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유럽 전역에서 기록적인 폭염으로 사망자가 속출하는 가운데, 레오 14세 교황이 인간의 탐욕으로 지구가 황폐해지고 있다며 기후위기 해결을 위한 행동을 촉구했다.
프랑스 일간 르몽드, 르피가로 등에 따르면 프랑스에서는 최근 폭염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이는 사망자가 총 3명으로 파악됐다.
낮 기온이 최고 40도를 넘나든 1일(현지시간) 브장송에서는 50대 노숙자가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외상이나 타박상의 흔적이 전혀 없었다"며 폭염 탓에 사망한 것으로 추정했다. 같은 도시에서 35세 토목 근로자도 전날 업무 중 더위를 호소하다가 퇴근길에 쓰러져 사망했다.
파리 근교 베르사유궁 정원에서는 미국인 10대 관광객이 1일 심정지로 쓰러져 목숨을 잃었다. 사망자는 평소 심장 질환을 앓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일간 르파리지앵은 현장에서 수집된 초기 정보를 토대로 이날 오후 기록된 높은 기온이 사망사고의 원인일 수 있다고 전했다.
아녜스 파니에 뤼나셰르 프랑스 환경 장관은 2일 "1일에만 300명 이상이 응급 구조대의 치료를 받았고 열로 인한 급성 이상 증세로 2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측근들은 장관의 발언이 공식적인 정부 발표가 아닌 언론 보도를 인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스페인에서도 안타까운 사고가 이어졌다. 1일 카탈루냐주에서는 2세 아동이 아버지의 부주의로 뜨거운 차량 안에 방치돼 숨졌고, 같은 지역에서는 산불로 2명이 사망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은 전했다. 지난달 말에도 코르도바와 바르셀로나에서 각각 노동자와 공무원이 열사병으로 숨졌는데 이들의 사인도 열사병으로 추정된다.
이탈리아에서는 지난달 30일 에밀리아로마냐 지역의 건설 현장에서 47세 노동자가 쓰러져 사망했고, 이튿날에도 또다른 건축 현장에서 노동자 2명이 실신해 그중 1명은 의식 불명 상태에 빠졌다.
기후 변화의 경제적 여파도 우려된다. 알리안츠 리서치는 올해 폭염으로 유럽 경제 성장률이 0.5%포인트 감소하고, 전 세계적으로 0.6%포인트 낮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레오 14세 교황은 이날 공개된 '피조물 보호를 위한 기도의 날'(9월 1일) 메시지에서 "인간 활동으로 유발된 기후 변화가 초래한 극단적인 자연 현상들이 점점 더 잦아지고 강력해지고 있다"며 "무력 충돌이 초래하는 인간적·생태학적 파괴의 중장기적 영향은 말할 것도 없다"고 경고했다.
안사(ANSA) 통신에 따르면 교황은 기후 위기로 인한 피해가 모두에게 똑같이 미치지 않는다며 "가장 먼저 고통받는 이들은 가난한 이들, 소외된 이들, 배제된 이들"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환경 정의는 더 이상 추상적인 개념이나 먼 미래의 목표가 아니라 사회적·경제적·인간적인 정의의 문제이며 신앙과 인간성의 표현"이라며 "이제는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옮길 때"라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