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주상의 펀치를 맞은 대결 상대 제카 사라기가 옥타곤에 쓰러져 있고, 추가 타격을 하는 유주상을 주심이 제지하는 모습. 유튜브 tvN SPORTS 영상 캡처'좀비 주니어' 유주상(31)이 UFC 데뷔전을 화끈한 KO로 장식하면서 '제2의 정찬성'이 UFC에 공식 입성했음을 알렸다. 그는 경기에서 코너 맥그리거를 연상케 하는 28초 카운터 펀치를 과시했고, 그를 영입한 UFC 회장으로부터 극찬을 받았다.
유준상은 지난 8일(한국 시간) 미국 뉴저지주 뉴어크 프루덴셜 센터에서 열린 'UFC 316: 드발리쉬빌리 vs 오말리 2' 언더카드 페더급(65.8kg) 경기에 출전했다. 이날 유주상의 경기장 등장 때부터 정찬성을 연상시키는 등장곡 '좀비(Zombie)'가 울려 퍼졌고, 관중들은 이 노래의 '인 유어 헤드, 좀비 좀비 좀비'를 따라 부르며 열광했다.
9승 무패, '타격 천재'로 통하는 유주상은 '좀비 주니어'란 닉네임답게 옥타곤에서 화끈한 경기를 벌였다. 그는 시작하자마자 대결 상대 제카 사라기(30·인도네시아)에게 뒤돌려차기로 공격을 시도했다. 이후 백스텝으로 사라기의 오른손 펀치를 피한 뒤 왼손 체크훅으로 KO시켰다. 경기 시작 28초 만이었다. 사라기는 의식을 잃은 채 앞으로 고꾸라졌다.
사라기(14승 5패)는 ROAD TO UFC 시즌 1 라이트급 토너먼트 준우승자이자, 우슈 산타 챔피언 출신 타격가로 강력한 파워를 보여줄 것으로 예상됐으나, 이날 경기에서는 힘 한번 쓰지 못하고 완패했다. 사라기가 격투 무대에서 KO패 한 것은 사상 처음이다.
주심이 유주상의 손을 들어 승리를 알리고 있다. UFC 제공이 경기를 지켜 본 격투 전문가들은 역대급의 센세이셔널한 데뷔전이었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2014년 코너 맥그리거가 당시 페더급 챔피언인 조제 알도를 쓰러뜨린 카운터 펀치 KO를 떠올리게 했다는 것이 이들의 중론이다. 유주상은 지난 4월말 내한한 전 페더급 챔피언 맥스 할로웨이와 스파링을 벌였고, 맥스 할로웨이 역시 영상을 통해 유주상의 기량을 극찬한 바 있다.
UFC 공식 소셜미디어(SNS) 계정에 올라온 유주상의 세리머니 장면에는 하루 만에 11만 개가 넘는 '좋아요'와 2700여 개의 댓글이 달렸다. UFC 스카우트 프로그램 '루킹 포 어 파이트'를 통해 유주상을 직접 선택한 데이나 화이트 UFC 회장은 경기 후 "유주상을 영입해서 기쁘다"며 칭찬했다. 이제 갓 데뷔한 선수에 대해 이례적인 응원을 한 셈이다.
유주상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체크훅이 자연스럽게 나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통역사를 통해 "UFC 챔피언이 돼 챔피언 벨트를 정찬성에게 가져다 주겠다"고 선언하며 '코리안 좀비' 정찬성 ZFN 대표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정찬성은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유주상이) 한국에 오면 가장 빠르게 모셔서 얘기를 나눠볼까 한다"며 "당연한 질문들은 제가 할테니 특별한 질문들을 댓글로 남겨달라"고 유주상의 승리를 축하했다.
정찬성 ZFN 대표. 연합뉴스
유주상은 이날 피니시가 전 페더급·라이트급 챔피언 코너 맥그리거의 경기와 비교되는 것과 관련해서는 "(오늘 피니시는) 그냥 유주상 그 잡채(자체)였다"면서 자신만의 UFC 역사를 만들어 갈 의지를 나타냈다.
다음 상대에 대한 질문에는 "아직 내가 누구를 지목할 정도는 아니다"라고 몸을 숙였으나 "2승 정도 더 하고 톱15 안에 진입하겠다"는 야심도 드러냈다. 다음 경기 시점에 대해서는 "팬들이 기다린다면 빠르게 하겠다"고 답했다.
유주상은 이번 KO승으로 퍼포먼스 오브 더 나이트 보너스 5만 달러(약 6777만원)를 추가로 받았다. UFC 관계자는 "유주상은 프로복싱 출신으로 스텝이 좋고 펀치 정확도가 높은 것이 장점"이라며 "최근에는 그래플링 능력도 많이 늘어. 완전한 MMA 선수로 거듭났다. 정찬성 이상의 실적을 거둘 것이 기대된다"고 밝혔다.
이날 경기 메인 이벤트에서는 UFC 밴텀급 챔피언 '머신' 메랍 드발리쉬빌리(34∙조지아)가 타이틀 2차 방어에 성공하며 13연승을 질주했다. 경기 관중은 1만7343명, 입장 수입은 650만 달러(약 88억원)로 집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