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진환 기자"지금 가장 삼성다운 회사는 TSMC 아닌가요"
삼성이 '삼성다움 복원'을 주제로 전 계열사 임원을 대상으로 이달 말부터 세미나를 열기로 한 소식을 들은 한 재계 인사가 농담반, 진담반으로 한 이야기다.
그렇다면 삼성다움은 뭘까. 삼성전자가 홈페이지에서 밝힌 경영철학은 세가지로 압축된다. △인재와 기술을 바탕으로, △최고의 제품과 서비스를 창출해, △인류사회에 공헌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계속되는 위기론과 그에 따른 핵심 인재 이탈, 메모리 반도체 1위 자리와 글로벌 반도체 매출 1위를 모두 경쟁사에 뺏긴 점 등을 감안하면 '가장 삼성다운 회사는 TSMC'라는 표현을 마냥 웃어 넘길 상황은 아니다.
"구체적인 내용은 세미나가 열려봐야 한다"는 게 삼성 관계자의 설명이지만 '삼성에 대한 외부의 시각과 기대', '임원으로서의 역할과 책임 인식' 등 기공지된 내용만으론 이번 세미나가 특별해 보이진 않는다. 그래서 재계 일각에선 '정신무장'을 위해 열린다는 관측이 적지 않다. 삼성이 전 임원을 대상으로 세미나를 여는 건 무려 9년 만이다.
리더스인덱스 박주근 대표는 "이번 자리는 사법 리스크를 털어낸 이재용 회장의 의중이 영향을 미쳤다고 보고 있고, 특히 삼성 내부가 상당히 동요하고 있다는 위기감이 반영된 것"이라 평가했다.
임직원들의 반응은 마냥 호의적이진 않다. "가만히 있는 것 보다는 낫다", "뭐라도 해야지" 등의 반응도 있지만 "올드하다", "회사가 점점 더 뒤로 간다"는 평가도 적지 않다. 임원 주6일 근무와 조직력 강화를 위한 등산 등과 함께 삼성이 점점 전근대적으로 회귀하고 있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2012년 삼성으로 돌아가보자. '샐러리맨의 신화'로 꼽히는 권오현 전 대표이사는 부회장 취임후 회장으로 퇴임할 때까지 '스마트 워크' 기조를 강조했다. 그 일환으로 7·4제(오전 7시 출근, 오후 4시 퇴근)와 임원 6시 퇴근, 10·10·10(회의 때 10명 이하 참석, 10건 이하 안건, 10분 이내 발표) 등이 시행됐다. 당시와 현재를 동일선상에서 단순 비교하는 건 무리가 있지만 분명한 건 최근 삼성의 잇따른 조치가 조직 문화를 얼어붙게 하고 구성원들의 사기를 꺾고 있다는 점이다.
박종민 기자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삼성은 사무실 금연과 선진적 기업 문화는 물론 사회 트랜드를 주도했던 기업인데 최근 삼성의 행보를 보면 뒷걸음질치는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계급장 떼기'. 삼성 위기론이 불거진 후 안팎에서 자주 언급된 해법 중 하나다. 겉만 소통이 아니라 직위와 직급을 떼고, 아이디어를 제시하고, 문제점을 제기하고 이를 통해 빠른 기술 혁신을 도모하라는 주문이다. 물론 쉽지 않다. 기자가 속한 언론사를 포함한 다수의 조직에서 '계급장 뗀 허심탄회한 소통'은 어려운 과제다. 다만 '삼성다움 복원' 세미나가 어쩌면 시작점이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사람이 모이면 집단지성이 나오게 됩니다. 다만 탑다운식 가치공유가 목적이라면 모일 필요가 있나요? 모두가 불만, 불편, 개선점을 말하게 하는 자리라면 의미가 있겠죠. 임원들끼리라도 '갓 상무', '고참 부사장' 따지지 말고 계급장 떼고 말하는 자리라면 의미가 있을 겁니다"(CXO연구소 오일선 소장)
대한민국 1등 기업 삼성은 백척간두에 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위기를 극복하는 주체는 결국 사람이다. 삼성다움 복원 세미나가 삼성다움의 의미를 고찰하고, 구성원들의 사기를 회복하는 시발점이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