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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원희룡 참석' 민간 포럼서 MOU 찍어낸 삼부토건…조작의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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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국내 1호 건설사'에서 주식시장의 대표적 '작전주'로 전락한 삼부토건. 주가조작 세력의 뒤틀린 욕망은 정권의 도움이 있을 때 날개를 단다. 때마침 윤석열 대통령 부부와 장관이 바람잡이가 돼 주었고 삼부토건 주가는 두 달 만에 5배 이상 치솟았다. 기막힌 우연일까 약속된 각본일까. CBS노컷뉴스는 김건희 여사의 계좌관리인으로 알려진 이종호씨가 '삼부 내일 체크하고' 메시지로 쏘아 올린 의혹의 실체를 가장 먼저 확인한 뒤 사건의 전말을 추적해왔다. 삼부토건의 새빨간 거짓말과 윤석열 정권의 수상한 행보를 연속 보도한다.

[삼부토건의 새빨간 거짓말, 바람 잡은 尹정권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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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단독]'원희룡 참석' 민간 포럼서 MOU 찍어낸 삼부토건…조작의 시작
(계속)

금융당국이 파악한 '삼부토건 주가조작 사건'의 시작점은 2023년 5월 열린 이른바 '폴란드 포럼'으로 29일 확인됐다. 이 포럼을 기점으로 삼부토건이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을 내세우며 인위적인 주가부양 작업을 본격화했다고 본 것이다.

이즈음 정권의 행보는 공교롭게도 삼부토건에게 유리하게 흘러갔다. 윤석열 전 대통령은 포럼 전날 우크라이나와의 협력을 언급하며 '한-우크라 정상회담'을 성사시켰다. 원희룡 당시 국토교통부 장관은 포럼에 직접 참석하며 한국 기업의 재건 사업 참여 의지를 홍보했다.

29일 CBS노컷뉴스 취재와 금융당국 등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삼부토건 주가조작 의혹 사건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2023년 5월 22~23일 열린 '폴란드 우크라 재건 포럼'(폴란드 포럼)을 주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삼부토건은 2023년 5월 22일 오전 폴란드 포럼에 자신들이 초청됐다는 사실을 알리는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당시 보도자료에는 '우크라이나 전후 재건사업 규모 1200조원 추산'이라는 문구와 함께 "포럼에는 대한민국 정부, 국회, 지자체, 기관, 기업을 비롯해 국제기구, EU, NGO 등이 참여해 우크라이나에 대한 인도적 지원, 전후 복구 및 경제·사회 발전을 위한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고 협력을 논의할 예정"이라는 내용이 담겼다. 이에 일부 언론에서는 '1200조 잭팟 가능성'을 부각하며 삼부토건 관련 보도들을 쏟아냈다.

그러나 '초청됐다'는 표현은 엄연히 사실과 달랐다. 폴란드 포럼은 국내 민간 기업의 경우 1인당 100만 원의 참가비만 납부하면 누구든지 참석할 수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심지어 포럼이 개최될 당시에는 이같은 참가비도 필요 없이 누구나 참석을 허용했다고 한다.

그럼에도 '초청됐다'고 홍보한 삼부토건은 본격적으로 우크라이나 정부·기업 측과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기 시작했다. 삼부토건 측은 사전 논의 없이 즉석에서 상대방이 수기로 MOU를 맺을 수 있는 양식을 유라시아경제인협회로부터 전달받아 준비했다고 한다.

폴란드 포럼에서 졸속으로 체결된 MOU는 총 4건. MOU에는 '우크라이나 재건' 등의 단어는 등장하지도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포괄적인 협력을 위한 일반적인 내용만 MOU에 담겼으며, 다른 회사의 MOU에 비해 삼부토건의 MOU는 구체성이 떨어진다고 금융당국은 판단했다.

심지어 MOU 체결을 맺은 폴란드·우크라이나 기업은 건설사가 아닌 데다, 삼부토건이 체결한 MOU 4건의 내용은 사실상 동일한 것으로 조사됐다. 총체적으로 부실한 MOU가 양산된 셈이다.

'재건' 언급도 없는데…"재건 위한 협약" 거짓 자료 배포


이렇게 체결된 MOU들은 과장과 허위가 가득한 보도자료로 만들어져 국내로 전달되면서 주가가 본격적으로 치솟은 계기가 됐다고 금융당국은 보고 있다.

