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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화 '대가' 김선두 화백 개인전, "일상에서 존재의 본질을 찾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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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밈 10주년 기념 개인전, 8월 22일까지
'밤길', '낮별', '느린 풍경' 등 대표적 연작의 신작들과 미발표작 등 20여점 선보여
정년 퇴임 이후에도 후학 양성에 '열정'…한국화의 매력 알리는데도 '열심'

김선두, '지지않는 꽃', 장지에 먹·분채, 132x182cm(2024). 갤러리밈 제공김선두, '지지않는 꽃', 장지에 먹·분채, 132x182cm(2024). 갤러리밈 제공옛 성동구치소 벽화에서 본 꽃그림 위에 그린 붉은 맨드라미.

"뭔가 언어로 규정했을 때의 그 불완전함, 노자 '도덕경' 1장에 보면 "도가도 비상도(道可道, 非常道), 명가명 비상명(名可名 非常名)(도를 도라고 하면 이미 도가 아니고, 어떤 것에 이름을 붙이는 순간 이미 그것이 아니다)" 그 테마거든요. 사실은 김용옥 선생 강의를 듣고서, 그의 저서 '노자가 옳았다'에서 이 이야기가 나오거든요. 근데 너무 재밌더라구요."

"영원불변한 어떤 그런 것들, 그게 이제 개념적으로 하면 안 변하지 그게 머릿속에 있는 거니까. 그런데 얘는 피고 지고, 피고 지고 하거든요. 그 시간 안에서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 항상 변하는데 그 사이클로 이렇게 계속 있는 거죠. 그러니까 맨드라미가 있어서 여기에 올해 맨드라미가 다르고 내년 맨드라미가 다른 거죠. 순환은 하는데 그래서 이제 동양의 어떤 철학이나 자연관을 이게 의미하는 거고…"


김선두, '지지않는 꽃', 장지에 분채, 143x75cm(2024). 갤러리밈 제공김선두, '지지않는 꽃', 장지에 분채, 143x75cm(2024). 갤러리밈 제공'지지 않는 꽃'은 벽화의 꽃그림을 화폭으로 불러와 생명의 본질에 대한 사유로 확장시킨 작품이다.

벽화 속에 갇혀있는 꽃은 불변하는 절대적 대상, 또는 이상적 이념 속에 갇혀있는 허상(虛像)으로 은유됐고, 그 벽에 기대어 성장과 소멸을 이어가는 맨드라미나 달개비꽃, 오이꽃은 필연적이고 본능적으로 실존하는 자연의 실체를 상징한다.

활짝 핀 벽화 속 '꽃'이 결코 지지않는 '불멸'의 이상적 이미지라면 그 언저리에서 뿌리내리고 자라나 소리없이 꽃피우고 스러져가는 '풀꽃'들은 생명과 소멸을 끊임없이 순환하는 실체적 존재로 대비되면서 '지지않는 꽃'이 품고 있는 '영원성'을 표현했다.

김선두, '낮별-맨드라미', 장지에 먹·분채, 71x167cm(2025). 갤러리밈 제공김선두, '낮별-맨드라미', 장지에 먹·분채, 71x167cm(2025). 갤러리밈 제공김선두 (67·중앙대 한국화과 명예교수)화백은 자연을 단순히 감상의 대상을 넘어 생명과 존재의 본질을 탐구하는 매개체로 다뤘다.

전통 기법과 현대적 감각이 결합된 독자적 화풍을 구축하며 한국화의 지평을 넓혀온 김선두 화백의 개인전이 8월 22일까지 서울 종로구 인사동 갤러리밈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는 갤러리밈 개관 10주년을 기념하는 특별전이다.

김선두, '낮별-꼬깔콘', 장지에 먹·분채, 172x140cm(2023). 갤러리밈 제공김선두, '낮별-꼬깔콘', 장지에 먹·분채, 172x140cm(2023). 갤러리밈 제공짙푸른 어둠 가득한 들녘을 홀로 걸어가는 이와 보름달과의 동반을 서정적으로 길어올린 '밤길', 쉽게 놓치는 삶의 본질을 낮에는 보이지 않는 별로 풀어낸 '낮별', 지나온 길을 되돌아볼 때 비로소 지나친 순간들의 의미를 깨닫게 되는 '느린 풍경' 등 대표적 연작의 신작들과 미발표작 등 20여점을 선보인다.

