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킬링 로맨스' 이원석 감독.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스포일러 주의
영화 '킬링 로맨스' 이원석 감독.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스포일러 주의
※ 이원석 감독의 '공약' 비스무리한 발언 있음 대한민국에 지금까지 이런 영화는 없었다. 이것은 '호'(好) 인가 '불호'(不好) 인가. 
영화 '남자사용설명서'로 세상을 놀라게 했던 이원석 감독이 이번에도 세상을 놀라게 할 영화 '킬링 로맨스'로 돌아왔다. 감독의 말마따나 '킬링 로맨스'는 호 아니면 불호, 모 아니면 도, 양극단으로 갈릴 영화다. 그리고 영화를 둘러싼 호불호 논쟁이야말로 감독이 원하던 바다. 
			
		
"세상에 (아직) 없던 것을 만들어 보자는 마음"으로 시작한 영화다. 그리고 세상에 없던 것을 관객들이 조금 더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동화'라는 장치를 활용하는 등 여러 가지를 연구하고 노력을 기울였다. 관객들의 싱어롱 욕구를 자극하는 H.O.T.의 '행복'과 세상을 다 가진 것처럼 느끼게 해주는 '레이니즘'도 허투루 선곡한 음악이 아니다. 
지난 13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이원석 감독을 만나 '킬링 로맨스'의 시작과 끝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이른바 <'킬링 로맨스' 관람설명서: 영화 편(ft.이민)>이다. 그와의 인터뷰는 '킬링 로맨스'라는 영화가 가진 색을 단번에 납득하게 했다. '킬링 로맨스'는 그냥 이원석 감독을 스크린에 옮겨놓은 영화였다.
 영화 '킬링 로맨스' 스틸컷.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 '킬링 로맨스' 스틸컷.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이민가자" 말 나왔던 '킬링 로맨스' 콘셉트는 '동화'다
 ▷ '킬링 로맨스', 호불호의 영화가 될 거 같다. 
솔직히 말해서 이 대본을 처음 받았을 때부터 '도 아니면 모'일 거라고 예측했다. 농담 식으로 '우리 이민가자' '이민 가야 한다'는 이야기가 거기서 나온 거다. 영화 시사 후 와이프와 아이가 싸웠다. 와이프는 이해를 못 했고, 아이는 재밌게 봤다. 아이가 엄마를 꼰대라고 불렀다. 그걸 보면서 재밌는 일이 벌어지긴 했구나 싶다. 물고 뜯는 그런 영화라 생각한다. 영화를 보고 나면 항상 그 영화에 대해 떠드는 재미가 있었는데 어느 순간 그런 게 없어진 거 같다. ▷ 영화를 '동화'로 설정하고 시작하는데, 어떻게 이런 오프닝을 생각하게 됐는지 궁금하다. "여기가 바다라고 생각해 보세요!"라고 하면 대부분 "왜?"라고 할 거다. 그런데 "만약에 여기가 바다라고 생각해 봐요."라고 말하면 다르다. '만약'이란 말이 마술이라 생각한다. 그 말이 앞에 붙는 순간 받아들이는 게 넓어지는 것 같다. 그걸 진짜 잘하는 게 디즈니다. '옛날 옛적에'로 시작하는 우리 옛날이야기들도 그렇고. '만약'을 붙이면 '왜?'라는 질문이 빠진다. 그래서 이걸 디즈니 콘셉트로 만들면 어떨까 해서 그렇게 시작하게 됐다. 영화 '킬링 로맨스' 스틸컷.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 이선균은 '킬링 로맨스'를 두고 '남자사용설명서'보다 진화한 작품이라고 표현했다. 감독의 생각은 어떤가? '남자사용설명서'는 개인적인 이야기이고, '킬링 로맨스'는 좀 더 큰 이야기라 생각한다. 박정예 작가님(*참고: 영화 '뷰티 인사이드' 작가)이 가스라이팅(상황을 조작해 상대방이 스스로를 의심하게 만들어 판단력을 잃게 하는 정서적 학대 행위)에 관해 엄청 열심히 조사하셨다. 처음 대본을 받았을 때 굉장히 매력적이었다. 보통 내게는 항상 '우리나라에 이런 대본이 있었어?'라고 생각하는 작품이 들어온다. 그래서 연출 들어가기 참 힘들었는데, '킬링 로맨스' 대본은 너무나 깔끔하고 안정적이고 재밌더라. ▷ '남자사용설명서'도 만만치 않은 B급 병맛 영화였는데, 이와 비교해 '킬링 로맨스'는 어느 정도 수준이라고 할 수 있을까? 난 나름 상업적인 선택이라고 생각했다. 뭔가 더 많은 관객이 공감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사실 영화에서 편집된 신이 많다. 내 코미디 시스템은 제일 편안한 코미디가 10, 극 병맛이 1이다. '남자사용설명서'가 한 3~4정도 되고, '킬링 로맨스'는 개인적으로 5~7 정도라 생각한다. 우리가 찍은 것 중에 1도 많다. 그 '1'을 빼는 작업이 힘들었다. 만약 많은 관객이 '킬링 로맨스'를 사랑해 주고 봐준다면 그 신을 넣고 싶다.
