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순환이용 활성화 방안' 전기차 배터리 순환이용 흐름도 캡처정부가 폐배터리의 순환이용 활성화를 지원한다. 향후 전기차 확대와 에너지 전환으로 배터리 수요가 급증해 그 핵심원료 공급망 구축이 긴요한 가운데, 순환이용 기술과 제도를 갖추면 폐배터리를 고부가가치 자원으로 활용해 국가 핵심 자원으로 키울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제도적으로는 각종 인센티브로 순환이용 제품 수요와 공급을 촉진하고, 핵심원료 회수 순도를 높이고 음극재·분리막 등 재활용 기술 개발에도 나선다. EU(유럽연합) 등 국제사회의 환경규제 강화에 대응해 '재생원료 인증제'도 마련, 향후 국내 인증을 받으면 주요국 수출 시 추가 인증이 필요 없도록 국가 간 상호인증체계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순환이용 시장 조성해 폐배터리를 국가 핵심 자원으로
정부는 14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배터리 순환이용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 순환이용은 사용후 배터리를 재제조·재사용·재활용해 자원으로 다시 활용하는 개념이다.
현재 각국이 본격적인 이차전지 시장 확대를 앞두고 관련 규제 등을 준비하고 있어 순환이용 기술 개발과 제도적 기반 마련이 중요해진 측면도 있지만, 배터리 원료인 리튬과 코발트, 니켈 등이 특정지역에 집중된 희소자원인 탓에 순환이용을 통한 공급망 안정 확보 중요성도 커지는 추세다. 대표적으로 EU의 경우 2027년 배터리 여권제 도입, 2031년 재생원료 사용 의무화 등의 규제를 앞두고 있다.
이에 순환이용 선도국가로 도약하기 위해 △순환이용 시장 조성 △재활용 가능자원 수급 안정화 △기술혁신 및 경쟁력 강화 △전(全)주기 관리기반 구축 4대 부문 14개 주요 정책 과제를 마련했다는 설명이다.
우선 재생원료 인증제의 경우 폐배터리 또는 공정 불량품(스크랩)에서 회수된 황산니켈 등 유가금속을 재생원료로 인증하고, 신품 배터리 내 사용여부와 함유율을 확인하는 것이다.
관련 법적 근거는 관계부처 공동소관으로 '사용후 배터리 산업 육성 및 공급망 안정화에 관한 법률' 연내 제정을 추진하고, 세부방안을 마련한 뒤 시범운영을 거쳐 2027년부터 본격 시행한다는 계획이다. 국내 기업에 인증 취득 방법에 대한 상담(컨설팅)을 제공하는 등 산업계 지원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정부 관계자는 "이차전지 산업은 아직 태동기에 있지만, 이제 곧 성장기"라며 "2~3년 뒤 다가올 성장기에도 시장점유율과 지위를 유지하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재생원료 사용목표제 도입하고 인센티브 마련
연합뉴스국내에서 제조하거나 수입하는 배터리를 대상으로 재생원료 사용목표제 도입도 추진한다. 천연 광물 대비 가격경쟁력이 취약한 재생원료의 초기 수요를 촉진하기 위해서다.
다만 목표제 적용 범위와 성격에 대해 정부 관계자는 "추후 시장에서 사용량과 목표량을 보고 결정할 예정"이라며 "각종 인센티브를 부과했을 때 재생원료 사용량이 충분히 시장에서 된다면 제재까진 안해도 될 거라고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EPR) 대상 전기‧전자제품에 재생원료를 사용한 배터리를 탑재할 경우, 회수‧재활용 의무량을 감면하는 등 재생원료 사용에 따른 다양한 보상(인센티브)도 마련한다.
이밖에도 폐배터리 재사용 제품군을 조달청 혁신제품으로 지정해 공공구매를 촉진하고, 재사용 배터리를 활용해 제작한 전동 농기계와 공공시설 에너지저장장치(ESS) 등 보급사업도 추진하는 등 초기시장 견인에도 나선다.
