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SK 자밀 워니와 전희철 감독. KBLKBL에 '몰빵' 농구가 화두로 떠올랐다. 챔피언결정전에 진출한 서울 SK의 특급 스코어러 자밀 워니에 대한 이야기다.
워니는 지난달 29일 수원에서 열린 2024-2025 KCC 프로농구 수원 KT와 4강 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40득점을 몰아넣어 SK의 시리즈 승리를 견인했다. SK는 총 80개의 야투를 던졌는데 그 중 절반에 가까운 37개를 워니 혼자 던졌고 51%라는 준수한 성공률을 남겼다.
전희철 감독은 경기 후 워니에게 '올인'하는 공격 전개는 준비된 전술이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워니의 임팩트가 워낙 강했고 그만큼 국내 선수들의 침묵과 부진과 극명하게 대비됐기 때문에 '농구, 참 쉽게 한다'는 비판도 뒤따랐다.
전희철 감독은 5일 오후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창원 LG와 챔피언결정전 1차전을 앞두고 지난 이야기를 꺼냈다.
"한 번은 꼭 짚고 넘어가고 싶었다"면서 "몰빵 농구는 그냥 한 게 아니었다. 4강 플레이오프 4차전을 앞두고 워니를 활용하기 위해 1박 2일 동안 고민했다"고 털어놨다.
전희철 감독은 "정규리그 때는 그 농구를 하지 않았다. 국내 선수들의 희생이 따라야 하기 때문이다. 농구를 대충 하는 것 같지만 사전에 해야 할 일들이 많다. 선수들을 미리 다그치고 또 달래야 한다"고 말했다.
한 명의 에이스에게 공격권을 몰아주는 극단적인 농구를 하기 위해서는 팀 전체의 합의가 필요한 게 맞다. 먼저 동료들이 에이스를 굳게 믿어야 한다. 또 팀 승리라는 목표 아래 희생을 감수해야 한다. 코트에 서있는 선수 대부분 자신이 공격하기를 원하지만 그걸 참아야 한다.
다른 팀들과 달리 SK는 그게 쉽지 않다. 김선형과 안영준 등 정규리그 MVP 수상 경력을 자랑하는 선수가 2명이나 있다. 게다가 SK는 정규리그 우승을 확정지은 이후 수원 KT와 4강 플레이오프 기간까지 팀내 역할 분담 이슈로 도마 위에 올랐다.
불화는 없다고 못을 박은 전희철 감독은 이와 관련해 "선수들이 선의의 경쟁을 나쁘게 한다"고 짧게 이야기했다.
이 같은 분위기 속에서 '몰빵' 농구를 하기 위해선 공격 의지가 강한 국내 선수들의 이해를 구하고 합의를 이끌어내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게 전희철 감독의 설명이다.
밖에서 볼 때는 단순히 특급 에이스에게 공격권을 몰아주는, 편한 농구를 하는 것 같지만, 선수들의 멘탈을 달래야 하고 무엇보다 각 선수들의 위치와 역할을 재조정하는 등 준비할 게 많기 때문에 때문에 실상은 결코 쉽지 않다는 것이다.
전희철 감독은 "경기에서는 가장 확실한 공격 옵션을 써야 한다. 다만 그러기 위해서는 선수들의 역할과 위치를 새롭게 세팅해야 하고 이해를 구하는 과정도 필요해 너무 어렵다. 그런 부분이 있었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래서 그런 농구를 하는 날에는 (팀 전체의 희생이 있기 때문에) 꼭 이겨야 한다. KT와 4강 플레이오프 4차전을 앞두고 워니에게 '워니야, 오늘 지면 우리 둘 다 죽는다'는 말을 하기도 했다"고 웃었다.
챔피언결정전 1차전에서는 극단적인 카드를 꺼내들지는 않을 전망이다. 전희철 감독은 "오늘은 다를 것이다. 워니를 많이 활용하는 상황도 나오겠지만 오늘은 선수들을 믿는다"며 4강 때 잠잠했던 국내 선수들의 활약을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