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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심 없는 증원" vs "쏟아지는 사건"…대법관 확대 엇갈린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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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 흔들기'인가…민주당, 대법관 100명 개정안 상정
"고심 없는 증원 카드…친정부 대법관 채워질라"
'증원 필요성'엔 공감 목소리도 "업무 과중 해소"

서울 서초구 대법원 모습. 연합뉴스서울 서초구 대법원 모습. 연합뉴스'사법 개혁'의 일환으로 더불어민주당이 대법관 수를 최대 100명까지 늘리는 법원조직법 개정안을 상정한 것에 대해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소수 대법관 체제를 깨는 입법을 두고 법조계에선 대법원의 기능이 사실상 무력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다만, 대법관 1명이 연간 수천 건의 사건을 처리해야 하는 현실에서 증원 자체는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지난 13일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는 대법관 수를 기존 14명에서 30명 또는 100명으로 증원하는 내용의 법원조직법 개정안이 올랐다. 현재는 통상 대법관 4명이 대법원 소부 하나를 구성하는데, 30명 증원 개정안을 따른다면 기존 3개인 대법원 소부가 12개, 무려 4배까지 늘어나게 된다. 

민주당은 '재판 지연' 을 주요 근거로 든다. 대법관 1명이 연간 처리해야하는 사건 수가 수천 건에 달하다보니 법관 수를 늘려 이를 타개하겠단 논리다. 하지만 법조계에서는 정치적 맥락에서 나온 무리한 입법이라는 비판과 함께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단 의견이 많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에 대한 대법원의 파기환송 판결 직후 낸 개정안이라는 점에서 '사법부 흔들기' 차원이란 시각도 있다.

대법관 증원 논의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다만 과거에는 소부 기준인 4~5명 정도의 증원 규모를 논의해왔다고 한다. 수도권의 한 부장판사는 "100명 증원과 같은 방안은 전원합의체 운영이 사실상 어려워진다"며 "매년 20여명씩 새 대법관을 임명할 수 있는 인력풀이 존재하는지, 대법원 청사 공간이나 예산이 이를 감당할 수 있는지도 의문"이라고 말했다.

증원에 목소리를 높이는 쪽에선 대법원격인 독일 최고법원의 법관이 300명을 훌쩍 넘는다며 우리나라 대법관 수도 늘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독일은 △일반사건 △노동 △행정 △사회 △재정 등 5개 분야별로 최고법원이 있다. 기능별 분리가 뚜렷한 특징을 보인다. 대법관 전원이 참여하는 전원합의체 재판은 없고 최상급심 역할은 연방헌법재판소가 담당하고 있다. 기능과 구조 자체가 전혀 다르다는 점에서 단순 비교는 무리가 있다는 반론이 나온다.

법조계에선 개정안에 '고민의 흔적이 없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사법 제도 전반에 영향을 미칠 결정인 만큼 "하루아침에 마구잡이로 만들어 낼 제도가 아니다"란 우려다. 한 수도권 판사는 "주요 선진국에서는 법관 구성을 위해 끝없는 고민을 한다. 정원만 늘리면 친정권 인사들로 채워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사법독립은 더 요원해질 수 있다"고 짚었다. 또 다른 법조인은 "사법부 공격이 목적인 개정안"이라고 했다.

'사법부 압박용' 입법 드라이브에 천대엽 법원행정처장도 대법관 증원 추진 등에 대해선 직접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천 처장은 "전원합의체가 사실상 마비돼버리기 때문에 충실한 심리를 통한 권리 구제 기능 또한 마비될 수밖에 없다"며 "해외 대법관 수와 구성 등 치밀한 조사 없이 일률적으로 대법관 수를 대폭 증원하면 국민에게 큰 불이익이 돌아갈 것이란 심각한 우려를 갖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대법관 증원 필요성 자체에는 일부 공감도 나온다. 부장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대법관 한 명이 감당하기 어려운 양의 사건을 처리하다 보니, 상당수가 심리불속행(별도 이유 없이 기각)으로 종결된다"며 "당사자 입장에선 대법원이 사건을 제대로 들여다보지 않은 채 끝내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그는 "대법관을 100명까지 늘릴 경우, 전원합의체는 사실상 운영이 불가능해진다"고 했다. 기존 판례를 바꾸거나 일관된 법 해석의 기준을 제시할 대법원의 핵심 기능이 마비될 것이란 우려다.
 
수도권의 한 로스쿨 교수는 "대법원의 사건 수로 인한 '업무 과중'을 해소한다는 측면에서 대법관 수를 늘리자는 주장도 일리가 있다"며 "증원 문제는 학계 등에서는 이미 많이 논의 됐다. 대법원의 권위를 위해서 법관 수가 늘어나서는 안 된다는 식의 논리도 무력하다"고 말했다. 다만 "대법관을 늘려 형사부·민사부로 분리 운영할 것인지 등의 구체적 설계 없이 정치권이 '일단 늘리고 보자는 식'으로 추진하는 것이 문제"라고 덧붙였다.

민주당은 이번 법원조직법 개정안뿐 아니라 헌법재판소법 개정안도 상정했다. 대법원 판결에 불복할 시 헌법소원을 제기할 수 있도록 한 것으로 사실상 '4심제 전환'이란 시각이 우세하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이재명 대선 후보의 대법원 판결 선고 이후 민주당의 사법부 압박이 멈출 줄 모른다"며 "대법관 증원이나 '4심제'가 될 재판소원은 정치적 논리로 다뤄질 문제가 아니"라며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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