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에이치코리아 제공'크리에이터의 인생 만화'는 각기 다른 분야의 콘텐츠 창작자 9인이 자신에게 깊은 영향을 준 만화를 중심으로 써 내려간 에세이집이다. 책에는 2023년 8월부터 12월까지 온라인 창작 플랫폼 '포스타입'에 연재된 에세이 27편이 수록돼 있으며, 만화를 매개로 창작자들의 성장 과정과 감정, 삶의 방향성을 엿볼 수 있도록 구성됐다.
참여한 필진은 소설가 김중혁, 과학 커뮤니케이터 이정모, SF작가 곽재식, 만화가 수신지, 유튜버 이연과 김겨울, 음악평론가 김영대 등 다양한 콘텐츠 영역에서 활동하는 인물들이다. 이들은 '피너츠', '진격의 거인', '슬램덩크', '미스터 초밥왕', '슈퍼 트리오' 등 총 23편의 만화를 인생작으로 꼽고 각자의 창작 세계와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를 풀어낸다.
예를 들어, 김중혁은 '피너츠'의 스누피 형 '스파이크' 캐릭터를 통해 외로운 청소년기의 감정을 돌아보고, 이정모는 '아직 최선을 다하지 않았을 뿐'의 느슨한 주인공에게서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위안을 찾는다. 유튜버 이연은 '진격의 거인'을 "현실에 대한 새로운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라며, 사회적 통념과 도덕의 경계를 되짚는다.
흥미로운 점은 이 책이 단지 '좋아하는 만화'를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창작자들의 가치관과 세계관을 설명하는 중요한 열쇠로 만화를 다룬다는 데 있다. '슬램덩크'의 경우 김영대 평론가는 주요 캐릭터 대신 조연인 '소연이'에 주목하며 그 인물이 지닌 리더십과 소통의 감각을 분석하는 방식으로 이야기를 확장한다.
'크리에이터의 인생 만화'는 만화를 예술 또는 대중문화 텍스트로 소비해온 독자뿐 아니라 창작을 꿈꾸는 이들에게도 흥미로운 독서 경험을 제공한다. 특정 세대의 향수를 자극하는 작품부터 최근 주목받은 웹툰과 애니메이션까지 폭넓은 작품군을 다루며 다양한 시선으로 '만화가 인생에 미치는 영향'을 조명한다.
곽재식·이연 외 | 알에이치코리아 | 368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