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랭킹 뉴스

"전력망 불안은 위기이자 기회" 산업 주도권 쟁탈전 시작됐다[기후로운 경제생활]

노컷뉴스 이 시각 추천뉴스

닫기

- +

이 시각 추천뉴스를 확인하세요

편집자 주

'기후로운 경제생활'은 CBS가 국내 최초로 '기후'와 '경제'를 접목한 경제 유튜브 프로그램입니다. 한국의 대표 기후경제학자 서울대 환경대학원 홍종호 교수와 함께합니다. CBS 경제 전문 유튜브 채널 '경제연구실'에 매주 월/화/수 오후 9시 업로드됩니다. 아래 녹취는 일부 내용으로, 전체 내용은 '경제연구실' 채널에서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 방송 : 유튜브 CBS 경제연구실 '기후로운 경제생활'
■ 진행 : 홍종호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 대담 : 김선교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 연구위원

스페인-포르투갈 대정전 특별 대담 (2)
130년 전력망 한계, 새 시대 준비 시급
그리드 포밍, 스마트 인버터… 디지털 전력망의 '심장박동기' 역할
고립된 한국 전력망, 더 촘촘한 자체 안정화 필요해
"전기화가 곧 탈탄소" 모든 것을 전기화하는 '전환 시대' 돌입
전력망 불안은 위기이자 기회… 산업 주도권 쟁탈전 이미 시작


◆ 홍종호> 지금까지 말씀을 들으면서 생각하게 되는 것은요. 과거의 거대한 발전기, 그러니까 원전이나 석탄 중심의 발전 시스템에서 이제 많은 나라들이 기후위기 시대에 재생에너지 중심의 발전 시스템으로 전환하고 있잖아요. 이 과정에서 기존의 전력망 관리나 운영과는 다른 방식의 도전, 하드웨어적이나 소프트웨어적으로 고민할 거리가 많이 생기는 도전이 우리에게 주어져 있는 것 같아요. 그것이 지금 스페인 대정전을 통해서 우리가 살펴보고 배워야 할 교훈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 김선교> 정확하게 지적해 주셨어요. 전기를 생산하는 시스템은 원래 불완전하고요. 과거에도 정전이 있었고 지금도 정전이 있어요. 어떻게 보면 정전이라는 건 항상 가끔 일어날 수 있는 사고인데 그 원인이 바뀌었다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과거에 정전이 생겼던 원인과 지금 정전이 생기는 원인이 다르기 때문에 새로운 방식으로 우리가 그 운영을 어떻게 할 것인가, 준비를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부분이 교훈일 것 같고요. 그리고 전력 시스템이 변화하는 과정의 흐름은 자연스럽고, 변화가 더 가속화되고 보편화되는 과정에 있기 때문에 이런 부분을 최소화할 수 있는 새로운 운영 방법에 대해서 논의해 보자는 이야기들이 나오고 있어요.

◆ 홍종호> 그래요. 그 말씀을 하시니까 이런 질문도 드려보고 싶은데요. 스페인이 평균적으로 56% 정도의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보였고요. 독일은 60%를 넘어섰다는 통계가 있고 덴마크는 세계에서도 가장 재생에너지 비중이 높은 나라 아닙니까? 거의 90%를 달성한 나라죠. 또 포르투갈, 오스트리아도 다 재생에너지 비중이 높은 나라잖아요. 이들 나라에서는 아직 대정전은 발생하지 않았다는 거죠. 이런 국가 간의 망 운영이나 노하우의 차이도 있는 겁니까?

◇ 김선교> 일부는 맞고 일부는 또 다른 설명이 필요할 것 같은데요. 일단 첫 번째는 스페인이 초기에 변전소 문제가 컸다고는 하는데 정전 원인은 미상이라고 제가 조심스럽게 말씀드렸잖아요. 사실은 초기에 2.2GW 정도가 날아가는 사고가 나면 그 어디도 안전할 수는 없습니다. 원자력이 아무리 많든 그 정도의 큰 사고가 나면 정말 전력이 살아남기가 어려워요. 전력 시스템은 언제나 불완전하기 때문에 그런 부분도 있고요. 그렇지만 그래도 큰 사고까지 안 가고 우리나라가 경험했던 순환 정전 정도로 막을 수 있는 가능성에 있어서 독일이나 덴마크 같은 나라들은 준비가 조금 더 잘 돼 있습니다.

