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오후 5시쯤 광주 서구 쌍촌동의 한 거리에 대통령 선거 후보자 벽보가 부착되고 있다. 한아름 기자갑작스럽게 이뤄진 조기 대선을 앞둔 광주시민들은 12·3내란사태 이후 망가진 경제와 사회의 혼란을 제대로 수습할 수 있는 이른바 '내란 극복'을 중요한 판단 기준으로 삼고 있었다.
특히 이번 윤석열 전 대통령의 부당한 비상계엄에 적극적으로 저항했던 시민들의 모습에서 5·18민주화운동이 지켜낸 민주주의의 가치가 더욱 선명하게 드러난 만큼 5·18 정신을 부정하는 후보에게는 표를 던지지 않겠다는 의견이 많았다.
5·18민주화운동 헌법 전문 수록 한목소리
광주 서구 양동시장에서 만난 김영보(72)씨는 "유력한 대선주자였던 사람도 광주사태라고 하는 세상"이라며 국민의힘 후보 대선에 나서려다 실패한 한덕수 전 총리의 부적절한 발언을 지적하며 "헌법에 5·18 정신을 단단히 명시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광주 남구 봉선2동의 한 떡집 주인 강성주(69)씨는 "5·18 정신을 헌법에 싣는 것에 대해서는 이의가 없다"며 "당연히 국민들이 전부 그 바람일 것"이라고 했다.
광주 북구에 거주하는 고연주(27·여)씨도 "헌법 전문에 5·18 정신이 수록되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우리가 12·3 내란 이후 아직 수습해야 할 것이 많은데 그 판단 과정에 5·18 정신이 기준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12·3내란 민주주의 파괴…"신속한 정국 수습"
16일 오전 10시 30분쯤 광주 서구 양동시장에는 상인들과 시민들의 목소리로 활기가 넘쳤다. 한아름 기자12·3내란 이후 벌어진 서부지법 폭동 사태 등 민주주의 파괴 행위에 대한 대책과 함께 빠른 정국 수습을 바라는 목소리가 높았다.
5·18 당시 주먹밥을 만들어 시민군을 돕는 일에 동참했다는 김영순(78·여)씨는 "주먹밥 만드는 일만 해서 나도 잘 모르지만 5·18은 아직 끝난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5·18때 민주화를 외치다 간 사람들을 위해 모든 국민들이 감사할 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씨는 "내란을 또 일으켰던 그날 밤 얼마나 무서웠는지 모른다"며 "그런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단단히 수습을 하고 윤 전 대통령도 빨리 재판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50대 최광진씨도 "빠른 시일 내에 혼란한 정국을 정리하고, 나라를 위해 나서 줄 사람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군공항 이전과 AI 중심도시 등 현안 해결도
광주 도심 속 군공항의 무안 이전과 AI 중심도시 등 지역 현안 해결을 바라는 목소리도 높았다.
강성주 씨는 "군공항 문제는 양쪽이 참 첨예하게 대립하는 부분이라서 서로가 득이 될 수 있는 방향이 나와야 되지 않을까 싶다"며 "무안군이든 광주시든 서로 손해보지 않고 상생하도록 정부가 적극 나서서 추진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어 "광주가 다른 지역에 비해 지역경제가 많이 발전하지 못했다"며 "국토 균형 발전을 위해 호남에서 인공지능(AI) 산업이 발전해 일자리가 늘고 젊은이들이 머물수 있도록 정부가 적극적으로 지원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무안 출신인 김영보 씨는 "무안 사람들은 군공항 이전에 대해 반반으로 의견이 갈리는 것 같다"며 "군공항을 옮긴다면 정부와 광주시에서 무안에 지원을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일자리 창출·연금 개혁·지역 소멸 해결 원해
15일 오후 2시쯤 광주 동구 조선대학교 캠퍼스에서 학생들이 걸어가고 있다. 한아름 기자그러나 20대 초반 학생들은 보다 현실적인 문제를 판단의 기준으로 삼고 싶다고 했다.
조선대학교 3학년 김모(22)씨는 "광주가 5·18민주화운동의 성지인 만큼 5·18정신을 부정하려는 후보는 안 뽑겠다는 사람들이 주위에 많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씨는 "청년들이 일할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고 국민연금 개혁에 적극적인 후보를 뽑겠다"며 "우리 세대를 밀어주지 않는다는 느낌이 들면 뽑지 않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2학년 박하은(21·여)씨도 "청년 취업에 신경을 쓰는 후보에게 마음이 간다"고 거들었다.
1학년 이수민(20)씨는 "고령화가 심각한 상황이기 때문에 청년들을 생각하는 정책을 많이 내줬으면 한다"면서 "특히 연금 문제에 관심이 많다"며 현재의 기득권 세대가 미래 세대에 짐을 떠넘겨서는 안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광주·전남지역은 출산율 감소와 수명 연장, 인구 유출 등으로 인해 빠르게 초고령사회로 진입하고 있다.
남구 봉선동 침구가게 사장 김일순(58·여)씨도 초고령 사회에 대응할 정책을 마련해주길 바란다고 했다. 이어 "간병인을 구하는 과정이 쉽지 않고 돈도 많이 든다"며 "직장생활과 부모 간병을 병행하기 쉽지 않기 때문에 간병인 제도는 사회가 나서서 도와줬으면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