영화 '킬링 로맨스' 스틸컷.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 이선균은 '킬링 로맨스'를 두고 '남자사용설명서'보다 진화한 작품이라고 표현했다. 감독의 생각은 어떤가? '남자사용설명서'는 개인적인 이야기이고, '킬링 로맨스'는 좀 더 큰 이야기라 생각한다. 박정예 작가님(*참고: 영화 '뷰티 인사이드' 작가)이 가스라이팅(상황을 조작해 상대방이 스스로를 의심하게 만들어 판단력을 잃게 하는 정서적 학대 행위)에 관해 엄청 열심히 조사하셨다. 처음 대본을 받았을 때 굉장히 매력적이었다. 보통 내게는 항상 '우리나라에 이런 대본이 있었어?'라고 생각하는 작품이 들어온다. 그래서 연출 들어가기 참 힘들었는데, '킬링 로맨스' 대본은 너무나 깔끔하고 안정적이고 재밌더라. ▷ '남자사용설명서'도 만만치 않은 B급 병맛 영화였는데, 이와 비교해 '킬링 로맨스'는 어느 정도 수준이라고 할 수 있을까? 난 나름 상업적인 선택이라고 생각했다. 뭔가 더 많은 관객이 공감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사실 영화에서 편집된 신이 많다. 내 코미디 시스템은 제일 편안한 코미디가 10, 극 병맛이 1이다. '남자사용설명서'가 한 3~4정도 되고, '킬링 로맨스'는 개인적으로 5~7 정도라 생각한다. 우리가 찍은 것 중에 1도 많다. 그 '1'을 빼는 작업이 힘들었다. 만약 많은 관객이 '킬링 로맨스'를 사랑해 주고 봐준다면 그 신을 넣고 싶다. 영화 '킬링 로맨스' 이원석 감독.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 '킬링 로맨스' 이원석 감독.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함께 해준 그대에게 행복을 VS ♬여래이즘~넌 이제 빠져 버렸어
 ▷ 조나단에게 노래 '행복'(H.O.T.)을, 여래에게 '제발'(들국화)과 '여래이즘'(원곡 비 '레이니즘')을 메인 테마곡으로 부여한 이유가 궁금하다. 먼저 '여래이즘'부터 이야기해 달라. 누가 그러더라. 비의 '깡' 유행해서 쓴 거냐고. 전혀 아니다. 억울한 게 '깡'이 유행하기 전부터 난 '1일 1깡'을 했었다. 세상에 어떻게 이런 노래를 만들었을까. 그게 몇 년 지나서 유행한 거다. 그거랑 상관없이 '레이니즘' 노래가 너무 좋았다. 시작부터 "지기지기지기지기징~ 빰빰빰~" 으아! 이거다!
 
'레이니즘' 가사를 봤다. 제목부터 '레이니즘'이다. 뻔뻔하고 오그라들면서도 들으면 율동하게 된다. 지하철에서 그 노래를 들으면 세상을 다 가진 거 같은 느낌이다. 모든 사람이 되고 싶은, 나도 '원석이즘'이 있을 거고. 나의 판타지가 언젠가 이뤄질 거라. 막 세상이 내 것이 된 것 같은 느낌, 모든 사람이 꿈꾸는 거 아닌가? 그래서 '레이니즘'을 선택하게 됐다. 영화 '킬링 로맨스' 스틸컷.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 그렇다면 조나단의 주제가 '행복'은? '행복'은 어떻게 보면 강요하는 노래다. 악당이 가스라이팅 하듯이 반복적으로 "돼라!" 이런 거였다. 그런 콘셉트의 노래를 찾는데, 난 '행복'이란 노래만 들으면 너무 행복해진다. 지금 이 세상에 있는 알고리즘이 우리에게 하는 것처럼 반복적으로 하면 "너의 행복은 이런 거야" "이게 너의 행복이야" 그런 느낌을 줄 수 있겠다 싶었다.
