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김문수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5·18민주화운동 45주년을 맞아 광주행을 예고한 가운데, 오월단체가 정호용 논란 이후 역사관을 문제삼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정호용 전 국방장관은 5·18 당시 특전사령관으로 계엄군의 유혈 진압을 지휘해 1997년 대법원에서 내란목적 살인 등의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인물이다.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는 최근 5·18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 지휘부였던 정호용 전 국방부 장관을 상임고문으로 임명했다가 논란이 일자 5시간 만에 취소했다.
김용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16일 KBS라디오에 출연해 김 대선후보와 함께 광주에 방문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저희 후보께서는 꾸준하게 5·18 전후로 광주와 호남을 방문해 역사적 의미를 되새겼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주장했다.
최근 논란이 된 정호용 상임고문 위촉취소 논란에 대해서는 "실무진 차원에서 임명장을 발부하는 과정에 잘못된 일이 있었다"며 "바로 취소했고 앞으로 이런 일이 없도록, 만약에 이런 일이 또 발생해도 바로 취소하고 바로잡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해명했다.
다만, 오월단체들은 정호용 위촉 논란으로 크게 상처를 받았다며 김 대선후보의 광주 방문을 반대했다. 특히 김 대선후보의 광주 방문이 정치적 이익을 노리고 방문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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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강배 5·18기념재단 상임이사는 이날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45년 전 광주는 계엄령의 철퇴를 맞은 도시다. 그런데 44년 뒤에 (윤석열) 전 대통령이 전대미문의 내란을 일으키고 계엄령을 선포했잖나"라며 "아무리 선거운동 기간이지만 표를 달라고 하는 것이 내란을 지지하는 것처럼 느껴지는데 그것이 정당한가"라고 반문했다.
박 상임이사는 정호용 위촉 논란을 언급하며 "광주라는 도시는 사람들이 총이나 칼, 계엄군에 대한 트라우마가 많은 도시"라며 "전두환의 명을 받고 직접 진두지휘를 한 사람을 선대위 고문으로 앉힌다는 것이 상식적으로 말이 되나"라고 꼬집었다.
또 김 대선후보의 광주행을 반대하고 우발적 충돌을 우려하면서 "여기 와서 분란을 안 일으켰으면 좋겠다"며 "(광주시민들이) 무대응하고 당일날 사고가 안 나야하지만 우발적으로 누가 '김문수 나쁜놈아'라고 욕이라도 한번 해봐라. 진영 논리를 만드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형미 오월어머니집 관장도 이날 "정호용 같은 학살 책임자를 (위촉 취소) 해놓고 광주로 오겠다고 그러나. 사람이면 그럴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관장은 정호용 위촉 논란이 실무진 차원의 문제였다고 해명한 것에 대해 "그런 중요한 상황을 넘어가려고 핑계대는 것"이라며 "(정호용 위촉이) 보고도 안됐다면 실무진들이 그만둬야 한다. 허락도 안 받고 그렇게 함부로 할수 있었겠나"라고 지적했다.
이어 "(김 대선후보가) 온다면 손님으로서 맞이하려고 했는데 (정호용 논란 이후) 이제는 반대한다"며 "일국의 대통령이 되겠다는 의식 수준이 어찌 이런식인가"라고 비판했다.
오월어머니집 제공당초 김 대선후보는 18일 열리는 제45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과 전날 열리는 전야제에 모두 참석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왔다. 그러나 정호용 위촉 논란 이후 5·18 전야제 주최 측으로부터 "참가를 숙고해달라"는 연락을 받는 등 비판이 거세지자 결국 불참의사를 밝혔다.
김 대선후보는 17일 광주에서 하루 일정만 소화한 뒤 귀경하는 계획안을 유력하게 검토 중이다. 그는 국립5·18민주묘지를 참배한 뒤 지역 맞춤형 공약을 발표할 예정이다.
최근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을 사과했지만, 그동안 탄핵에 반대한 것과 정호용 위촉 논란까지 겹쳐 비판 여론이 거세진 결과로 보인다.
5·18민주항쟁행사위원회는 시민들의 안전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수 있다면서 사실상 김 대선후보의 전야제 참석을 반대했다. 이에 국민의힘 광주선대위는 "모든 정당 인사에게 공평하게 추모와 참여의 기회를 보장하고, 편협한 결정에 대해 공식적으로 사과하라"고 반박하기도 했다.
연합뉴스5·18민주화운동 45주년이 대선기간과 맞물리면서 정치권을 향한 오월단체들의 쓴소리도 이어지고 있다.
5·18기념재단과 5·18공법단체는 지난 15일 성명서를 내고 "정호용을 고위 자문직에 임명한 행위는 5·18의 역사와 희생자, 유가족에 대한 모욕이며, 민주주의에 대한 정면 도전"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김문수 후보는 이번 임명 시도에 대해 직접 사과하고 향후 5·18민주화운동을 부정하거나 왜곡한 인물이 정치권에 다시 발붙이지 못하도록 분명한 기준과 원칙을 제시하라"고 요구했다.
오월어머니집과 5·18서울기념사업회는 안창호 국가인권위원장을 비판하기도 했다. 안 위원장의 5·18민주화운동 45주년 기념식에 참석 소식이 알려지자 반대의 목소리를 낸 것이다.
이들은 성명에서 "안창호 국가인권위원장은 민주주의와 인권의 상징인 5·18기념식에 참석할 자격이 없다"며 "위헌적 12·3 비상계엄과 포고령에 침묵하고 내란 우두머리를 옹호한 내란 공범"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