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 연합뉴스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하버드대학교 반(反)유대주의 정책 개입을 "불법적 억압"이라고 규정하며 정면으로 비판하고 나섰다.
15일(현지시간) 오바마 전 대통령은 자신의 X(엑스·옛 트위터)에 "하버드는 학문의 자유를 억압하려는 불법적이고 거친 시도를 거부하는 동시에 모든 하버드 학생이 지적 탐구, 치열한 토론, 상호 존중의 환경 속에서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구체적인 조처를 취했다"며 "다른 교육기관들도 이 같은 행보를 따르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하버드 로스쿨 출신이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하버드대가 반(反)유대주의 대응 지침 수용을 거부하자 "면세 지위를 박탈하겠다"고 압박했고, 행정부는 곧바로 수조 원 규모의 연방 보조금과 계약을 동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SNS인 트루스소셜에 "면세 지위는 전적으로 공공의 이익에 부합하는 행동에 달렸다는 점을 기억하라"고 적었다. 이어 "만약 하버드가 계속해서 정치적이고 이념적이며 테러리스트에게 영감을 받거나 그들을 지지하는 '질병'을 계속해서 추진한다면 아마 하버드는 면세 지위를 잃고 정치 단체로 세금이 매겨져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하버드대는 전날 캠퍼스 내 반유대주의 근절 등을 명분으로 트럼프 정부가 요구한 교내 정책 변경을 수용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버드는 정부의 요구를, 대법원이 오랫동안 보장해온 미국 대학의 자율성에 대한 심각한 위협으로 규정했다.
하버드대 캠퍼스. 연합뉴스
하버드의 이번 결정은 미국 내 여러 대학이 같은 이유로 보조금 삭감 압박을 받는 가운데 나온 첫 공개적인 저항이다. 하버드대 앨런 가버 총장은 교내 커뮤니티에 보낸 글에서 "우리 대학은 독립성이나 헌법상 보장된 권리를 놓고 협상하지 않을 것"이라며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변경 요구를 이행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이런 가운데 하버드의 첫 '반기'가 다른 대학들과 다양한 분야로 확산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은 15일 하버드의 뒤를 이어 트럼프 행정부의 요구를 거부했다. 예일대와 스탠퍼드대 등에서도 정부의 도를 넘은 간섭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컬럼비아대 데이비드 포젠 법학 교수는 AP통신에 "하버드는 분명 매우 강력한 기관"이라며 "하버드의 결정은 다른 대학들을 자극해 일종의 집단적 반발을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NYT)는 "하버드의 결정이 로펌, 법원, 언론 및 정부 내 다른 표적 집단에도 반발할 수 있는 힘을 실어줄 것"이라며, 하버드의 대응이 트럼프 행정부로부터 직간접적으로 압력을 받아온 다양한 분야에서의 '추가 반기'를 이끌어내는 변곡점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