폐제품 내 배터리 회수율↑…규제 범위 세분화
폐전기·전자제품 내 배터리 회수율을 높이기 위해 2026년부터 EPR 대상 전기·전자제품을 전품목으로 확대한다. 폐배터리, 공정 불량품(스크랩) 등 재활용 가능자원 수급에 어려움을 겪는 재활용업계를 지원하기 위해서다.
EPR은 제품 사용 후 발생되는 폐기물의 회수와 재활용까지 생산자가 책임토록 하는 제도로, 현재는 세탁기와 냉장고 등 중·대형 가전제품 50종만 해당했는데, 이제 규제 범위를 소형 전기·전자제품까지 넓히는 것이다.
또한 현재 재활용가능자원의 수급조절과 가격안정을 위해 환경부가 설치·운영하는 전국 6개 비축시설을 블랙매스(폐배터리, 공정스크랩 등을 해체 후 파‧분쇄해 만든 검정 분말 형태의 중간가공물) 등 재활용 원료제품 보관장소로 민간에 임대해 국외 원료 반입을 지원한다.
규제 완화도 추진한다. 재활용 가능자원의 유해성과 유가성을 고려하여 양극재 제조공정 불량품 등을 순환자원으로 인정하는 것을 검토하고, 삼원계(NCM) 배터리에 맞춰 설정된 현행 재활용 원료제품 기준을 리튬 인산철(LFP) 등 배터리 유형에 따라 세분화해 폐기물 규제 면제 범위를 확대한다.
양극활물질 스크랩, 구리스크랩 등의 보관기간도 전기차 폐배터리와 동일하게 기존 30일에서 180일로 연장해 안정적인 원료확보를 지원한다.
LFP 배터리 탑재 전기차도 EPR 도입해 적정 처리 인센티브
아울러 정부는 배터리 핵심원료 고순도 회수(탄산리튬 순도 99.5% 이상)기술, 음극재‧분리막 등 배터리 소재의 고부가가치 재활용 기술 등 여러 혁신기술을 개발해 국내 재활용업계의 국제 경쟁력 강화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배터리 제조부터 재활용까지 전주기에 걸쳐 체계적인 관리기반도 구축한다. 설계단계부터 순환이용성에 대한 고려가 반영되도록 2027년까지 배터리에 대한 친환경(에코) 디자인 표준안을 마련하고, 폐배터리의 분리·운송·보관 시 화재·폭발 발생 위험을 차단하는 초저온 냉각 운송·보관 기술도 개발한다.
최근 보급이 증가하고 있지만 재활용이 어려운 리튬 인산철(LFP) 배터리의 적정 처리도 지원한다. LFP 배터리는 가격이 저렴하지만 재활용시 회수가능한 금속 가치가 낮은데, LFP 리튬 인산철 배터리 재활용 기술개발을 위한 전용 실증센터를 2026년까지 구축하고, LFP 배터리 탑재 전기차도 EPR 대상에 포함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정부 관계자는 "EPR 등 규제가 기본적으로 가장 최종 단계 제품단계에서 부과되고 있다"며 "원칙적으로 LFP 배터리를 장착한 자동차가 최종제품으로 나왔기 때문에 LFP를 장착한 제품형태의 전기차도 검토하는 것"이라고 취지를 설명했다. LFP 배터리의 경제성은 국제적으로도 연구가 미흡한 상황인 만큼, 국립환경과학원의 재활용 경제성 평가 연구를 통해 세부 데이터와 검증 자료를 다양한 측면에서 검토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배터리 전주기 이력관리 시스템도 2027년 내로 구축해 전기차 배터리 제조부터 사용, 재활용까지 전 과정의 정보를 수집·공유하는 등 세계 각국의 통상규제 대응 및 투명한 거래를 위한 기반도 구축하겠다고 정부는 전했다.
김완섭 환경부 장관은 "배터리 순환이용은 온실가스 감축과 자원안보 강화, 성장동력 확보 및 관련 산업경쟁력 제고라는 세 가지 목표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필수 전략"이라며 "국내 배터리 순환이용 산업계가 전 세계 배터리 순환이용을 선도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