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과 김장하 선생. 연합뉴스, ㈜시네마달 제공"이 시대의 진정한 어른" 최근 선종한 프란치스코 교황과 김장하 선생을 두고 사람들이 "이 시대 진정한 어른"이라며 열광하고 있다.
평생 가난하고 소외 받는 자들을 위해 헌신했던 프란치스코 교황의 선종 소식에 종교를 넘어 모두가 입을 모아 "진정한 어른" "시대의 큰 어른"이라며 애도하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교황명을 '프란치스코'로 정한 이유에 관해 "가난한 사람. 가난한 사람. 이들을 생각하니 곧바로 아시시의 프란치스코가 떠올랐다"고 말한 바 있다.
청빈한 삶을 살아오며 낮은 자세로 임했던 교황은 마지막까지도 "단지 '프란치스코'라는 이름만 (무덤에) 남겨 달라"는 유언을 남겼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 2013년 3월 즉위 이후 교황청에서 무보수로 봉사하겠다며 월급을 받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그가 남긴 재산은 100달러, 우리 돈 14만원 정도에 불과했다.
힘없는 자들의 목소리를 외면하지 않고 귀 기울이며 늘 약자에 편에 섰던 교황의 정의에 종교인과 비종교인 가리지 않고 전 세계 많은 사람이 감명받았다.
22일 오후 지난 21일(현지시간) 선종한 프란치스코 교황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 중구 명동대성당 지하성당에서 조문객들이 추모를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평생에 걸쳐 전쟁 반대를 외쳤던 교황은 선종 직전까지 우크라이나와 중동에서 벌어지는 전쟁의 종식과 평화를 빌며 "제 인생 마지막을 장식한 고통을 세상의 평화와 민족 간의 형제애를 위해 주님께 바친다"고 기도했다. 또 "종교와 사상, 표현의 자유와 타인의 견해에 대한 존중 없이는 평화가 있을 수 없다"고 호소했다.
교황은 다른 종교를 배척하지 않고 오히려 다름을 존중하고 공존할 것을 이야기했다. 9·11 테러가 일어났을 당시에도 교황은 무슬림을 비롯한 다른 종교에 대해서도 열린 태도를 지녀야 한다고 당부했다.
또 2021년 3월 5일 가톨릭 역사상 처음으로 이라크를 방문한 교황은 이라크 고위 관계자와 만나 폭력 중단을 촉구하며 "서로의 차이를 뛰어넘고 상대방을 같은 인류의 일원으로 보는 법을 배워야만 효과적인 재건의 과정을 시작하고 후세에 더 정의롭고 인간적인 세상을 남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선종 이후 한국과의 인연 역시 끊임없이 회자되며 추모가 이어지고 있다. 무엇보다 교황은 방한 당시 세월호 참사 생존 학생과 희생자 유가족들을 찾은 것은 유가족은 물론 많은 사람에게 위로를 전했다.
그는 "세월호 침몰이라는 비극적인 사건을 통해 모든 한국 사람이 슬픔 속에 하나가 됐다"며 "공동선을 위해 연대하고 협력하는 그들의 헌신적인 모습을 확인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일부 유가족에게는 직접 세례를 주기도 했다.
한국 방문을 마치고 돌아가는 전세기에서 '세월호 추모 행동이 정치적으로 이용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교황은 "세월호 유족의 고통 앞에서 중립을 지킬 수 없었다"고 답했다.
영화 '어른 김장하' 속 김장하 선생. ㈜시네마달 제공프란치스코 교황과 함께 국내에서는 김장하 선생이 '시대의 어른'으로 불리며 그의 삶을 배우고 싶다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 요지를 낭독한 문형배 전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의 '스승'으로 알려진 김장하 선생 역시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을 도우며 소박한 삶을 산 것으로 유명하다. 81세인 김 선생은 지금도 자가용 없이 걷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있다.
김 선생은 끝없이 베푸는 삶을 살게 된 이유로 "내가 배우지 못했던 원인은 오직 가난이었다"고 밝혔다. 그는 경남 진주에서 '남성당 한약방'을 운영하며 39살이던 1983년 진주에 세운 명신고등학교를 1991년 국가에 헌납했다. 또 1천 명이 넘는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건넸다.
학생들만이 아니다. 김 선생은 가정폭력 피해자를 위한 쉼터를 만들었으며, '친일인명사전' 제작에도 힘을 보탰다. 그렇지만 한 번도 자신을 앞세우거나 자신이 행한 일을 알리려 하지 않았다.
그는 남몰래 많은 사람에게 아낌없는 나눔을 실천하면서도 아무것도 바라지 않았다. 김 선생은 "줬으면 그만이지, 보답받을 이유가 없다"며 조용히 자신의 것을 나눴다.
문형배 전 재판관이 사법시험에 합격하고 인사하러 간 자리에서도 김 선생은 "내게 고마워할 필요는 없다. 나는 이 사회의 것을 너에게 주었으니 갚으려거든 내가 아니라 이 사회에 갚아라"고 말했다.
이처럼 프란치스코 교황과 김장하 선생을 '참 어른'이라고 부르며 사람들이 열광하는 배경에는 두 사람이 보여준 정의로운 행보 외에도 '기성세대'에 대한 실망감이 자리 잡고 있다.
하재근 문화평론가는 CBS노컷뉴스에 "지금 젊은 세대가 여러모로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면서 자기 자신을 불우한 세대라 생각하는 경향도 있고, 미래에 대한 희망도 많이 찾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자신들의 처지가 안 좋아진 세상을 만든 기성세대에 대해 별로 좋은 감정이 없다"고 짚었다.
이어 "거기에 나라를 이끌던 대통령이 갑자기 계엄을 선포하고, 그 이후 탄핵이나 재판 과정에서도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대통령뿐 아니라 주변 권력자들도 계속 실망스러운 모습 보이면서 기성세대에 대한 실망감이 상당히 커졌다"며 "실망감에 비례해 바람직하다고 여겨지는 기성세대에 대한 갈증도 같이 커졌다. 이때 교황과 김장하 선생이 바람직한 기성세대 상으로 제시되면서 거기에 호응하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