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윤석열 전 대통령이 제21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부정선거 논란을 주장하는 영화를 관람하면서 파장이 일고 있는 가운데, 이러한 행보의 의도를 두고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 21일 오전 서울 동대문구의 한 영화관을 찾아 '부정선거, 신의 작품인가'를 관람했다. 지난달 4일 헌법재판소의 탄핵 인용 결정으로 파면된 이후 47일 만의 첫 공개 행보다.
계엄 당시 부정선거 의혹을 파헤치겠다는 명분으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계엄군을 투입했던 윤 전 대통령의 이 같은 행보를 두고 부정선거 음모론을 부추기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이를 통해 정치적 영향력을 유지하려는 시도라는 분석도 뒤따른다.
지난 17일 국민의힘을 탈당하면서 김문수 대선 후보에 대한 지지를 선언한 가운데, 윤 전 대통령의 선거 개입 논란으로도 번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대선이 2주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보수 지지층을 결집하려는 의도라고 보고 있다.
또 현재 내란 수괴 혐의로 형사 재판을 받는 윤 전 대통령이 사실상 자신의 파면 사유를 부정한 셈이라는 해석도 이어졌다.
이날 윤 전 대통령은 영화 관람 후 취재진과 별도의 인터뷰 없이 "좋았어요"라는 짧은 감상평을 남기고 자리를 떠났다.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과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중앙선거대책위원회 현장 회의에 참석해 대화하고 있다. 황진환 기자국민의힘, 윤석열 행보에 "선거에 굉장한 악재"
국민의힘 안팎에서는 윤 전 대통령의 이번 행보에 관한 의견이 분분하다. 현재로선 윤 전 대통령과의 거리를 두려는 모습을 보이며, 부정선거 음모론과의 연계를 우려하는 등 부정적인 입장이 상당수다.
특히 당내 찬탄(탄핵 찬성)파 사이에선 "저희 당하고 관계없는 분", "민주당 제1호 선거운동원을 자청하는 건가", "재구속만이 답", "부정선거 음모론은 선거 필패의 지름길" 등 강도 높은 비판과 함께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박정훈 국민의힘 의원은 22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선거를 앞두고 부정선거 이야기를 한다는 게 사실 큰 부담이다. 이 시점에서 부정선거론에 다시 불을 지핀다는 건 선거에 굉장한 악재라고 본다"며 "윤석열 전 대통령이 이번 선거의 쟁점이 돼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난 4월 대선 경선 맞수 토론에서 "부정선거가 있다"고 말했던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다시 한번 윤 전 대통령을 감쌌다. 그는 "대통령도 그만두셨고, 당에서도 탈당하셨는데 영화도 많이 보시고 사람도 많이 만나시면 좋은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부정선거 음모론에 대해서는 "우리나라의 선관위가 일부 불신을 받는 점도 있고 다툼도 있다"며 "전반적으로 선관위가 더 공정하게 잘할 수 있도록 제가 지금도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윤 전 대통령의 영화 관람 소식을 접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는 "그 선거 시스템으로 본인이 이겼는데 부정선거라고 하면 어떻게 하냐"라며 "잘 이해가 안 된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어 "국민의힘과 윤 전 대통령이 '일심동체'라며 "실제로는 (윤 전 대통령이 국민의힘에) 깊이 연관돼 있다. 탈당하면서도 응원하면서 나가지 않았느냐"라고 지적했다.
21일 서울 양천구 양천구선관위에서 선관위 관계자들이 21대 대통령 선거 '거소투표용지'를 인쇄하고 있다. 거소투표는 함정에서 오랫동안 생활하는 군인 등 투표소와 멀리 떨어져 직접 투표가 곤란한 유권자 392명을 위한 투표 방법이다. 박종민 기자"김문수 돕는 메시지…향후 이재명 정권 반대 세력 모으려는 포석"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역시 윤 전 대통령의 영화 관람이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부정선거론 확산으로 이어질 것을 경계했다.
선관위는 22일 공식 입장을 내고 "유튜브 등에서 제기되었던 의혹 등을 명확한 근거 없이 주장하며 '부정선거 폭로의 결정판', '이번 대통령선거도 부정선거를 확신한다'고 말하고 있다. 영화에서 다루는 의혹 대부분은 이미 위원회에서 설명하거나 법원의 판결로 해소된 사항"이라며 "부정적이고 자극적인 영상으로 부정선거 음모론을 부추기고 있어 깊은 우려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이번 윤 전 대통령의 행보를 두고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탈당했지만 아직 살아있고, 김문수 후보를 돕고 있다는 메시지를 주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대선이 끝나고 이재명 후보가 당선된다면 국민의힘과 연대해 또 부정선거론을 제기할 것"이라며 "앞으로 5년 동안 정권에 반대하는 세력을 모으려는 일종의 포석을 둔 셈"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