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3년 10월 3일 중국 저장성 중국기원 분원에서 열린 19회 항저우 아시안게임 바둑 남자단체 결승전에서 한국 신진서가 중국 양딩신과 대국하고 있다. 연합뉴스한국에서 개최되는 30년 역사의 메이저 세계기전에 중국이 불참을 선언, 대회 운영 차질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관련해 '반쪽 대회' 논란이 불거졌고, 한국기원은 긴급 처방을 내놨다.
29일 한국기원에 따르면 제30회 LG배 조선일보 기왕전이 내달 18일 경기도 광주시 곤지암리조트에서 개막해 본선에 돌입할 예정이지만, 중국의 불참 선언으로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당초 LG배 본선 24강은 한국 12명, 중국 7명, 일본 3명, 대만 1명, 와일드 카드 1명으로 진행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지난 24일 중국위기협회(중국바둑협회)가 전기 시드자(전 대회 결승 진출자)인 커제 9단 등 모든 중국선수단을 파견하지 않겠다고 한국기원에 통보했다.
중국은 왜 대회 개막이 한 달 여도 안 남은 시점에 불참을 통보한 것일까.
지난 1월 열린 29회 LG배 결승에 진출한 중국의 커제 9단과 관련 있다는 것이 정설(定說)이다. 당시 커제 9단은 한국기원이 새로 만든 규정인 '사석관리' 위반으로 변상일 9단에게 반칙패를 당했다. 직후 중국위기협회는 공개 반발했고, 해당 심판의 징계를 요구했다. 한국기원은 이를 받아 들이지 않았고, 중국은 이를 문제 삼아 이번 대회에 불참 통보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뿐 아니라, 중국위기협회는 이번 시즌부터 자국 주최의 갑조리그와 여자리그의 용병제 폐지를 결정했다. 사실상 한국 기사들의 출전을 막은 셈이다. 중국은 국내 바둑 육성 등을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으나, LG배 판정에 대한 보복 행위란 의혹을 사고 있다.
지난 1월 LG배 결승에서 대결한 변상일 9단(사진 왼쪽)과 중국 커제 9단. 한국기원 제공중국 불참이 현실화되자, 한국기원은 긴급 처방에 나섰다. 중국 선수의 빈 자리에 역대 이 대회 우승자들을 채운다는 것이 긴급 처방의 골자다.
한국기원은 중국 선수 7명의 자리에 LG배 우승자인 이창호 9단, 유창혁 9단, 강동윤 9단 등 바둑 레전드들을 비롯해 중국을 제외한 일본, 대만 등 다른 나라 바둑 기사들 중 이 대회 역대 우승자로 대체할 계획이다.
이럴 경우, 이 대회 본선 24강 중 기존 진출자 12명을 포함해 한국 기사는 최소 15명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결국 24강 출전 기사 중 62.5% 이상이 한국 기사들로 채워지는 셈으로, '반쪽 대회' 오명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이날 긴급 처방과 관련한 CBS노컷뉴스의 관련 취재에 한국기원 관계자는 "현재 중국 선수가 빠진 7명 자리를 역대 우승자들을 초청한다는 방침은 정해졌으나, 아직 누구로 채워질지 명단은 확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반쪽 대회' 우려와 관련해서는 "중국이 빠졌지만, 16명 이상 출전 및 우승 상금 1억5000만원 이상 등의 메이저 대회 조건을 충족하고 있기에 대회가 차질을 빚는 것은 아니다. 대회를 차질 없이 진행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차후 중국 바둑위기협회와의 관계에 대해서는 "중국이 LG배에 국한해서 불참을 선언한 것으로, 양국 바둑 기관·단체간의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그러면서 "(중국 측과) 지속적으로 소통하고 있는 만큼, LG배 역시 차후 대회부터는 잘 복원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망했다.
대국 중인 바둑 레전드 이창호 9단. 한국기원 제공그동안 LG배에서는 중국 선수를 제외하면 이창호(1·3·5·8회), 왕리청(2회·일본), 유창혁(6회), 이세돌(7·12회), 장쉬(9회·일본), 저우쥔신(11회·대만), 박정환(19회), 강동윤(20회), 신진서(24·26·28회), 신민준(25), 변상일(29회) 9단이 차례로 우승컵을 차지한 바 있다.
이 대회의 우승 상금은 3억원, 준우승 상금은 1억원이다. 16강은 내달 21일 열리고, 8강과 4강은 8월에 개최된다. 최종 우승자를 가리는 결승 3번기는 내년 1월에 열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