가령, MOU에는 '양사가 동의하는 프로젝트 발굴 시 최선을 다해 프로젝트 관련 세부 사항 협의·협력'이라고 표현돼 있지만, 보도자료에는 "복구 사업이 가속화될 것", "재건 사업 규모를 더 확대할 것" 등으로 허위·과장된 내용들이 들어간 것으로 확인됐다.

결국 이런 보도자료를 통해 국내에 전달된 뉴스에는 "우크라이나 현지 도시와 재건을 위한 협약을 맺고 복구사업을 가속화한다", "재건사업 관련 포괄적 MOU 체결", "복구사업 추진에 속도" 등의 표현이 다수 등장하게 됐다.

폴란드 포럼 이후에도 삼부토건은 MOU 체결에 집착했다고 한다. 다음달(6월) 우크라이나 도시 이르핀시(市), 현지 기업 IPGD와 각각 MOU를 맺었으나 마찬가지로 통상적인 협력을 명시하는 수준에 그쳤고 허위·과장된 보도자료가 배포됐다.

담당자 고작 1명…내부서 "주가상승 위한 행동"


급조된 MOU를 토대로 허위·과장된 보도자료가 배포됐지만, 실상은 '속 빈 강정'이었다. 삼부토건은 정작 폴란드·우크라이나 정부·기업 측에서 구체적인 비즈니스 논의를 하자는 요청에는 소극적으로 대응했다는 게 금융당국의 조사 결과다.

우크라이나 도시 코노토프시(市) 측과 마리우폴시(市) 측은 삼부토건에 도시 재건 사업과 관련한 자료나 세부 프로젝트별 추진 계획 등을 송부했으나, 삼부토건은 좀처럼 협의를 진행하지 않았다. 심지어 코노토프시 측은 추가 협력을 위한 면담을 요청했으나, 삼부토건 측에서 거절했다고 한다.

당시 삼부토건에서 재건 관련 해외사업 담당자는 1명에 불과했으며, 재무적으로도 해외 재건사업에 뛰어들 상황이 아니었다는 게 금융당국의 판단이다. 실제로 해외사업의 경우 매출이 거의 발생하지 않아 2022년 초부터 정기보고서에 해외사업 부문의 철수를 공시해 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삼부토건이 거짓으로 홍보한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은 2024년 사업계획서에 포함되지도 않았다.

당시 상황을 잘 아는 삼부토건 직원 A씨는 금융당국의 조사에서 "해외사업을 제대로 하려면 여러 곳과 MOU 체결을 하는 것이 아니라 정말 수주할 수 있는 거래 상대방과 MOU를 체결해야 한다"며 "(상부에서는) 그것보다 다수의 상대방과 MOU 체결을 지시해, 정말로 우크라이나 재건사업을 하고 싶은 의사가 있는지 의문스러웠다"고 진술했다.

그러면서 "폴란드 포럼 참가 초기부터 우크라이나 재건사업 참여는 부정적으로 생각하고, 다수의 MOU 체결 지시는 결국 삼부토건 주가 상승을 위한 행동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가조작 의심 시점 전후로 등장한 윤석열·원희룡

눈에 띄는 대목은 금융당국이 삼부토건의 주가조작 작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고 의심한 시점을 전후로 윤 전 대통령과 원 전 장관이 차례로 등장한다는 점이다.

폴란드 포럼 하루 전날(5월 21일) 윤 전 대통령은 일본 히로시마에서 열린 G7 회의에서 우크라이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과 만나 첫 정상회담을 했다. 윤 전 대통령은 정상회담에서 "한국 정부는 외교적, 경제적, 인도적 지원을 포함해 우크라이나가 필요로 하는 지원을 제공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원 전 장관은 폴란드 포럼에 직접 참석해 "(우크라이나) 재건과 복구는 더 나은 미래로 나아가는 것이고, 이 과정에서 한국은 좋은 파트너로서 적극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결국 삼부토건 주가는 윤 전 대통령과 원 전 장관의 행보에 힘입어 날개를 단 듯 솟아올랐다. 원 전 장관이 폴란드 포럼에 참석한 5월 22일 삼부토건의 주가는 전일 대비 29.97% 올라 1496원에 장을 마쳤다. 이어 다음날에도 29.95%가 다시 올랐으며, 24일에도 큰 상승폭을 유지하며 종가 2115원을 기록했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에서 김건희 여사의 계좌관리인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먼트 대표가 단체대화방에 "내일 삼부 체크하고"라는 메시지를 남긴 시점이 5월 14일. 1천원대 초반이었던 주가가 약 일주일 만에 두 배 이상 상승한 마법 같은 일이 일어난 것이다.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 윤창원 기자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 윤창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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