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전 대구시장, 한덕수 전 국무총리. 윤창원·황진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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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와이' 홍준표 vs '백고초려' 한덕수, 국민의힘 누가 더 필요할까요?
6·3 대선 공식 선거운동이 한창인 가운데, 국민의힘 내에서는 홍준표 전 대구시장과 한덕수 전 국무총리의 선거대책위원회 합류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연일 나오고 있습니다. 이는 당내 통합과 보수 지지층 결집을 통한 선거 경쟁력 강화의 목적인 것으로 풀이되는데요.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최근 한 전 총리 캠프의 수석대변인이었던 이정현 전 새누리당 대표와 홍 전 시장 캠프의 대변인이었던 이성배 전 MBC 아나운서를 각각 공동선대위원장과 선대위 대변인으로 임명했습니다. 이어 홍 전 시장과 한 전 총리에게도 선대위 합류를 요청했죠.
제21대 대통령후보자 국민의힘 3차 경선 진출자를 발표하는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김문수, 홍준표 후보가 대화하고 있다. 2025.04.29. 윤창원 기자
홍 전 시장은 대선 경선 탈락 후 정계 은퇴와 탈당을 선언하고 현재 미국 하와이에 체류 중입니다. 당내 경선이 공정하지 않았다며 '사기 경선'이라고 표현한 그는 연일 SNS를 통해 국민의힘에 대한 비판적인 메시지를 내고 있습니다.
그는 1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자신들이 국민의 짐이 된 줄도 모르고 노년층들만 상대로 국민의힘이라고 떠들고 있다"라고 직격했습니다.
또 "그간 사이비 보수들이 모여서 온갖 미사여구로 정통 보수주의를 참칭하고 국민들의 눈을 가린 그런 세월이었다"면서 "지금은 당의 정강·정책마저도 좌파정책으로 둔갑시켜 놓았다"며 당의 이념적 방향에 대한 실망감을 드러냈습니다.
김 후보는 김대식 의원에게 "대선 승리를 위해서는 홍 전 시장과 함께해야 한다는 진정성을 전달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김 의원은 대선 경선에서 홍 전 시장의 비서실장을 맡는 등 최측근이었던 인물입니다.
김 의원은 홍 전 시장의 선대위 합류를 설득하기 위해 오는 18일 미국 하와이로 갈 예정인데요. 하지만 홍 전 시장은 "오지 말라고 했다. (김)문수 형은 안타깝지만, 그 당은 이미 탈당했다"며 거듭 합류를 거부했습니다.
국민의힘은 홍 전 시장의 선대위 합류로 보수의 외연 확장과 선거 실전형 자산 확보 등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오랜 정치 경력과 대중적 인지도를 갖춘 만큼 고정 지지층이 강해서 당의 분열 이미지를 완화할 수 있는 인물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이날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홍준표 전 시장은) 국민의힘 안에서 중도 보수 성향이 강하다. 마초적인 기질이 있어서 청년들도 박수를 보낸다"면서도 "홍 전 시장이 (선대위에) 합류한다면 국민의힘에 도움이 될 것이고, 대선이 끝난 뒤에도 홍 전 시장의 우군이 많을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다만 박 평론가는 "합류 가능성은 '제로'라고 본다. 탈당한 상태에서 선대위에 합류하려면 다시 입당해야 하는데, 모양새가 이상하지 않나"라며 "홍준표도 망치고 당도 망치는 꼴이 된다. 현재로선 돌아올 수 없는 상황"이라고 내다봤습니다.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후보와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11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 대선후보 사무실에서 회동에 앞서 포옹하고 있다. 황진환 기자앞서 김 후보는 지난 11일 후보 등록을 마친 뒤 한 전 총리와 만나 선대위원장직을 제안했습니다. 하지만 한 전 총리는 그 자리에서 "제가 할 수 있는 걸 하겠지만 조금은 실무적으로 적절한지는 논의를 한 뒤 하는 게 좋겠다"라며 즉답을 피했습니다.
이후 한 전 총리 측이 "김 후보의 제안을 고사했다"고 전해진 가운데, 한 전 총리는 이번 대선에서 김 후보 캠프에 합류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입니다.
한 전 총리의 선대위 합류를 주장한 대표적인 인물은 윤석열 정부 미래전략기획관 출신인 장성민 전 의원입니다. 그는 지난 14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김문수 후보, 한덕수 전 총리에 삼고초려(三顧草廬) 아닌 백고초려라고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장 전 의원은 "지금 김 후보는 보수 집토끼들을 깨우고 중도 외연확장에 시동을 걸어야 할 타이밍"이라며 "전국을 김문수가 아닌 김덕수로 함께 동행하는 '어깨동무 캠페인'을 펼쳐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여론조사에서 보수 텃밭인 TK(대구·경북) 지역에서 김 후보가 과반 득표를 달성하지 못한 점을 언급하며 "탄핵의 영향도 있겠지만, 더 큰 이유는 한덕수 전 국무총리와의 후보 단일화에 대한 약속 파기 후폭풍 때문으로 보인다"고 지적했습니다.
국민의힘 입장에서 한 전 총리의 선대위 합류로 기대할 수 있는 대표적인 이익으로는 정책 신뢰도 강화를 꼽을 수 있습니다. 경제 외교 행정 분야에서 풍부한 경력을 갖춘 한 전 총리를 내세우면 경제 회복, 대외 정책 등에서 전문성과 신뢰를 확보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하지만 한 전 총리는 앞서 김 후보와의 단일화 과정에서 빚어졌던 잡음 탓에 합류를 반대하는 목소리도 공존합니다. '대선 후보 기습 교체' 논란 등 민주적 정당성을 훼손했다는 비판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이와 관련, 박 평론가는 "한 전 총리가 단일화 과정에서 보여준 첫 인상은 전형적인 기회주의자의 모습"이라며 "대통령 권한대행을 버리고 대선에 출마한 뒤 떨어져 나왔다가 선대위원장 맡아서 돌아다니면 국민들이 박수쳐줄지 의문이다"라고 혹평했습니다.
3일 경기도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21대 대통령 선거 후보 선출을 위한 제5차 전당대회에서 한동훈 후보가 대선 후보로 선출된 김문수 후보의 손을 들어보이고 있다. 윤창원 기자한편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도 선대위에 합류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가운데, 한 전 대표는 합류 조건으로 '윤 전 대통령과의 관계 정리'를 요구했습니다. 한 전 대표는 "첫 대선 후보 TV 토론회가 열리는 오는 18일 이전에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와의 절연을 결단하라"며 윤 전 대통령의 탈당을 촉구했습니다.
하지만 김 후보는 "자기가 뽑은 대통령을 탈당시키는 방식, 이런 것을 가지고 면책될 수가 없다"며 "그렇게 하는 것은 도리도 아니라고 생각한다"라고 부정적인 입장을 드러냈습니다.
당 내에서 연일 나오고 있는 홍 전 시장과 한 전 총리의 선대위 합류를 촉구하는 목소리. 국민의힘 입장에서 필요한 인물은 누구라고 생각하시나요? 자세한 의견은 댓글로도 환영합니다.
※투표 참여는 노컷뉴스 홈페이지에서 하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