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2025년도 제1회 추경예산안에 대한 정부 시정연설을 마치고 국회를 나서고 있다. 윤창원 기자국민의힘 대선 2차 경선 후보 4명 모두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와의 단일화 가능성을 언급하며 '빅텐트론'이 더욱 힘을 받고 있다.
다만,
기존에는 한 대행 출마 자체를 부정한 후보들이 너도나도 '한덕수 단일화' 카드에 편승하는 모습을 두고 진정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내에서조차 이같은 후보들의 '유턴'은 경선 승리를 위한 고육책일 뿐이라는 쓴소리도 나왔다.
마지막까지 韓단일화 '부정적'이었던 安도 입장 선회
사실 '한덕수 출마론'은 1차전 전부터 당 안팎에서 흘러나온 시나리오다.
다만 당시엔 보수진영이 선택 가능한 하나의 옵션이었다면, 지금은 가정을 넘어 출마가 거의 기정사실이 된 분위기다. 후보들의 '단일화' 의지가 관심을 모으게 된 배경이다.
이는 4강 후보(김문수·안철수·한동훈·홍준표) 중
마지막까지 한 대행 출마에 가장 회의적이었던 안 후보의 태세 전환에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안 후보는 25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한 대행 출마에 원칙적으로 여전히) 반대한다. 다만 만에 하나, 한 대행이 30일 (전후) 출마를 기정사실화한다면 저는 '빅텐트'로 같이 힘을 모아서 함께 '반(反)이재명 전선'을 구축해야만 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에 진행자가 2002년 당시 '노무현-정몽준 단일화'만큼 드라마틱한 효과가 있겠느냐고 묻자, "일은 실제로 일어나기 전에는 모르지 않나"라며
"'어느 구름에서 비가 내릴지 모른다'는 말도 있다"는 답변을 내놨다.
한 대행의 등판이 적절하다고 보진 않지만, 막상 판이 깔린다면 마다하진 않겠다는 '소극적 찬성' 입장을 천명한 것이다. 앞서 24일, 안 후보가 한 대행을 향해 "부디 출마의 강을 건너지 마십시오"라며 불출마를 권유한 것을 상기하면 하루 새 톤이 급변한 셈이다.
당시 안 후보는 "당내 일부 정치세력들이 자신의 이해관계만을 앞세워 출마를 부추기고 있지만, 마지막까지 품격 있고 소신 있게 공직을 마무리해 주시길 바란다"고까지 당부했는데, 당과 지지층의 여론에 밀려 당초 소신을 한 수 접은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갤럽이 지난 22~24일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p,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에 따르면, 국민의힘 지지층에서는 한 대행을 대통령감으로 보는 지지율이 69%를 기록해 경선 중인 당 후보들보다 높았다. 김문수 후보는 59%, 홍준표 47%, 한동훈 39% 등이었다.
한 대행 출마 여부에 관해 '아는 바 없다'고 선을 그어 온 당 지도부도 단일화 군불을 때면서 한 대행을 후방으로 지원하는 모양새다.
이기려고만 보는 '오락가락'에 당내서도 쓴소리
25일 서울 종로 동아미디어센터 오픈스튜디오에서 국민의힘 대선 2차 경선 진출자인 한동훈(왼쪽), 홍준표 후보가 토론 준비를 하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다만 빅텐트용(用) 단일화론이 뜨는 것과, 실제 그로 인한 효과는 별개의 문제라는 우려도 나온다. 경선 초반에야 김 후보 캠프가 '한덕수 단일화'를 앞장서서 띄웠지만, 지금은 나머지 전원이 다 뛰어들면서 차별성이 거의 사라졌다는 지적이다.
전날 장장 3시간의 '맞수토론'을 펼친 한 후보와 홍 후보도 단일화 공방을 주고받았다. 특히 한 후보는 본인이 주도권을 쥔 선행 토론에서
"한덕수 대행 관련 홍 후보님이 하신 말씀이 왜 갑자기 이렇게 확 변했는지 잘 모르겠다. 심경이 변한 이유가 특별한 이유가 있나"라고 공격했다.
한 후보는 홍 후보가 애초에 한 대행 출마가 불가능하다는 취지로 언급하며 '몇몇 철딱서니 없는 중진 의원들이 설치는 것'이라고 비판한 것을 두고 "기자들 앞에서 여러 차례 (이렇게) 말씀하셨다가, 갑자기 단일화하겠다고 페이스북으로 말씀하시고 (이튿날) 기자회견으로 그 얘기를 하시더라"고 지적했다.
그러자 홍 후보는 "어제(24일) (토론에서는 단일화 O·X 질문에) '세모'를 들더니 오늘은 'O'(긍정)을 든 이유부터 설명하라"고 역공했고, 한 후보는 '당면한 경선에 집중하고, 최종후보가 선출되면 세력을 다 합치자'는 입장은 바뀐 적이 없다고 되받아쳤다.
당내에서는 이들의 말을 곧이곧대로 수용한다고 해도
△'대행의 대행' 체제를 감수할 만한 한덕수 출마의 명분(정당성) △한 대행-당 후보 단일화 시 본선 승률 등이 여전히 다 설명되지 않는다는 쓴소리도 나온다.
국민의힘의 한 의원은 "한 대행의 추경 시정연설을 보니 (평소 발언과는) 톤이 많이 다르더라. 출마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도 '한덕수 단일화'가 실현될 경우 "(한 대행은) 부전승인 셈인데 '페어플레이'가 아니지 않나. 유권자 관점에서 얼마나 설득력이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표 단순합산을 통해 이기기 위한
'선거공학'만 읽힐 뿐, 정작 '국민을 위해'라는 명분은 실종됐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원내 핵심관계자는 "(단일화 선결조건의) 첫째는 한 대행의 굳은 결심이겠지만
우리 당 후보들이 한 대행과 '빅텐트'를 하겠다고 하는 데 진정성이 있어야 된다고 본다"며 "(단순히) 표심을 얻기 위한 거라면, 그렇게 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 대행의 출마를 피하거나 못하게 한다고 해서 우리 후보의 경쟁력이 생길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