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3일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가운데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경내로 진입하려는 계엄군과 저지하려는 시민 및 국회 관계자들이 대치하고 있다. 박종민 기자더불어민주당 내란진상조사단은 23일 윤석열 대통령 12·3 비상계엄 직전 국군 방첩사령부가 군의관 수백명의 명단을 묶어 '블랙리스트'를 작성한 사실을 파악했다고 밝혔다.
당 조사단은 이날 국회 기자회견에서 "방첩사는 민간 의료계 파업 등에 장기간 투입돼 내부 불만이 높아진 군의관들을 대상으로 '블랙리스트'를 작성해 사찰했고 이들의 정치성향 등을 수집했다"며 이렇게 주장했다.
조사단은 '전공의를 비롯해 파업 중이거나 의료현장을 이탈한 모든 의료인은 48시간 내 본업에 복귀해 충실히 근무하고 위반 시 계엄법에 의해 처단한다'는 계엄 포고령 5조에 비춰, 해당 블랙리스트를 '처단 명단'이라고 규정했다.
조사단에 따르면 이 리스트의 규모는 수백명 수준이라고 한다. 지난해 3월~10월 7개월 동안 전체 군의관 2400명 중 10차례에 걸쳐 민간 의료 현장에 투입된 인원 1500명 중 일부라고 조사단은 전했다.
조사단장 추미애 의원은 "의료파업은 윤석열 정부의 핵심 관심 사안 중 하나였던 만큼 계엄이 성공했을 경우 해당 블랙리스트를 기반으로 의료인에 대한 통제, 불이익, 징계 또는 처벌 등의 조치가 이뤄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조사단은 아울러 방첩사 내부 인원을 대상으로 작성된 '방첩사 조직 내부 블랙리스트'가 존재했던 사실도 확인했다며 "계엄 실행을 염두에 둔 내부 숙청 작업의 일환으로 파악된다"고 알렸다.
조직 내부 블랙리스트는 지난 2023년 11월 여인형 사령관 취임 이후부터 본격 작성됐으며 문재인 정부나 호남 출신, 민주당 성향 등 3대 기준으로 분류된 대령급 30여명이 대상이었다고 한다.
예를 들어 'A 대령은 업무수행능력은 뛰어나지만 문재인 정부 청와대 행정관 복무 이력으로 진급 제한 됨' 따위의 글이 적시됐다고 조사단은 전했다. 해당 인사들은 인사상 불이익이나 계엄 당시 강제휴가 조치를 당한 정황도 있었다고 한다.
조사단은 특히 방첩사가 '민간인 사찰 문건'을 작성한 사실도 확인했다고 밝혔다.
김윤태 전 한국국방연구원장. 연합뉴스대상자는 김윤태 전 한국국방연구원장(KIDA)으로, 문재인 정부 청와대 선임행정관 경험으로 이재명 대선캠프 공약 수립에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은 뒤 윤석열 정부에서 무리한 해임 요구를 받았다고 조사단은 전했다.
조사단은 "사찰 문건은 대통령실과 국방부 등 상부 보고용으로 여인형의 지시에 의해 방첩사 신원보안실에서 작성했다"며 관련자들의 보직해임과 철저한 수사를 당부했다.
추미애·박선원 의원은 회견 뒤 기자와 만나 "믿을 만한 관계자의 제보가 있었다"며 "제보 외에도 여러 정황이 확인돼 국민들 앞에 밝히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