그런 나라들에서 동일한 규모의 사고가 나면 막을 수도 있고 못 막을 수도 있다는 말씀을 드려요. 제가 2.2GW 정도의 탈락은 일반인이 타이슨에게 맞는 충격과 비슷하다는 표현을 했는데요. 이쪽은 아무래도 스페인보다는 헤드기어를 쓴 정도는 됩니다. 그런데 헤드기어를 썼다고 해서 타이슨의 주먹이 약한 건 아니기 때문에 살아남을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고 표현하는 게 적절할 것 같습니다.

◆ 홍종호> 박사님이 독일이나 덴마크의 전력 시스템을 깊이 연구하셨는지는 잘 모릅니다만, 그 나라들은 에너지 전환의 시대에 맞는 망 운영이나 관련 제도들이 좀 더 갖춰져 있다는 평가가 있을 수 있다는 말씀이군요.

◇ 김선교> 네. 그 헤드기어는 경우에 따라 엄청나게 두껍다고 볼 수도 있고 얇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일어나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단정해서 설명해 드리는 건 어려울 것 같고요. 말씀드렸던 것처럼 재생에너지가 많아지면 관성이 줄어드니까 뭔가 불안정해지는 거 아니냐는 표현을 하는데요. 그래서 요즘은 관성을 만드는 시스템이 있습니다. 그것을 영어로는 전력망에 필요한 것들을 형성한다고 해서 그리드 포밍(Grid Forming)이라고 표현하는데요.

태양광 같은 경우에는 직류로 전기를 만들기 때문에 교류 시스템을 바꾸는 변환기가 필요한데 그걸 인버터(inverter)라고 합니다. 이때 관성을 기존에 있는 발전기들처럼 만드는 스마트 인버터라는 표현을 하기도 해요. 이런 다양한 기계 장치들이 기존의 안정성을 만들어 주기도 하고요. 그리고 ESS 같은 전력저장장치로도 조금 더 여유 있게 관성을 가져가는 부분이 있을 것 같아요. 그리고 시장 기준에서 제가 표현을 하면 사실은 이 사고가 5초 만에 일어난 일이기 때문에 대응할 수가 없었다고 하는데 스페인 같은 경우에는 한 15초에서 20초면 대응할 수 있었다는 이야기도 일부 있습니다.

◆ 홍종호> 대정전으로 가느냐, 아니면 그 정도의 피해는 막느냐에 있어서 1초, 2초가 너무나 중요하군요.

◇ 김선교> 그래서 다른 일부 국가에서는 150ms(밀리초)에 반응하는 예비 자원들을 기준화한다는 얘기도 있거든요. 0.15초 안에 대응하는 기준들을 높인다는 거죠. 새로운 시대에 맞는 새로운 자원을 하고 그 자원을 돌아가게 할 수 있는 시장 제도 시스템을 만들어 놨기 때문에, 말 그대로 헤드기어가 두꺼웠기 때문에 아마 사고가 안 일어났을 거라고 보시는 분들도 있고요. 그럼에도 너무나 불확실한 대형 사고였기 때문에 안전하지 않았을 수 있다는 표현도 하지만요. 어쨌든 우리도 새로운 시스템에 맞는 준비를 해야 한다는 교훈은 명확하다는 말씀을 드릴 수 있습니다.

◆ 홍종호> 요약하자면 스페인의 대정전은 태양광이 너무 많아서라거나, 원전이나 화력처럼 안정적인 발전기가 원래 훨씬 좋은 거라는 일각의 의견에 대해서 동의하지는 않는다고 말씀하시는 거네요.

◇ 김선교> 그러면 여러분께 설명을 단순하게 할 수 있기 때문에 저는 행복할 것 같습니다. 그런데 세상일이 그렇듯 단순화하기가 쉽지 않아요. 사실 스페인은 재생에너지가 많았지만 원자력도 한 10% 있었고요. 게다가 전기가 남아서 포르투갈에도 주고 프랑스에도 주는 상황이었습니다.

◆ 홍종호> 그런데 오히려 대정전이 일어난 거죠.

◇ 김선교> 그러니까 어떤 상황에서든 정전은 날 수 있기 때문에 우리가 어떻게 스페인이 대처했는지를 얘기하는 게 조금 더 정확해요. 사고가 재생에너지 때문인가 하면 절대로 그렇지는 않습니다.

