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시릴 라마포사 남아프리카공화국(남아공)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제기한 '백인 농부 집단학살'(genocide·제노사이드) 의혹을 부인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라마포사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마친 뒤 기자회견을 열고 "남아공엔 집단학살 같은 건 없다"고 밝혔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중에도 "남아공 내 범죄 피해자의 대다수는 흑인"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을 즉각 반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 자리에서 극좌 정치인의 연설 영상 등을 상영하며 "남아공에서 백인 농부들이 집단적으로 살해당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라마포사 대통령은 특정 인종을 겨냥한 집단적인 학살이 벌어지고 있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거듭 강조했다.
미국 주요 언론들도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을 반박했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대통령이 '백인 학살'의 증거로 제시한 영상에 대해 사실관계가 틀렸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영상 속 장소를 "백인 농부 1천명이 매장된 묘지"라고 설명했지만, NYT는 2020년 9월 남아공 뉴캐슬 인근에서 열린 백인 농부 부부 피살 추모 행진 장면이라고 보도했다.
NYT는 "남아공은 세계적으로 살인율이 매우 높은 국가지만, 경찰 통계상 백인이 다른 인종보다 폭력 범죄에 더 많이 노출된다는 증거는 없다"며 "오히려 대부분의 경제지표에서 백인 남아공인은 흑인보다 더 나은 삶을 살고 있다"고 전했다.
로이터도 "최소 10년 동안 전세계 극우 채팅방에서 유포되어 온, 한때 극단적인 음모론으로 여겨졌던 것들을 다시금 언급하고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이자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인 일론 머스크가 이 음모론을 강력하게 지지하고 있다"고 했다.
앞서 해당 영상은 남아공 출신인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SNS 계정(X·옛 트위터)에 적어도 두 차례 게시된 바 있다. 머스크는 그간 남아공 정부가 백인을 차별한다고 주장해왔으며, 이날 백악관 회담 자리에도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