영화 '킬링 로맨스' 스틸컷.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 그렇다면 조나단의 주제가 '행복'은? '행복'은 어떻게 보면 강요하는 노래다. 악당이 가스라이팅 하듯이 반복적으로 "돼라!" 이런 거였다. 그런 콘셉트의 노래를 찾는데, 난 '행복'이란 노래만 들으면 너무 행복해진다. 지금 이 세상에 있는 알고리즘이 우리에게 하는 것처럼 반복적으로 하면 "너의 행복은 이런 거야" "이게 너의 행복이야" 그런 느낌을 줄 수 있겠다 싶었다.
 
그리고 되게 신기한 게 노래가 정해지지 않았을 때 이선균씨와 냉면을 먹으면서 '행복'이 어떨까 이야기하고 있는데, 그 찰나에 H.O.T. 멤버를 만난 거다. 테이블에서 냉면을 먹고 있더라. 이선균씨와 되게 잘 아는 분이었고, 둘이 인사하는데 너무 웃겼다. '행복' 이야기하고 있었는데 말이다. 깔깔깔 웃었다. 나오면서 "가자! '행복'이야, '행복'!"이라고 말했다. 너무 좋다. 들어도 들어도 질리지 않는다. ▷ '킬링 로맨스'는 싱어롱 상영회(관객들이 영화 속 노래를 함께 따라 부르는 상영회)에 어울리는 영화라고 생각한다. 조나단과 여래바래(극 중 여래 팬클럽 이름)에 절대 지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노래 부를 수 있다. 이 영화 만들 때 개인적인 소원이 이거였다. 미국에서 우연히 뉴 베벌리 극장을 지나가는데, 금요일마다 사람들이 이상한 옷을 입고 서 있는 거다. 남자들이 핫팬츠에 가터벨트를 하고 서 있었다. '록키 호러 픽쳐 쇼'를 하는 거였다. 사람들이 극장에 빽빽히 모여서 떼창을 부르면서 그 영화를 보는 거다.
 
난 '킬링 로맨스'가 그런 영화가 되기를 정말 간절히 바랐다. '전국노래자랑' 같은 느낌이랄까? '전국노래자랑'을 보면 아버님 어머님들이 나와서 막 춤추신다. 그런 거였으면 좋겠다. 시사회 때 14관에서 그런 일이 있었다고 누가 이야기하더라. 지인들이었다는데, 모르겠다. 영화 '킬링 로맨스' 현장 스틸컷.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 '킬링 로맨스' 현장 스틸컷.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희망적인 '펌글' 같은 이원석 감독의 바람은 '오즈의 마법사'
 ▷ 영화 속 "덕이란 수많은 어려움을 극복하고 얻은 수양의 산물이며 노력의 결과입니다"로 시작해 "이 글은 펌글 입니다"로 끝나는 장면이 있다. 이 펌글(퍼온 글)은 직접 받은 건가? 우리 장인어른이 아침마다 보내주신다. 같이 여행을 가서 옆방에 있어도 보내주신다. 강아지 동영상도 보내주시고, 되게 버라이어티하다. 펌글은 모든 사람이 다 받는 거 같더라. 어른들의 그 애틋한 마음? 어쩔 땐 울컥하는 글이 있다. 친한 감독에게도 보내주는데, 이경미 감독은 울 때가 있다. 신기한 게 한 번도 똑같은 글을 보내신 적이 없다. 한 번도 반복된 적이 없다. 진짜 '장인'(匠人) 이시다. ▷ 애정을 갖는 관객도 있겠지만, 분명 애증을 갖는 관객도 있을 거다. 아무쪼록 감독도 이야기한 것처럼 이야깃거리가 되는 영화가 됐으면 좋겠다. 나 자체도 그렇다. 모든 사람에게 사랑받고 싶다. 그런데 난 지금까지 그렇지 못한 캐릭터였다. 영화를 하는 것도 많은 사람에게 사랑받고 싶어서 계속하는 거 같다. 언젠가는 모든 사람에게 사랑받는 영화를 만들 수는, 없을 거 같다. 그런데 최대한 노력할 거다. 모든 사람에게 사랑받는 러블리한 영화를 만들었다고 믿고 있는 거고, 싫어하는 분이 있는 것도 당연하다. ▷ 만들어 보고 싶은 이야기가 있을까? 제일 하고 싶은 건 '오즈의 마법사' 리메이크다. 그게 내 소원이다. '국민체조'라는 제목인데, 책(시나리오)이 있다. 박훈정 감독이 유일하게 읽었을 거다. 누가 해준다는 이야기도 없고, 그냥 내 인생 소원이다. 꼭 만들고 싶다. <배우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