◆ 홍종호> 이런 식의 단순화된 구도, 시각은 지양해야겠다는 생각이군요.

◇ 김선교> 스페인 대정전 이후에 유럽이 재생에너지의 전환을 늦추거나 줄일 것이냐, 저는 절대로 그렇게 되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리고 많은 분들은 모르시겠지만 전력망이나 그리드 포밍 같은 새로운 문제들을 형성하는 쪽에 엄청나게 많은 투자가 있습니다. 에너지 전환에서 새로운 필요성이 생겼으니까 열심히 기술을 개발하고 그 기술을 열심히 팔아서 새로운 경제의 새로운 산업 시스템, 새로운 성장 시스템을 만들자는 논의를 하고 있고요. 이 부분이 특정 지역의 문제가 아니라 전 세계 모든 지역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이기 때문에 이것을 막는 기술 쪽에서 새로운 기회가 열리고 있다고 바라보는 것이 정확해요. 재생에너지는 이제 안 된다, 더 이상 설치하지 말자는 논의는 제 생각에는 특정 발전원의 선호도가 큰 사람들이 쉽게 얘기하는 것 같아요.

◆ 홍종호> 자신의 이해관계가 반영된 거군요.

◇ 김선교> 네. 저는 전혀 그렇게 될 거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사실은 제가 박사 논문을 썼던 시점이 우리나라에 정전이 났던 시점이거든요. 2011년 9.15 정전이 났는데 스페인보다 큰 사고는 아니었지만, 당시 관심이 있던 사람들이나 피해를 입었던 분들한테는 아주 큰 사고였습니다. 그래서 정부가 사고반을 만들었는데 제 지도교수님이 사고반에 있었기 때문에 저 역시 실무 연구원으로 문제를 같이 분석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그때 그러면 실시간으로 전력 시스템을 안전하게 또는 효율적으로 운전하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하는 얘기가 있었어요. 근데 2011년이면 한 15년 전이잖아요. 지금과는 좀 상황이 달랐습니다.

◆ 홍종호> 지금도 그렇게 많은 건 아니지만 그때는 재생에너지가 지금처럼 많지 않았고 한국은 더 없었잖아요.


◇ 김선교> 한국도 그렇고 유럽이나 미국에서도 15년 전에는 재생에너지가 이렇게 많아질 거라고 아무도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실시간 균형을 어떻게 할 것인지가 제 박사 논문 주제였는데, 관련 인터뷰를 한다고 국제학회에 가서 여러 질문을 하면요. 제가 생각하는 사고 상황은 1년에 0.5일 발생할 수도 있는 문제다, 관성이 부족한 게 없다는 답을 받았어요.

◆ 홍종호> 재생에너지가 이렇게 커질 줄 몰랐으니까요.

◇ 김선교> 당시 미국의 국책연구원인 내셔널 랩(National Lab)에서는 관성이 줄어들 것 같기는 한데 고려할 정도는 아니라는 이야기를 했어요. 그런데 지금은 완전히 천지가 개벽한 거죠. 전기를 공급하는 체계가 정말 빠르게 변화했는데 그러면서 새로운 체계에 맞는 운영 기술과 시장 제도들을 만들어 가는 과정이에요. 그렇기 때문에 이번 정전이 그런 부분에서 발생한 유의미하게 큰 첫 번째 사고가 아닐지 생각하고 있습니다.

◆ 홍종호> 15년의 미래도 예측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생각이 드네요. 특히 전력망과 전력 시스템에 있어서는요.

◇ 김선교> 앞서 에디슨과 테슬라를 말씀해 주셨는데 130년 전에 탄생한 에디슨 전기 시스템이 100년 이상 지속됐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전력 시스템은 안 바뀌는 게 너무나 당연했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과거의 체계 속에서 과거의 문제들을 푸는 것에 익숙했는데 이렇게 전력 시스템이 변화할 거라고 생각한 사람은 저희 쪽에서 그렇게 많지는 않았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러한 변화의 속도에 맞춰서 새로운 기술들이 등장하고 그에 따라서 문제를 해결하는 속도도 굉장히 빨라지고 있다는 건 명확합니다.

