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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이너 베이비에서 생물무기까지…인간이 신을 꿈꾼다 [책볼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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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이 시리즈는 유발 하라리, 레이 커즈와일, 에이미 웹, 제이슨 솅커, 토마스 프레이 등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미래학자 5인의 주요 저서를 중심으로, 대한민국과 세계가 직면한 정치·사회·경제·기술적 위기를 분석하고 다가올 미래를 위한 현실적이고 실현 가능한 해법과 방향성을 5회에 걸쳐 탐색하고자 한다.

[대선 '더 미래' 시리즈③]
하라리와 웹이 말하는 생명기술의 미래
"미래는 기술이 아니라, 인간의 사고방식이 만든다"


백신, 유전자 편집, 생명 연장 기술이 급속히 발전하면서 인간의 몸은 더 이상 자연의 산물이 아니라 기술의 대상이 되고 있다. 우리가 먹고, 낳고, 늙고, 죽는 방식 자체가 바뀌는 시대—이 새로운 시대를 유발 하라리와 에이미 웹은 '포스트휴먼'의 문턱이라고 진단한다.

기술은 이제 생명을 설계하고, 인간을 다시 정의하는 도구로 진화 중이다.

역사학자인 유발 하라리는 '호모 데우스'에서 미래 인류의 가장 중요한 목표는 '불멸(immortality)', '행복(happiness)', '신성(divinity)'이라고 말한다. 앞으로 인간은 더 오래 살고, 더 행복해지며, 더 뛰어난 존재가 되려는 욕망을 기술을 통해 실현하려 할 것이라고 우려한다. 과거 종교가 신에게 맡겨온 이 영역을, 이제는 과학기술이 직접 탐구하고 도전하게 됐다는 것이다.

특히 유전공학과 바이오기술의 급진적 발전은 인간의 수명을 연장할 뿐 아니라, 출생과 생식의 조건까지 재설계할 가능성을 제시한다. 하라리는 이를 두고 "인간이 스스로를 신처럼 만들 수 있는 문 앞에 서 있다"고 경고한다.

이런 전망은 현실에서도 확인된다. 2023년 미국 MIT와 하버드 공동 연구진은 인간 수정란(배아) 단계에서 특정 유전병을 가진 유전자를 제거하는 데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이 연구는 질병 예방 측면에서 큰 진전이지만 동시에 '디자이너 베이비'(맞춤아기)에 대한 윤리적 논란을 촉발했다.

영화 '가타카'(1997, Gattaca)는 디자이너 베이비를 정면으로 다룬 영화로, 디자이너 베이비가 가져올 수 있는 사회적 불평등, 유전자 계급화, 윤리적 논쟁 등을 강력하게 묘사해 화제를 모았다. 지금도 생명윤리 분야에서 가장 자주 인용되는 영화 중 하나다.

어떤 생명을 태어나게 할 지를 인간이 정할 수 있다면, 그것이 과연 윤리적인가? 기술은 질문을 만들었지만 사회는 아직 그 해답을 준비하지 못했다.


유발 하라리 저서 '호모 데우스'와 '사피엔스'유발 하라리 저서 '호모 데우스'와 '사피엔스'
미래학자 에이미 웹은 합성생물학자인 앤드류 헤셀과 함께 쓴  '더 제네시스 머신(The Genesis Machine)'에서 이러한 생명공학 기술의 발전을 보다 구체적이고 냉정하게 분석한다.

그는 합성생물학(synthetic biology)의 유전자 편집 기술이 단지 질병 치료에 머물지 않고 제약, 식품, 군사, 환경 분야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영향력을 미치고 있으며 이미 다국적 제약회사들과 정부가 이 기술을 두고 전략적 경쟁을 벌이고 있다고 설명한다.

웹은 유전자 정보를 조작하는 기술이 특정 민족이나 유전자 집단을 타깃으로 하는 생물학적 무기 개발로 악용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그래서 기술만큼 중요한 것이 바로 '민주적 통제'이며 사회 전체가 함께 기준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한다.

한국 사회도 이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다. 2024년 현재, 국내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은 유전자 편집과 배아 실험에 대해 엄격한 제한을 두고 있으나 바이오기업들의 연구 속도와 국제 경쟁은 이 윤리적 저지선을 계속 압박하고 있다.

실제로 유전자 편집 기술과 바이오 연구 분야에서 한국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국내 유전자가위 연구개발 건수는 5년 사이 3배 이상 증가했으며, 글로벌 바이오 특허 경쟁에서도 한국은 상위 10위권 안에 들어섰다. 그러나 윤리기준이나 사회적 합의는 여전히 뒤따라오지 못하고 있다는 우려가 크다.

유발 하라리는  다른 저서 '사피엔스'에서 "인간의 진보는 신화, 제도, 기술의 결합으로 이루어져 왔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금 우리가 마주한 생명 기술의 진보는 기존의 신화도 제도도 따라가지 못할 만큼 빠르고 거대하다. 인간의 욕망과 기술의 속도가 불일치할 때, 사회는 윤리적 공백을 마주하게 된다. 그리고 그 공백은 때로 한 세대 전체의 운명을 좌우한다.


에이미 웹 저서 '더 제네시스 머신'과 '빅나인'에이미 웹 저서 '더 제네시스 머신'과 '빅나인'
에이미 웹은 이처럼 거대한 변화의 흐름 속에서 정부가 이같은 불균형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기술 개발만 앞세울 게 아니라 시민이 참여하고 감시할 수 있는 규제 시스템, 신뢰할 수 있는 윤리 기준, 그리고 글로벌 사회가 함께 공감할 수 있는 원칙이 함께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기술의 발전이 인간성을 위협하지 않기 위해 필요한 것이 기술보다 앞선 '사회적 설계 능력'이라는 것이다.

생명을 다시 설계할 수 있게 된 시대, 기술은 이미 수많은 질문을 던지고 있지만 인간 사회는 아직 명확한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단순히 '무엇이 가능한가'를 넘어서 '무엇이 옳은가', '누구를 위한 기술인가'를 묻는 태도가 중요해진 시점이다.

에이미 웹은 최근 미국 텍사스 오스틴에서 열린 'SXSW 2025' 기조연설에서 이렇게 말한다.

"우리는 살아 있는 지능(Living Intelligence)의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기술이 아니라, 인간의 사고 방식이 미래를 결정할 것입니다."

기술은 이미 인간을 넘어서려 한다. 이제는 우리가 그것을 어디까지 허용할지 결정할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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