하늬가 아니면 성립이 안 되는 이야기란 생각이었다.


영화 '유령' 비하인드 스틸컷. CJ ENM 제공영화 '유령' 비하인드 스틸컷. CJ ENM 제공 
▷ 박차경과 함께 또 다른 중심축인 무라야마 쥰지 역에 설경구를 캐스팅했는데, 어떤 점에서 쥰지 역에는 설경구여야 한다고 생각했나?
 
이 : 
다른 배우가 어느 정도 조합이 된 상태에서 제일 마지막에 캐스팅한 배우가 설경구다. '유령'에서 박차경은 관객들이 이야기의 시작부터 끝까지 안전하게 닿을 수 있게 견인하는 인물이다. 반면 쥰지는 내가 이 영화에서 하고 싶은 이야기, 메시지라면 메시지에 정확하게 도달할 수 있도록 이끌어 주는 인물이다.
 
쥰지는 배우 자체의 존재감도 존재감이고, 무게감이 많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이를 담보할 수 있는 배우가 너무나 절실했다. 설경구 배우에게는 완고를 쓰고 갈고닦고 기름칠해서 고치고 또 고쳐서 '완완고' 정도 만들어서 시나리오를 건넸다.

 
영화 '유령' 비하인드 스틸컷. CJ ENM 제공영화 '유령' 비하인드 스틸컷. CJ ENM 제공

진중함을 폭발시키는 유리코, 천지를 뒤흔들 귀여움 천은호

 
▷ '유령'에서 박차경은 박소담이, 유리코는 이하늬가 맡을 거라고 예상한 사람이 많았다. 그런데 유리코 역을 연기한 건 박소담이었다.
 
이 :
 박소담은 앳된 외모를 갖고 있는데, 그런 선입견이 생기는 걸 완전히 위배하는 묵직한 저음과 큰 흔들림이 없는, 단단한 진중함 같은 것이 굉장히 매력적인 배우였다. 이희늬와 반대로 진중한 에너지를 폭발하고 발산하는 캐릭터를 맡게 되면 뿜는 쾌감 같은 걸 묘사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래서 반대 캐릭터를 제안해보게 됐다.
 
실제로 처음엔 많은 분이 시나리오 모니터를 부탁하면 반대로 봤다. 기존 이미지대로 이하늬가 유리코, 박소담이 박차경이라고 말이다. 그래서 거꾸로 했던 캐스팅이 재밌나보다고 역으로 생각하게 됐다.


영화 '유령' 비하인드 스틸컷. CJ ENM 제공영화 '유령' 비하인드 스틸컷. CJ ENM 제공 
▷ 천은호 계장 역을 맡은 서현우 역시 새로운 모습을 본 것 같다.
 
이 :
 서현우는 주로 선 굵은 장르에서 남성적이고 강한 캐릭터를 많이 연기했다. 그런데 난 이 친구의 저변에 깔린 귀여움을 봤는데, 아무도 꺼내지 않더라. 그걸 꺼내면 천지를 뒤흔들 귀여움이 될 거란 자신감이 있었다.
 
천은호를 쓸 때 서현우가 떠올랐는데, 동글동글하고 살집 있는 거대 고양이 같은 느낌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마침 첫 주연작 '악의 꽃'을 하면서 살을 홀쭉하게 뺀 상태였다. 살찌우자는 말을 도저히 못 하겠더라. 혹시 요요 안 오나 오랫동안 너무 고통스럽게 지켜봤다.
 
그런데 그때 박찬욱 감독님이 서현우에게 '헤어질 결심'을 주면서 살찌우게 했다는 첩보를 들었다. 그래서 서현우에게 연락해서 살을 찌우는 김에 일타쌍피로 '유령'도 한번 해보자고 말했다. 난 '헤어질 결심' 패키지에 꼽사리로 들어가서 시나리오를 들이밀었다. '유령'을 통해서 우리 현우 귀여운 거 모르는 사람 없게 해달라는 마음으로 영화를 찍었다.(웃음)

 
▷ 왜 그런 천지를 뒤흔들 귀여움의 소유자 천은호를 그렇게 빨리 퇴장시킨 건가?
 
이 : 
관객들이 천은호를 가장 사랑하게 됐을 때, 생각보다 일찍 그 캐릭터를 박탈당했을 때 관객과 생기는 텐션, 이 텐션이 곧 천은호를 더 사랑하게 만드는 방법이다. 여러분이 천은호 계장을 더욱더 사랑하게 만들기 위한 거였다.

영화 '유령' 비하인드 스틸컷. CJ ENM 제공영화 '유령' 비하인드 스틸컷. CJ ENM 제공 

괴물 같은 성실함, 괴물 같은 연기력의 카이토

 
▷ 기존에 다카하라 카이토 역으로 섭외했던 일본 배우가 코로나19 팬데믹에 건강상의 문제로 하차했고, 그래서 크랭크인을 2주 남짓 앞두고 섭외한 배우가 박해수였다. 당장 일본어로 연기해야 하는 상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이 모든 걸 소화해냈다.
 
이 : 
모든 위기 요소를 압살할 수 있을 정도의 연기력과 성실함을 가진 배우가 누가 있을까 열심히 찾았고, 그때 박해수가 눈에 들어왔다. 진짜 고시 공부하는 사람처럼 바로 일본어 선생님과 합숙하며 연습하더니 자기 대사는 물론 상대방의 일본어 대사를 한국어 번역까지 완벽하게 암기했다. 자신이 어떤 상황에서 어떤 감정으로 대사해야 하는지 완벽히 숙지한 거다.
 
본인은 순간적으로 자기 욕망 때문에 초인적인 힘을 발휘했다고 말하는데, 괴물 같은 성실함에 괴물 같은 연기력을 갖고 있다고 밖에 표현이 안 되는, 기적 같은 시간이었다. 영화에서 카이토가 혼자 끌고 가는 장면 두 개를 크랭크인 며칠 만에 찍었는데, 정말 눈물 나게 감사할 정도로 완벽히 소화해줘서 촬영 중간중간 박해수의 손을 덥석 잡으면서 영화를 구원해줘서 감사하다고, '수호천사'라고 거듭 말했다.
 
영화를 본 후 일본 분들이 굉장히 감탄하더라. 일본어 코치해주신 분도 자기가 한 모든 작업과 여태 본 모든 한국 작품을 통틀어 가장 자부심을 느껴도 된다고 표현할 정도로 박해수가 정말 캐릭터를 잘 소화해줬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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