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타는 가자지구. 연합뉴스이스라엘이 17일(현지시간) 가자지구에서 공세 수위를 높이는 가운데,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와의 휴전 협상이 다시 시작됐다. 하마스는 60일간의 휴전과 함께 인질 9~10명을 석방하는 방안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가자지구의 사상자가 급증하면서 국제사회의 비판도 거세지고 있다.
AFP통신, 영국 BBC 방송, 가디언 등에 따르면 이날 이스라엘과 하마스는 중재국인 카타르에서 인질 석방과 휴전 문제를 놓고 새로운 협상에 착수했다. 회담은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 전역을 장악하기 위해 '기드온의 전차' 작전을 시작한 지 몇 시간 만에 시작됐다.
BBC는 팔레스타인 당국자를 인용해, 하마스가 60일간의 휴전과 인질 9명 석방에 동의했으며, 그 대가로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수감자들을 석방하는 방안을 제안했다고 보도했다. 이 제안에는 하루 400대의 구호 트럭이 가자지구에 진입하고, 환자를 대피시키는 내용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이스라엘 측은 가자지구에 남아있는 인질 전원의 생사 확인과 같은 구체적인 정보를 먼저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라엘 공영방송 '칸'은 협상이 타결될 경우, 하마스가 인질 10명을 석방하고 이스라엘은 1개월 반에서 2개월 동안의 휴전에 합의하며, 약 200~250명의 팔레스타인 포로를 석방할 것으로 전망했다.
카타르 매체 알아라비알자디드는 하마스 고위 관계자인 타헤르 알누누의 말을 인용해 "이번 협상은 사전 조건 없이 시작됐으며, 모든 쟁점이 논의 대상"이라고 전했다. 알누누는 "하마스는 전쟁 종식, 이스라엘 철군, 포로 교환 등 모든 사안에 대해 입장을 밝힐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스라엘 카츠 국방부 장관은 성명을 통해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에서 '기드온의 전차' 작전을 개시하자, 카타르에 있던 하마스 대표단이 기존의 협상 거부 입장을 바꿔 복귀했다"고 밝혔다. 이는 하마스가 이스라엘군의 군사 압박에 굴복해 협상에 다시 나섰다는 주장이다.
한편, 이스라엘의 공습이 이어지며 가자지구에서는 민간인 희생이 속출하고 있다. 팔레스타인 보건당국은 지난 15일 이후 사흘 동안 300명 이상이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숨졌다고 밝혔다.
볼커 튀르크 유엔 인권최고대표는 "이스라엘의 대규모 공습은 팔레스타인 주민을 가자지구에서 내몰려는 인종청소에 해당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영국 일간 더타임스의 일요판인 선데이타임스는, 휴전 합의가 며칠 내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주민을 철저히 통제되는 민간 거주 구역으로 강제 이주시킬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해당 매체가 입수한 이스라엘군 문건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에 4개의 점령 구역과 3개의 민간 구역을 설치하고, 구역 간 이동은 허가 없이는 금지할 방침이다.
앞서 NBC방송은 전날,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최대 100만 명의 팔레스타인 주민을 리비아로 영구 이주시킬 계획을 추진한 정황이 있다고 보도해 논란이 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