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진과 인터뷰 중인 이호재. 김조휘 기자한일전 패배를 막을 수 있는 위협적인 슈팅이었으나, 애석하게도 골키퍼 선방에 막혔다. 답답한 흐름 속에서도 공격수 이호재(포항 스틸러스)는 홀로 빛났다.
홍명보 감독이 지휘하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15일 용인미르스타디움에서 열린 2025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동아시안컵) 남자부 최종 3차전에서 일본에 0-1로 졌다.
한일전 3연패. 한국이 일본에 3연패를 당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2021년 3월 일본 요코하마에서 치른 평가전과 2022년 7월 나고야에서 열린 동아시안컵 맞대결에서 거푸 0-3으로 패배한 바 있다.
한국은 예상보다 이른 시간에 선제골을 허용했다. 전반 7분 왼쪽에서 올라온 소마 유키의 크로스를 저메인 료가 왼발 논스톱 슈팅으로 처리해 골망을 흔들었다.
0-1로 뒤진 채 후반을 맞이한 한국은 주민규(울산HD) 대신 이호재를 투입하며 공격에 변화를 줬다. 동시에 라인을 올리고 반격에 나섰다.
후반 막판까지 공세를 퍼부었으나 일본의 골문은 쉽게 열리지 않았다. 하지만 후반 38분 이호재에게 기회가 왔다. 문전 혼전 상황에서 자신 앞에 뜬 볼을 오른발 발리슛으로 처리했다.
위협적인 슈팅이었으나, 아쉽게도 상대 골키퍼의 선방에 막혀 만회 골은 무산됐다. 이는 한국의 유일한 유효 슈팅으로 기록됐다.
이후 이호재는 한 차례 더 기회를 맞았다. 후반 추가시간 이태석(포항 스틸러스)의 프리킥을 절묘한 헤더로 연결했다. 하지만 슈팅은 종이 한 장 차이로 골문을 비껴가면서 패배를 막지 못했다.
슛 시도하는 이호재. 연합뉴스경기 후 믹스드존(공동취재구역)에서 만난 이호재는 "후반 들어 일본을 상대로 밀어붙이는 상황에서 위협적인 장면을 만들었지만, 골로 연결하지 못해서 아쉽다"며 "그래도 플레이는 만족스러운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전반전을 벤치에서 지켜본 이호재는 "일본이 전방 압박하는 모습이 나와서 비디오 미팅 때 뒷공간을 노리자는 지시 사항이 있었다"며 "내가 들어가면 뒷공간으로 파고들고, 힘 싸움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갖고 들어갔다"고 말했다.
지난 11일 2차전에서 홍콩을 상대로 A매치 데뷔골을 터뜨린 만큼 자신감이 넘쳤다. 이호재는 "그 경기에서 골을 넣어서 자신감이 차 있었다"며 "일본을 상대로 못할 건 없다고 생각하고 도전했는데, 골로 연결되지 않아서 아쉽다"고 했다.
J리그 수비수들과의 맞대결에 대해서는 "J리그가 높은 리그라고 생각하지만, K리그에도 야잔(FC서울)뿐만 아니라 좋은 수비수가 많기 때문에 크게 의식하진 않았다"며 "K리그에서도 할 만하다는 느낌을 받아서 하던 대로 하자는 생각으로 임했다"고 답했다.
숙명의 한일전인 만큼 부담감도 컸을 터. 하지만 이호재는 "감독님과 형들이 부담감을 내려놓고 즐기자고 했다"며 "나도 부담감을 내려놓고 자신 있게 하자는 생각을 많이 했던 것 같다"고 힘줘 말했다.
아쉬운 패배였으나, 이를 밑거름 삼아 한 층 더 성장하겠다는 각오다. 이호재는 "후반전에는 위협적인 장면을 많이 만들었다고 생각한다"며 "감독님께서 결과는 아쉽지만 너무 위축되지 말고 자신감을 가지라고 하셨다. 소속팀에 가서도 더 열심히 하라는 조언도 해주셨다"며 미소를 보였다.
이번 소집을 통해 생애 첫 태극마크를 단 이호재는 "나도 할 수 있다는 걸 느꼈다. 물론 부족한 게 많지만, 소속팀 복귀 후 보완해서 또 대표팀에 소집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공격수로서 공격 포인트를 더 많이 쌓고, 더 적극적이고 여유로운 플레이를 보여준다면 대표팀에 또 뽑힐 것 같다"며 각오를 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