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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주인이다"…지금이 그 책임을 다할 순간 [책볼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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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대 대통령선거 사전투표가 시작된 29일 오전 서울 마포구 용강동주민센터에 마련된 투표소에서 유권자들이 투표를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제21대 대통령선거 사전투표가 시작된 29일 오전 서울 마포구 용강동주민센터에 마련된 투표소에서 유권자들이 투표를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
대한민국은 지금 세계사적 전환점 위에 서 있다. 12.3 계엄 내란사태로 촉발된 친위 쿠데타는 대통령 탄핵으로 귀결됐고, 오는 6월 3일 열릴 조기 대선은 단지 새로운 정권의 선택이 아니라 민주주의를 회복하고 다시 세울 것인가를 묻는 중대한 국민의 심판대다.

정치적 격변기 속에서 경제 위기와 불평등이 겹쳐진 이 시점, 우리는 어떤 기준으로 미래를 판단하고 어떤 가치 위에 사회를 다시 설계해야 하는가. 그리고 오늘 우리가 다시 묻는 "민주주의란 무엇인가?"

이 질문 앞에서, 우리는 어떤 책을 펼쳐야 할까. 그 물음에 마주선 이들에게 권할 두 권의 책이 있다. 채사장의 '시민의 교양'(2015, 웨일북), 그리고 김누리 중앙대 교수의 '우리의 불행은 당연하지 않습니다'(2020, 해냄)이다.

두 책은 모두 '시민'이라는 이름의 주체를 되묻는다. 우리가 매일 살아가는 정치, 경제, 교육, 복지의 구조를 들여다보게 하고 우리가 처한 불행이 과연 개인의 책임이었는지, 아니면 사회적 결과였는지를 다시 생각하게 한다.

책 '시민의 교양'은 '대통령의 선택'에서 시작한다. 지금의 한국 사회에서 이 선택은 바로 우리의 삶과 직결된다. 저자 채사장은 독자에게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고 답을 고민하게 한다.

그러면서 우리가 매일 살아가는 사회의 구조를 차근히 해설한다. 국가는 무엇이며, 세금은 왜 내는가. 자유는 개인의 것이기만 한가. 노동은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한 수단인가. 저자는 이 책에서 시민이 사회를 이해하고 주체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가장 기초적인 시각을 제시한다.

저자는 "세금은 단순한 돈이 아니라 사회를 유지하는 가장 근본적인 장치"라고 강조한다. 우리는 보통 세금이라는 단어에 불쾌함부터 느끼지만, 그것이 없다면 복지와 인프라, 교육, 법질서조차 유지되지 않는다.

그리고 질문한다. "우리는 왜 이런 사회를 살아가는가?"라는 질문을. 그리고 이렇게 답한다. "어떤 사회는 시장이 지배하고, 어떤 사회는 국가가 개입한다. 중요한 것은 균형이다."

이 균형이 무너질 때, 시민은 '소비자'로 전락하고 정치적 주체성을 상실한다. 채사장은 특히 "정의는 누구나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실은 누구나 다른 방식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말한다.

웨일북 제공 웨일북 제공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질문 앞에서 저자는 존 롤스의 '무지의 베일' 개념을 인용한다. 각자의 이해관계를 모두 모른 채, 누구에게나 공정한 규칙을 선택해야 한다면 우리는 어떤 제도를 선택할 것인가? 그 질문은 지금의 한국 정치와 사회제도가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가를 되돌아보게 한다.

'시민의 교양'은 이렇게 질문으로 우리를 괴롭힌다. 당신은 시민으로서의 삶을 살고 있는가? 시민임을 망각한 채 혹은 외면한 채 현실에 휩쓸려, 제대로 된 선택을 못하면서 살고 있지는 않은가?

우리가 정치를 외면하면, 결국 그 대가는 우리 삶의 질로 되돌아온다. 시장의 자유와 국가의 개입 사이에서 균형을 잃은 사회는 약자를 보호하지 못하고 자유는 특권이 되고 만다. 이 책은 그런 사회 구조를 단순화해서 보여주며 '지혜로운 유권자'가 되는 길을 안내한다.

반면, 김누리 중앙대 교수의 '우리의 불행은 당연하지 않습니다'는 이 시대의 고통을 보다 직설적으로 다루는 사회 비평서에 가깝다.

"정말 이상한 사회입니다. 개인을 억압하는 잘못된 사회구조때문에 생긴 불행의 책임을 개인에게 물으며, 다시 또 개인을 착취하는 이상한 사회가 된 것입니다."

