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23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제1차 수석보좌관회의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이재명 대통령이 23일 발표한 첫 내각 인선을 보면 현역 국회의원이 대거 발탁됐다는 점이 눈에 띈다. 신임 장관 후보자 10명 가운데 절반이 더불어민주당 의원이다.
걷잡을 수 없이 커지는 중동 사태로 세계 정세가 급변한다는 점에서 내각 구성의 속도를 높여야 한다는 점이 고려됐을 거라는 분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이 이날 발표한 신임 장관 후보자 10명 중 현역 의원은 정동영(5선·통일부), 안규백(5선·국방부), 김성환(3선·환경부), 강선우(재선·여가부), 전재수(3선·해수부) 등 5명이다.
통합민주당, 한나라당을 거쳐 내리 3선을 했던 권오을 전 의원을 국가보훈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한 걸 포함하면 10명 중 6명이 의원 출신인 셈이다.
정권 초 조각의 폭이 넓다는 점을 고려해도 현역 의원 비중이 관례에 비해 많은 편이다.
이를 두고 대통령실 관계자는 "최적의 인사를 뽑다 보니 의원들이 많아진 거라고 해석해달라. 의원을 일부러 배치하거나 일부러 배제하지는 않는다"는 원론적인 설명을 내놨다.
다만 당내에선 대통령 궐위에 따른 조기 대선으로 인수위원회 없이 정권 출범이 바로 이뤄졌다는 점, 대내외적 복합 위기가 커지고 있다는 점 등이 배경으로 거론된다.
이 대통령 대선 후보 시절 캠프에서 중책을 맡았던 한 민주당 재선 의원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트럼프의 통상압력 뿐 아니라 중동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번져가니 안정적인 내각 구성을 속도감 있게 꾸릴 필요가 있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아무래도 현역 의원들이 이 대통령의 국정 철학에 대해 비교적 높은 이해를 갖고 있기 때문에 소통이 수월할 거란 얘기다.
문재인 정부에서 장관을 지냈던 한 의원은 "교수 등 외부에서 갑자기 발탁된 인사나 관료 출신은 대통령한테 말 붙이기도 힘들다"며 "의원들도 쉽지 않지만 그나마 소통이 나은 편"이라고 기억했다.
야당에 협조를 구해야 하고, 인사청문회 등 혹독한 검증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점에서 의원들이 강점이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상임위원장을 맡고 있는 한 민주당 의원은 "물론 야당에서도 동료 의원이라고 해서 봐주는 것도 한계가 있다. 흠결이 크면 뭇매를 맞을 수밖에 없다"면서도 "다만 어느 정도 검증된 분들이 많다는 점에서 안정성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한편으로는 의원들 '멘탈(정신력)'이 강하기 때문에 청문회에 대응하기 좋은 면도 있다"고 했다.
차기 총선까지 비교적 시간이 많이 남았다는 점도 배경 중 하나로 언급된다. 장관은 의원직 겸임이 가능하기 때문에 지명 받은 의원 입장에서 손해볼 게 별로 없다는 얘기다. 총선이 가까웠을 때 장관 하마평에 오르는 의원들이 손사래를 치는 경우가 많은 것도 이 때문이다.
물론 지방선거가 머지 않았다는 점에서 광역자치단체장 출마를 고심 중인 경우라면 정반대의 고민이 있을 수 있다. 해수부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전재수 의원의 경우 민주당 내부에서 부산시장에 출마해달라는 압력이 있다.
다만 전 의원과 가까운 한 의원은 "전재수 의원이 출마해서 보궐선거가 발생했을 때 민주당이 그 지역을 이긴다는 보장이 없다"면서 "여당 입장에선 보궐선거 같은 게 없는 게 좋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