사실은 제가 박사 졸업한 지 10년이 넘었는데 그리드 포밍이라는 이야기를 제가 학생 때는 몰랐습니다. 그때도 논문에서는 일부 얘기가 되고 있었지만 이걸 상용화, 산업화된 기술로 만들어지는 게 이렇게 빠를 줄은 생각을 못 했거든요. 근데 문제가 생기니까 문제에 대응하는 기술을 만드는 속도도 같이 빨라진 거죠. 그래서 지금은 새로운 시스템에 맞춰서 대응할 수 있는 솔루션들도 많이 제시되고 있다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 홍종호> 이제는 인터뷰의 마지막 부분에서 우리나라의 현주소, 우리나라의 앞으로의 대응 방향에 관해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은데요. 우리나라는 유럽의 여러 나라들에 비해서 아직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이 상당히 낮잖아요. 오히려 그래서 준비할 시간을 벌 수 있다는 아이러니한 얘기를 할 수도 있지만요. 앞으로 우리나라 재생에너지의 발전 비중이 높아질 거고 여러 가지 요구 때문에라도 마땅히 높아져야 하는데 이에 대한 준비는 잘되고 있는 겁니까?

◇ 김선교> 사실 이러한 문제를 인지는 하고 있었고요. 그래서 2024년부터 규정이 바뀌어서 스마트 인버터를 의무화하거나 출력을 조정하는 여러 장치, 그리고 정부 계획 안에도 ESS를 어느 정도 확보하는 노력이 같이 가고는 있습니다. 다만 2021년 이전에 구축된 태양광 같은 경우에는 가상 관성이나 중앙 제어가 단순히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로는 부족하다는 이야기들도 있어요. 그런 부분들은 설비를 교체하는 정책을 시행하고 있고 이번 사태로 인해서 이런 정책을 실행하는 속도 자체가 조금 더 빨라질 것 같다고 생각합니다.

◆ 홍종호> 그런 움직임을 전력 전문가나 현업에 있는 분들, 기업들 쪽에서는 인지하고 있는 겁니까? 전체적으로 아직 우리나라가 재생에너지를 늘리는 게 바람직한 건지 확신하지 못하는 정서가 있잖아요. 그런 상황에서 지금 말씀하신 전반적으로 업그레이드된 전력망 운영, 또 관련 기술의 혁신이 잘 될까 하는 우려도 있어요.


◇ 김선교> 우려하시는 건 당연하고요. 그런데 우리나라의 가장 큰 문제점은요. 정전이 나지 않았으니까 다행인 거 아니냐, 대비할 시간이 있지 않냐고 하지만 그런데도 재생에너지 비중이나 속도가 선진국 대비 10년 이상 뒤처져 있다는 거예요. 말씀드린 것처럼 10년 전이 재생에너지를 막 시작할 때였으니까 우리나라는 이제 재생에너지를 시작한다는 부분이 문제인 것 같아요.

그 속도를 어떻게 하면 가속할지에 집중하는 동시에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선행적인 경험을 교훈 삼아 여러 시스템을 보완하면서 만들어 나갈 수 있는 여력은 우리도 된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또 이런 부분의 글로벌 기준들이 올라가고 있기 때문에 그에 맞춰서 정부 정책도 따라가고 있습니다. 다만 실행 속도나 예산 투입은 별도로 필요한 노력이기 때문에 저는 스페인 정전으로 인해서 그러한 노력을 가속할 수 있는 배경 여건들이 형성됐다고 해석하고 있습니다.

◆ 홍종호> 그리고 앞에서 박사님이 유럽은 국가 간에 전력망이 다 송전망으로 연결돼 있다고 얘기하셨지만 한국은 북한과 단절되어 있기 때문에 하나의 섬과 같은 고립망이잖아요. 이런 상황에서 안정적인 전력망 구조를 가져가는 것이 훨씬 더 어려운 일입니까?

◇ 김선교> 독립된 망은 스스로 문제를 다 책임져야 하기 때문에 조금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한 건 맞습니다. 물론 반대로 스페인 같은 경우에는 프랑스가 정전 원인일 수 있다, 연계망 때문에 문제가 더 커졌다는 일부 해석이 있기는 합니다.

◆ 홍종호> 밖에서의 문제가 또 안으로 들어올 수 있으니까요.

