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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노동권 꼴찌' 지적하자 11년째 "못 믿는다"는 노동부[오목조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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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노총의 '2024 글로벌 권리 지수' 보고서에 실린 한국의 시위 장면.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대한 평가에 한국 사례가 대표로 언급됐다. 국제노총 제공국제노총의 '2024 글로벌 권리 지수' 보고서에 실린 한국의 시위 장면.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대한 평가에 한국 사례가 대표로 언급됐다. 국제노총 제공
'한국은 노동권 지수 세계 꼴찌'라는 국제단체의 평가에 대해 우리 정부는 11년째 "객관적인 평가로 보기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국제노동기구(ILO)를 포함한 국제 노동계와 학계에서는 해당 보고서의 공신력을 인정하는 분위기라 한국 정부만 모순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20일 노동계 등에 따르면 국제노동조합총연맹(ITUC, 이하 국제노총)은 최근 각국의 노동권 상황을 평가한 '2024 글로벌 권리 지수' 보고서를 발표했다. 국제노총은 전 세계 노동자들의 권익을 보장하는 세계 최대 노동조합 단체로, 169개 국가 및 지역에서 340개국 1억 9100만명의 근로자를 대표한다. ILO와 UN산하 기구뿐만 아니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노조자문위원회와 긴밀하게 협력하고 있다.

국제노총은 2014년부터 매년 보고서를 통해 노동권 지수를 발표한다. 노동권에 관한 침해 사례를 조사한 결과를 바탕으로 169개 국가를 1등급~5등급과 5등급+ 총 6개 등급으로 분류한다. 이때 침해 여부는 ILO 협약 준수 여부와 국제적으로 인정되는 노동권 보장 등을 기준으로 삼는다.  

국제노총의 '2024 글로벌 권리 지수' 보고서에서 한국의 노동권 지수가 5등급으로 분류됐다. 국제노총 제공국제노총의 '2024 글로벌 권리 지수' 보고서에서 한국의 노동권 지수가 5등급으로 분류됐다. 국제노총 제공
국제노총은 보고서에서 한국을 "정부가 노조 활동을 범죄화하고 검찰권을 남용해 노조를 표적수사하는 나라"라며 5등급, 즉 '노동 기본권 보장이 없는 나라'로 분류했다. 한국은 11년 연속 5등급을 받고 있다. 5등급+는 아이티, 예멘 등 법치가 붕괴한 나라들이기 때문에 사실상 5등급이 최하위 등급이다.

이에 대해 고용노동부는 "국제노총의 노동권지수는 객관적인 평가로 보기 어렵다"고 보고서 자체를 부정했다. 국제노총은 각국의 가맹노조를 설문 조사하는데, 이들 답변이 국가별 등급 결정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객관적인 평가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2014년에도 똑같은 견해를 밝힌 바 있다.

고용노동부가 국제노총의 노동권 지수 발표에 대해 "객관적인 평가로 보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고용노동부 공식 블로그 캡처고용노동부가 국제노총의 노동권 지수 발표에 대해 "객관적인 평가로 보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고용노동부 공식 블로그 캡처
국제노총은 가맹노조 대상 설문조사는 평가 과정의 일부분에 불과하며 "(설문 결과에 대해) 관련 사실을 검증하고 법률 연구원들이 위반 상황에 대해 분석한다"고 밝히고 있다.

직장갑질119 김하경 변호사는 "정부는 마치 국제노총이 아무 기준 없이 설문조사 결과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여 산정하는 것처럼 호도하지만, 구체적인 사실 관계를 파악해 등급을 매긴 것"이라며 "한국의 경우 작년 업무방해·강요죄·공갈죄 혐의로 조사받다 분신자살한 건설노조원 고 양회동씨의 사례를 명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작년 전 세계 노동조합 활동가 22명이 사망했는데 이 6개 국가에 한국이 포함된다"며 "구체적인 방법론을 살펴보면 사실 관계 확인을 다 거치는데 어떻게 객관성이 없나"고 의문을 표했다.

국제노총 평가의 공신력을 인정하지 않는 정부와 달리, 국제 노동계와 학계에서는 이 지표에 대해 꾸준한 신뢰를 드러내고 있다. ILO는 2023년 '유럽에서의 노동자 권리가 후퇴하고 있다'는 보고서의 분석을 직접 인용했고, 2021년 이 보고서를 토대로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전 세계적으로 노동자의 권리 침해가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우리 정부는 ILO 협약의 준수 여부에 터잡아 내려진 평가는 부정하는 한편, ILO가 추구하는 '글로벌 스탠더드'는 적극 수용하는 태도를 보인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한국이 21년 만에 2024~2025년 ILO 이사회 의장국으로 선출되자 "ILO가 추구하는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게 노동 기본권을 신장시키고 사회적 대화를 활성화해 국제 사회의 인정과 기대가 종합적으로 작용한 성과"라고 자찬했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 박종민 기자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 박종민 기자
이처럼 우리 정부가 일부 유리한 대목은 적극적으로 부각하면서도, 국제기준을 밑도는 노동현실에 대한 지적은 인정하지 않는 이중적인 행태를 보인다는 지적이 나온다.

반올림 활동가 이종란 노무사는 "현장에서 접하는 사례만 봐도 (한국 노동권 지수가 최하위라는 것을) 쉽게 체감한다"며 "한국은 '아프면 쉴 권리' 조차 제대로 보장 되지 않는 전 세계 몇 안되는 나라다. 또 산재에 대해서도 피해 노동자가 직접 증명해야 하고, 법적 보장 체계에서 벗어나 과로사하는 배달·택배 노동자도 많다"고 열거했다.

누리꾼들은 "문제점을 받아들이고 개선할 생각 없이 해당 기관 부정이라니 암담하다", "ILO 이사회 의장국 한다면서 ITUC(국제노총) 발표는 무시하겠다면 말이 되나" 등의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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