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캡처KBS '시사기획 창'이 윤석열 대통령 탄핵 의결 한 달을 맞아 준비한 방송이 불발될 뻔한 위기에 놓였던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15일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이하 KBS본부)는 "지난 14일 방송된 '시사기획 창'의 '대통령과 우두머리' 편이 우여곡절 끝에 방송됐다. 13일 저녁까지도 최종 방송 여부가 불확실한 상황이었다"라고 전했다.
이미 예고까지 나간 방송이 불발될 위기에 놓였던 것은 보도시사본부 간부들의 제지 때문이었다.
KBS본부는 "해당 프로그램은 심의실 사전 심의를 문제 없이 통과했음에도 사측은 '계엄을 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제대로 담지 않았다' '윤석열 측 입장을 제대로 안 담았다' '윤석열과 박장범의 파우치 대담 영상을 왜 넣었느냐'며 방영을 가로막았다. 특히 김철우 시사제작국장은 해당 프로그램에 대해 '편파적이다' '박장범 부분을 빼도 흐름이 자연스럽지 않냐', '(내용이) 좀 불편하다'라는 식의 딴지를 걸며 수정을 지시했다"라고 설명했다.
제작진은 사실과 다른 부분이 없는데 수정해야 하는 명확한 이유를 요구했지만 지속된 압박에 김 국장의 지적을 일부 수용하기로 결정했다. 그런데 이번엔 이재환 보도시사본부장이 나서서 '불방' 지시를 내렸다는 것.
KBS본부는 "이 본부장의 행위는 정상적인 제작 과정을 거쳐 방송이 결정된 프로그램을 본부장이 나서 막은 것으로 명백한 제작자율성 침해이며 외압"이라며 "'시사기획 창' 담당 부장을 불러 이미 승인이 난 원고를 두고 한 줄 한 줄 데스킹 보듯 수정 사항을 받아적도록 한 것으로 전해졌다. 회사의 위임규정에 따라 부장이 승인한 원고에 국장이 간섭한 것도 놀랄 일인데, 본부장까지 직접 나서서 프로그램을 난도질 한 것은 초유의 일이다. 명백한 검열행위"라고 비판했다.
또 이 본부장이 14일 임시 공방위(공정방송위원회) 개최를 요구, 공방위가 열리지 못하면 방송을 순연시키겠다는 입장을 낸 데 대해 "꼼수에 기가 찬다. 결국 제작진에게는 '기다려 달라'며 시간을 벌어놓고 공방위 개최를 노조에 요구하면서 프로그램 불방의 책임을 제작진과 노조에 돌리려고 했던 것"이라며 "더욱 가관인 것은 공방위를 오후 3시에 열자더니, 사측은 이미 2시 19분에 '시사기획 창' 편성을 삭제했다. KBS본부가 이미 편성을 삭제해 놓고 무슨 공방위 개최를 요구하느냐 따지자, 그제서야 편성 쪽과 소통에 문제가 있었다고 변명하며 편성표를 복구하는 촌극을 빚었다"라고 지적했다.
결국 방송을 위해 제작진은 '대통령과 우두머리'란 제목을 '대통령과 우두머리 혐의'로 수정했다. 이밖에 요구 사항도 대부분 수용했다는 전언이다. 그럼에도 사측은 결정을 내리지 않아, 방송 3시간도 남지 않은 이날 오후 7시가 넘어서야 최종 편성이 확정됐다.
KBS본부는 "편성이 끝난 상황에서도 제작진에게 '민주당의 국정운영 방해 내용'을 추가하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제작진이 거부해 실행되지 않았지만, 사측의 일관된 요구는 한 마디로 내란 세력이 주장하는, 계엄의 불가피성을 공영방송 KBS가 선전하라는 것"이라며 "이것이야말로 계엄 옹호, 내란 동조 행위이지 않은가. 사측은 계엄도 아닌 상황에서 KBS를 내란 세력의 스피커·선전 선동 도구로 전락시키겠다는 것"이라고 일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