1989년 독일로 유학을 떠나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는 상황을 지켜보았던 저자는 경쟁 없는 학교, 등록금과 생활비 전액 무상 대학, 이사회의 절반이 노동자인 기업 등 한국에서는 상상할 수 없었던 복지 정책과 사회적 정의가 자리 잡은 문화를 독일에서 처음 마주하게 되었다고 고백한다.

문제를 '상식적으로' 해결하는 독일을 지켜보며 자신이, 그리고 한국의 문화와 사회 시스템이 '이상하다'는 점을 느낀 저자는 두 나라의 역사와 교육·정치·사회·문화를 꼼꼼히 살펴보며 그 비정상성의 수수께끼를 하나씩 풀어나간다.

김 교수는  입시와 경쟁 중심의 교육, 소득 양극화, 비정규직 확산, 복지의 부재. 그는 이 모든 것이 분단 체제를 기반으로 한 병리적 사회 구조에서 기인했다고 진단한다. 그러면서 "분단은 단지 영토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 사회 전체를 규정한 병리적 이데올로기"라고 꼬집는다.

해냄 제공 해냄 제공 
안보를 이유로 표현의 자유가 위축되고 군사주의적 질서는 아직도 정치적 그림자를 드리운다. 12.3 내란 사태에서 드러난 '군 통수권의 폭주'는 바로 이런 분단 체제의 연장이라는 점을 상기시킨다.

그는 또한 OECD, ILO 등이 제시하는 한국의 지표가 소득불평등, 자살률, 노동시간 등 대부분의 삶의 질 항목에서 하위권에 머물고 있음을 보여주면서도 경쟁이 아닌 공존을 기반으로 한 교육과 복지, 노동의 재구성의 필요성을 역설한다. 그러나 우리는 그 현실을 '개인의 문제'로 축소하며 구조적 개입에는 침묵해왔다. 김누리 교수는 이를 "내면화된 권위주의"라고 진단한다.

책은 '우리는 왜 이렇게 불행한가?'라는 질문으로 시작해 "이 불행은 우리 탓이 아니다"라는 진단에 도달한다. 문제는 구조이고, 해결은 제도이며, 그 제도를 바꾸는 힘은 정치에 있고, 정치는 결국 시민의 손에 있다는 통찰이다.

이어 독일 사회민주주의의 사례를 소개하면서 한국 사회가 선택할 수 있는 대안의 방향성을 제시한다. 경쟁 없는 교육, 사회 연대 기반의 복지, 노동과 삶의 균형. 그것은 이상이 아니라, 이미 실현 가능한 모델이라고 강조한다.

두 책이 만나는 지점은 분명하다. 정치는 누가 다스리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가 어떤 태도로 살아가느냐의 문제라는 것이다. 시민이 정보를 갖고 사유할 수 없다면 정치는 엘리트의 전유물이 되고 불행은 반복된다. 결국 두 책이 공통적으로 전하는 메시지는 이렇다.

첫째, 불행은 개인의 잘못이 아니라 사회적 구조의 결과다.

둘째, 정치는 삶의 조건을 결정하며 시민은 그것을 바꿀 수 있다.

셋째, 지금이 바로 그 조건을 바꿀 수 있는 순간이다.


다가오는 6월 3일 조기 대선은 단순히 정권을 바꾸는 행위가 아니다. 그것은 우리가 어떤 사회를 원하는지, 그 사회를 만들 수 있다고 믿는지, 그리고 그 책임을 시민이 스스로 받아들일 준비가 되었는지, 시민이 주권자로서 응답하는 자리다. 그것은 우리 사회가 '다시 시작할 수 있는가'에 대한 물음이다.

'시민의 교양'은 우리가 지금 처한 구조를 읽는 눈을 키워주고, '우리의 불행은 당연하지 않습니다'는 그 구조를 바꾸려는 의지를 일깨운다.

책으로 세상을 바꾸는 일은 쉽지 않지만 세상을 바꾼 시민은 언제나 책에서 시작했다. 그리고 지금, 그 시작점에 서 있는 우리가 이 두 권의 책으로부터 지혜를 빌린다면 '더 나은 선택'도 가능할 것이다.


시민들이 서울 종로구 예술가의집 담장에 부착된 제21대 대통령선거 선거벽보를 살펴보고 있다. 류영주 기자시민들이 서울 종로구 예술가의집 담장에 부착된 제21대 대통령선거 선거벽보를 살펴보고 있다. 류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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