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미국과 중국이 고율 관세를 90일간 대폭 완화하기로 합의하면서, 그 여파가 한국 수출 전반에 어떤 영향을 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한국 산업계는 중간재 수출 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내비치는 동시에 이번 합의를 통해 미국의 다급함이 드러난 만큼, 한미 간 상호관세 협상도 다른 국가들의 협상을 지켜본 뒤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는 분위기다.
중간재 수출 비중 높은 韓 "한숨 돌렸다?"
양국은 지난 12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공동 성명을 통해 상호 고율 관세를 각각 115%포인트 인하하기로 발표했다. 미국은 누적 145%에 달했던 중국산 제품 관세를 30%로 낮추고, 펜타닐 유입 명분으로 부과한 20% 관세만 유지하기로 했다. 중국도 미국산 제품에 대한 보복관세를 기존 125%에서 10%로 조정했다.
한국 산업계는 가장 큰 수출 시장인 미국과 중국이 일시적이나마 휴전에 들면서 한시름 덜었다는 반응이다. 무엇보다도 불확실성이 일부 걷혔다는 부분에 크게 안도 하고 있다.
양지원 한국무역협회 수석연구원은 "그간 높은 불확실성으로 인해 기업들이 투자나 수출 확대에 소극적이었지만, 휴전을 계기로 관망 분위기에서 벗어나 적극적인 전략을 모색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중간재 수출 회복에 대한 기대가 크다. 양 연구원은 "우리나라 같은 경우에는 중간재 수출 비중이 꽤나 높은 무역 구조를 지닌 국가인데 특히 많은 비중을 중국에 수출하고 있다"며 "미국의 관세율 인하로 중국 제품에 대한 수요가 늘고, 중국 내 생산이 늘어나면 한국의 중간재를 수입하는 수요가 회복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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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대중국 수출 중 중간재가 차지하는 비중은 2023년 기준 78.4%에 달하며, 그 중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 부품은 90% 이상을 차지한다. 반도체의 경우 중국의 전자제품 제조·생산업체로의 수출이 많은데 이번 합의로 중국의 대미 수출이 회복되면, 그에 필요한 중간재 수입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완성차 수출은 복합적인 영향이 예상된다. 관세청에 따르면 5월 초 대미 승용차 수출은 뚜렷한 감소세를 보였는데, 이는 미국이 4월부터 수입 자동차에 25%의 관세를 적용한 영향으로 분석된다.
미중 무역 갈등이 완화될 경우 미국 내 소비심리 개선과 경기회복으로 장기적으로는 자동차 수출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기대도 있다. 실제 골드만삭스는 미중 관세 전쟁 완화 발표 이후 미국의 경기침체 확률을 기존 45%에서 35%로 하향 조정했다.
한국 협상 전략은?…"급한 건 미국…천천히 대응할 필요"
다만 미중 무역전쟁이 2018년 트럼프 행정부 시절부터 시작돼 수차례 휴전과 갈등을 반복해온 만큼, 불확실성이 여전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태규 한국경제인협회 글로벌리스크팀장은 "90일 이라는 게 한시적인 것이기 때문에 불확실성이 여전히 있다"면서도 "이번 협상을 통해 미국과 중국이 강하게 붙는 기조는 아니겠다는 생각이 들고, 우리나라와의 협상에서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불확실성을 최소화하기 위해 오는 7월 종료 예정인 한미 통상 협상에서 한국이 서두르지 않고 최대한 다른 나라들의 협상을 지켜 본 뒤 협상에 나서는 것을 조언한다.
김수동 산업연구원 글로벌경쟁전략연구단장은 "이제 급한 건 이제 미국이라는 걸 확인한 만큼 우리로서는 충분히 시간을 갖고 다른 나라들의 협상 결과가 어떻게 나오는지 한번 지켜보고 벤치마킹 해야 할 것"이라며 "조선 또는 에너지 수입 등 우리가 충분히 협력할 부분을 내주는 대신 상호관세나 자동차 관세·철강 관세 쪽에서 가급적이면 낮출 수 있는 부분을 받아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