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동 제공 만리동 이발소
서울 마포구 만리동에 자리한 '성우이용원'은 1927년 처음 문을 열고 일제강점기 시절 조선에서 두 번째로 이발사 면허를 취득한 1대 이발사가 손님을 받기 시작한 이래 100년 가까이 대를 이어 온 노포 이발소다.
'만리동 이발소'는 오래된 장소와 물건들에 관심을 가져온 한주리 작가가 성우이용원의 정겨운 모습을 3년간 화폭에 옮겨 담은 그림 책이다.
100여 년 동안 비바람을 막아 온 삐뚤빼뚤한 지붕과 50년 넘게 이발사로 살아 온 이발사 아저씨의 주름진 손, 먼 길을 마다하지 않고 달려오는 손님들의 편안한 얼굴까지 이발소에 느낄 수 있었던 정겨움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소동 제공 "손거울과 이발기, 유니온 드라이어, 피대에 잘 갈아 둔 면도칼…… / 이발소 안에는 웬만한 건 다 있습니다. / 여기 있는 도구는 사오십 년은 족히 넘었습니다." -책 34~35쪽
소동 제공 "열아홉 살 무렵, 처음 이발 일을 배울 때는 참 많이도 울었습니다. / 일이 하기 싫어 몰래 도망도 쳤습니다. / 하지만 운명이었을까요. / 일이 손에 익으니 재미도 있고 점점 욕심도 생겼습니다. / 노력하며 성실하게 기술을 닦았습니다." -책 52~53쪽
이발후 담소를 나누는 고(故) 노회찬 의원과 성우이용원 이발사. 소동 제공 "이발사는 허리에 찬 복대를 풀고 손끝에 감은 붕대도 풀었다가 / 손톱 아래 갈라진 틈을 잠시 들여다보다 붕대로 다시 감싸며 생각합니다. / 건강이 허락한다면, 여기서 오래도록 이발사로 남고 싶다고 말입니다." -책 64~67쪽
책에는 이발소 문을 열면 당장이라도 코를 간질거릴 듯한 비누냄새가 날 것 같고, 낡았지만 여전히 날 선 이발 가위, 노회찬 의원의 머리를 깎고 담소를 나누는 모습, 하얀 크림을 바르고 면도를 하는 동안 잠든 손님 등 수년 간 이곳을 다녀가며 촬영한 사진을 그림으로 기록한 책이다. 72쪽에는 작가가 직접 손님이 되어 머리를 자르고 거울을 보던 자화상도 담겨 있다.
100년 세월의 때가 묻은 성우이용원은 2019년 안전상의 이유로 노후 건축물 리모델링 사업에 따라 새 옷을 입게 됐다. 이제 더 이상 예전 자취를 찾아볼 수 없지만 그림책 '만리동 이발소'를 통해 옛 모습을 기억할 수 있게 됐다.
작가는 "건강이 허락한다면, 여기서 오래도록 이발사로 남고 싶다"는 주름진 이발사의 말을 전하며 성우이용원이 여전히 그 자리에서 손님을 맞이하고 있다고 전한다.
한주리 글·그림ㅣ소동ㅣ104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