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김건희 여사가 용강지구대 순찰인력과 함께 마포대교 도보 순찰에 나서고 있는 모습. 대통령실이른바 '김건희 사업'이라 불리며 지난해 7월부터 시행 중인 '전국민 마음건강 투자사업'에 최대 4천억 원 예산이 과다 책정된 것으로 확인됐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서미화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5일 기획재정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공개하며 "김 여사의 관심 사업으로 알려진 '전국민 마음투자 지원사업'의 예산이 최소 2651억 원에서 최대 4661억 원 과다 추계된 것으로 밝혀졌다"고 밝혔다.
자료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사업계획 적정성 검토 결과 해당 사업의 적정 사업비를 최소 3231억 원에서 최대 5240억 원으로 추정했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는 2024년 7월부터 2027년까지 3년 6개월 동안 총 사업비 7892억 원이 투입할 계획을 세웠다. 다시 말해 윤석열 정부의 당초 계획보다 최소 2651억 원, 최대 4661억 원 많이 책정한 것이다.
해당 사업은 예비타당성조사(예타)도 생략된 채 예산 편성을 추진했다. 국가재정법 제38조에 따르면 총사업비가 500억 원 이상이고, 국가 재정지원 규모가 300억 원 이상인 신규 사업은 예타를 거쳐야 한다. 하지만 윤석열 전 대통령의 사업 추진 지시 뒤 3주 만에 예타 면제 사업으로 결정됐다.
다만 관련 법에 따라 사업계획 적정성 검토 대상에는 포함됐다. 이에 따라 기재부는 2023년 9월 한국조세재정연구원에 검토를 의뢰했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이 발간한 '전국민 마음건강 투자사업 사업계획 적정성 검토 보고서'에 따르면 "해당 사업은 시범사업의 부재와 관련 데이터 부족 등으로 인해 총사업비 추정에 여러 한계가 존재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한다.
이에 "재정사업 심층평가 등을 통해 향후 사업계획을 재검토하고, 보다 과학적 근거에 입각한 정책 추진이 필요하다"라는 결론을 내렸다.
'전국민 마음투자 지원사업'사업 계획 적정성 검토 결과. 더불어민주당 서미화 의원실 제공보건복지부에 따르면 해당 사업의 예산 집행률은 2024년 31.0%(146억 5100만 원), 2025년 3월 기준으로는 15.1%(65억 4200만 원)에 그쳤다.
이에 서미화 의원실은 실제로 해당 사업은 편성된 예산이 현장에서 제대로 쓰이지 않고 있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국회예산정책처도 지난해 10월 '2025년도 예산안 분석 보고서'를 통해 "보건복지부는 해당 사업의 사업계획 적정성 검토 절차가 완료되지 않은 상황에서 2024년 편성된 예산을 집행했는데, 이는 예산 운용 원칙에 부합하지 않아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사업의 구체적인 지원 대상 규모 산출근거가 불명확하고, 지원 대상에 대한 추계가 서비스에 대한 수요조사 또는 실제 서비스 지원 실적 등에 기반하지 않았다"라고 꼬집었다.
서미화 의원은 "윤석열 정부는 약 8천억 원 규모의 전국민 마음투자 지원사업을 졸속 추진하면서 예산을 객관적 근거 없이 과다 편성해 국민 혈세를 낭비했다"고 말했다.
이어 "해당 사업이 무리하게 추진된 경위를 철저히 밝혀야 하며, 실제로 도움이 필요한 국민에게 적정한 예산이 쓰일 수 있도록 사업 전면 재검토가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보건복지부는 "해당 사업은 OECD 국가 중 자살률이 수년째 1위를 기록하고 있는 한국의 상황과 코로나19 이후 우울증 및 불안장애 환자가 증가하는 등 국민 정신건강에 대한 지원 시급성과 중요성을 고려해 추진된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향후 사업 적정성 검토 결과를 반영하여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씨가 헌법재판소 파면 선고 후 7일만인 지난 4월 11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한남동 관저를 떠나고 있다. 류영주 기자
한편 김건희 여사는 자살 예방과 정신건강 관련 정핵에 꾸준한 관심을 보여왔다. 지난해 9월 '괜찮아, 걱정마 마음건강을 위한 대화' 행사에 참석했고, 10월에는 마포대교에 올라 자살 예방 활동을 점검하는 등 관련 행보를 이어갔다.
윤석열 전 대통령은 2023년 12월 국민의 정신건강을 국정의 중요 과제로 삼겠다고 발표하면서 전국민 마음투자 지원사업이 추진됐다. 이에 정치권과 언론에서는 이 사업을 '김건희 사업'으로 지칭하며, 김 여사의 영향력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