◇ 김선교> 그렇지만 기본적으로 시스템이 연결될수록 위험이 분산되고 안정성이 강화되는 건 맞아요. 그래서 전력망을 연계하는 노력들이 1990년대부터 개념적으로 존재하고 실질적으로 진행된 경우도 있습니다. 다만 외교적인 다른 변수들이 많기 때문에 망이 연결되면 시스템 안정성 상으로는 바람직하지만 우리가 의존할 수는 없고요. 고립된 망 속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노력들을 최대한 열심히 해야 하는데 새로운 도전 과제가 생겼다고 봅니다.

◆ 홍종호> 얼핏 말씀하신 게 이른바 동북아 슈퍼그리드 아니겠어요?

◇ 김선교> 네, 동북아 슈퍼그리드인데요. 사실 전기를 하시는 분들이 꿈꾸는 세상은 에너지 덕분에 외교까지 평화로워지는 세상이죠. 어쨌든 전기는 모두가 써야 하니까 외교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지 않겠냐고 이야기하시는 분들도 계세요. 동북아 슈퍼그리드가 90년대에 있었기도 했고요. 그리고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에 소프트뱅크 손정희 회장이 동북아 연계를 한중일 슈퍼그리드라는 개념으로 발전시켜서 진행한 바가 있습니다. 그런데 실질적으로 전력망을 연결했다는 것까지는 아직 이어지지 않고요. 예비 타당성 평가에서 약간은 상위에 있는 개념이라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 홍종호> 말씀을 듣고 보니까 이 전력망이 하나의 공학적인 문제를 넘어서 경제와 정치, 외교, 안보가 다 얽힌 복합 시스템이라는 생각이 들고요. 스페인 대정전으로 우리가 얻어야 할 교훈이 굉장히 중요하다, 나중에 가서 후회하면 절대 안 되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우리나라가 휴대전화를 포함해서 전기에 대한 의존도가 전 세대에 걸쳐서 어마어마하잖아요. 마지막으로 앞으로의 에너지 전환 시대에 전력 수급과 전력망의 안정성을 위해서 우리가 시급하게 해야 하는 한두 가지 과제를 말씀해 주시죠.

◇ 김선교> 중요한 질문을 해 주셨는데요. 스페인 정전을 보면 이런 문제들의 가능성은 점점 더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왜냐하면 전기의 비중은 높아질 수밖에 없거든요. 생각해 보면 에너지 전환은 우리가 화석 연료를 줄이는 데 있고요. 화석 연료를 효과적으로 줄이는 방법은 전기를 깨끗하게 만드는 것이기 때문에 전기로 세상을 움직이게 바꿔야 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그러면 새로운 시대에 맞는 새로운 접근 방법이 필요하고요. 그 접근 방법에서는 재생에너지의 속도를 지연시키기보다는 더 빠르게 할 수 있는 보조적인 수단들을 빠르게 확보하는 노력, 그리고 정부의 정책적인 노력에 더해 참여자들이 스스로 할 수 있는 시장 여건을 조성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 김선교> 제가 얼마 전에 책 두 권을 번역했는데요. 첫 번째가 제가 가장 많이 이야기한 전력망을 다룬 <그리드>라는 책입니다. 또 에너지 전환 시대에 모든 에너지를 전기로 바꾼다면 어떤 것들이 필요할까, 전기로 바꿀 수 있는 것들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데, <모든 것을 전기화하라>라는 책도 번역했습니다.

전기가 사실은 생산자의 영역이었는데 이제 모두의 영역으로 바뀌게 되는 것 같. 정전이라는 건 생산이 끊기는 것인데 우리가 소비자로서 전기에 대한 생각을 바꿔 나가고 우리의 참여를 높이는 것을 계속해서 고민하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요.

◆ 홍종호> 재생에너지 시대에는 전기의 소비자가 곧 생산자라는 얘기가 있잖아요. 프로슈머 얘기도 있고요. 좋은 말씀이세요. 우리의 생활과 떼려야 뗄 수 없는 필수재인 전기 이야기 오늘 알아봤습니다. 긴 시간 심도 있는 말씀 나눠봤습니다. 지금까지 김선교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연구위원과 이야기 나눴습니다. 고맙습니다.

0

0

※CBS노컷뉴스는 여러분의 제보로 함께 세상을 바꿉니다. 각종 비리와 부당대우, 사건사고와 미담 등 모든 얘깃거리를 알려주세요.

전체 댓글 0

새로고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