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평화복지연대 관계자들이 최근 인천 미추홀구 윤상현 국회의원 사무실 앞에서 윤 의원에 대한 시민소환장을 발부하는 모습. 인천평화복지연대 제공인천의 한 시민사회단체가 12.3 내란사태를 옹호하거나 법원 폭력사태 등을 부추겼다는 지적을 받는 국회의원에 대한 '시민소환'을 추진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인천평화복지연대, 국힘 윤상현 의원 시민소환 추진
인천평화복지연대는 최근 인천 미추홀구 국민의힘 윤상현 국회의원 지역사무실 앞에서 윤 의원에게 시민소환장을 발부했다고 15일 밝혔다.
이 단체는 "윤 의원의 국회의원 제명을 요구하고 싶지만 현행법상 의원직을 박탈할 방법이 없다"며 윤 의원이 최근 내란사태와 대통령 선거를 둘러싸고 보인 행위가 민주주의 국가의 선출직 국회의원으로서 적합하지 않아 이에 대한 책임을 묻고 국민들에게 알리기 위해 이같은 행동을 했다고 설명했다.
이 단체는 윤 의원에 대한 시민소환을 추진한 이유에 대해 윤 의원이 내란사태 이후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국회 탄핵 과정에서 "1년 뒤에 다 찍어주더라. 비상계엄 선포는 내란이 아닌 고도의 통치행위"라고 말하거나 윤 대통령 체포를 막아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점 등을 꼽았다.
이와 함께 지난 1월 발생한 서부지방법원 폭력사태 가담자에 대해 "아마 곧 훈방될 것"이라고 말하며 두둔하고,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 경선 때는 한덕수 전 총리를 후보로 만들기 위해 꼼수 탈당과 창당을 제안했던 점 등도 지적했다.
"이번 대선은 내란 극복 과정"…국회의원 국민소환제 도입 촉구
이 단체는 정치권에 '국회의원 국민소환제' 도입도 촉구했다. 이들은 "이번 대선은 선거로 끝나는 게 아닌 불법 계엄과 내란정치 세력을 극복하는 과정"이라며 "국회의원 국민소환제는 그 첫 번째 단계"라고 강조했다.
국회의원 국민소환제는 국회의원이 헌법과 법률을 위반하거나 무능·부패한 경우 국민들이 직접 해임할 수 있도록 소환하는 제도를 의미한다.
우리나라는 2006년 제정된 '주민소환에 관한 법률'을 통해 지방자치단체장과 지방의회 의원 등 지역 선출직 공직자를 소환 대상으로 할 뿐 국회의원은 소환 대상이 아니었다. 그러나 국회의원도 소환 대상에 포함해 국회에 대한 민주적 통제 강화와 시민의 정치참여를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이 줄곧 있었다.
17대 국회부터 발의됐지만 번번히 임기만료 폐기
국회의원 국민소환제는 '주민소환에 관한 법률'이 제정된 2006년 17대 국회 당시 열린우리당 김재윤(1956~2021) 의원이 발의한 '국민소환에 관한 법률안'을 시작으로 지난 21대까지 매 회기때마다 꾸준히 같은 법안이 발의됐지만 모두 임기만료 폐기됐다.
22대에 들어서는 더불어민주당 전진숙·박주민·민형배 의원 등이 각각 지난해 12·3내란사태 이후 '국회의원의 국민(시민)소환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해 현재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심의 중이다.
해당 의원들은 모두 이 법안 제안 이유에 대해 "국회의원들의 성실한 의정활동 유도와 국회의원에 대한 국민의 민주적 통제권 확보"라고 설명하고 있다.
국민소환제는 우리나라 현행 헌법상 근거 규정을 두고 있지는 않다. 이와 관련해 지난 20대 국회 헌법개혁특별위원회와 헌법개정 정치개역 특별위원회가 개헌사항으로 이 법안을 논의한 바 있다. 당시 국회에서는 국회에 대한 견제장치로서 필요하다는 의견과 실익보다 비용이 커 도입에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이 대립됐다.
국민소환제는 대체로 민주주의 후진국에서 관찰되는 제도다. 국회입법조사처에 따르면 국민소환제를 실시하는 국가는 에콰도르·에티오피아·리히텐슈타인·나이지리아·베네수엘라(국민이 소환 발의·투표), 대만·아이슬란드(국가기관이 소환발의·국민 투표), 우간다(국민이 소환·국가기관이 결정), 영국(하원, 하원의장 발의·국민 서명) 등이다.
국회의원 퇴출 성격…또 다른 낙선운동인가?
이번 윤상현 의원에 대한 시민소환 추진 움직임은 정치권의 움직임에 시민사회단체가 호응하는 현상으로 보인다. 그러나 현행법이 없는 상황에서 사실상 국회의원 퇴출 움직임이라는 점에서 낙선운동의 변형된 형태가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낙선운동은 선거운동 가운데 특정 후보자를 강제로 낙선시키기 위해 하는 여러 가지 행위를 의미한다. 2004년 대법원은 낙선운동에 대해 "특정인의 당선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선거운동과 구별되지만, 실제 행동방식과 효과에 있어서는 다른 후보자의 당선을 위한 선거운동과 같기 때문에 위법"이라고 판단했다.
인천평화복지연대는 국민소환제가 추진 방식 등에서 낙선운동과 비슷한 양식을 띠고 있지만 '선거와 직접 연관이 없다'는 점에서 직접민주주의 발전의 한 형태라고 주장했다. 즉 선거 기간 동안 국회의원 퇴출을 주장한다면 낙선운동과 같은 효과를 내겠지만 선기 기간이 아닌 시기에 책임을 묻는다는 점에서 다르다는 것이다.
인천평화복지연대 이광호 사무처장은 "윤 의원에 대한 시민소환장 발부는 내란사태 이후 국익보다 당권 등 자신의 이익에 천착하는 모습을 보여준 수많은 국회의원들 가운데 한 명에 대한 행동"이라며 "다른 지역에서도 얼마든지 문제행동을 한 국회의원들에게 경고성 시민소환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내란사태 이후 일부 국회의원들이 보여준 실망스러운 행동은 국민들에게 선거라는 단 하나의 견제 수단을 넘어 조금 더 적극적인 국민 의사를 반영할 제도의 필요성을 야기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