전통 재료인 장지에 먹과 채색을 수십 번 반복해 쌓아올려 덧입히는 방식으로 현대적 한국화의 지평을 넓혀온 김 화백은 임권택 감독 영화 '취화선'에서 배우 최민식이 연기한 오원(吾園) 장승업(張承業·1843~1897)의 그림 대역을 맡았고, 김훈 소설 '남한산성' 표지화를 그려 유명세를 탔다.

김선두, '낮별-곤줄박이', 장지에 분채, 145x76cm(2024). 갤러리밈 제공김선두, '낮별-곤줄박이', 장지에 분채, 145x76cm(2024). 갤러리밈 제공곤줄박이, 개개비, 참새, 닥풀, 맨드라미…

'낮별' 연작은 참새, 곤줄박이, 개개비가 반짝이는 빈 과자 봉지를 노려본다.

배경에는 별이 무수히 떠 있다. 햇빛에 가려 눈에 보이지 않을 뿐 낮에도 존재하는 별을 그려냈다.

새는 욕망을 쫒는 우리 자신에 대한 은유를, 낮별은 눈에 보이지 않는 본질을 의미한다.

"고향에서의 어린 시절. 그믐날의 밤길은 무서웠다. 어쩌면 우리네 삶의 길은 어두운 밤길처럼 무섭고 힘들고 고독한 길일지도 모른다. 그래도 이 어둔 밤길을 걸어갈수 있음은 밝은 보름달이 함께 하기 때문은 아닐런지. 어둠이 깊을수록 달은 더욱 밝게 빛난다. "

김선두, '밤길(On the way in midnight), 장지에 먹·분채, 140x90cm(2024). 갤러리밈 제공김선두, '밤길(On the way in midnight), 장지에 먹·분채, 140x90cm(2024). 갤러리밈 제공신작으로 선보인 '밤길' 시리즈는 깊고 푸른 밤길에 하얀 달, 검은 먹선이 펼쳐져 있다.

원색의 푸른 바탕 위에 흩어져 있는 별들, 선으로만 나타낸 언덕과 나무, 길 그리고 빛으로 가득 차오른 보름달을 바라보며 홀로 걸어가는 사람.

김선두, '밤길(On the way in midnight 2), 장지에 먹·분채, 76x144cm(2025). 갤러리밈 제공김선두, '밤길(On the way in midnight 2), 장지에 먹·분채, 76x144cm(2025). 갤러리밈 제공오롯이 홀로 견뎌내야 하는 고된 삶의 여정에서 그 길을 비춰주며 따라오는 보름달과의 동행을 통해 살아가는 힘을 회복하는 정서를 표현했다.

소설가 양선미와 시인 이선식을 그린 인물화 '아름다운 시절'도 눈여겨볼 만하다.

김선두, '아름다운 시절-양선미', 장지에 먹, 76x52cm(2025). 갤러리밈 제공김선두, '아름다운 시절-양선미', 장지에 먹, 76x52cm(2025). 갤러리밈 제공미술평론가 조은정은 "부감법으로 세상을 관조하는 동양화의 전통과는 반대로 그의 작품은 관람자를 바닥에 내려놓고 허위의식을 벗고 세상을 바라보게 한다"며 "보기드문 스펙터클함과 황홀함, 그리고 생을 성찰하는 관조를 내용으로 한다"고 평했다.

김선두 화백은 1984년 20대 중반의 나이에 중앙미술대전 대상을 수상하며 미술계에 본격 진입했고, 이후 석남미술상(1992), 부일미술대상(2004), 김흥수 우리미술상(2009), 서울특별시 문화상(2019) 등 주요 미술상을 받았다.

중앙대 한국화과에서 학사·석사를 마치고, 1994년부터 30년간 같은 학과 교수로 재직하며 후학을 길렀다.

김선두, '낮별-꿀벌들', 장지에 먹·분채, 162x130cm(2025). 갤러리밈 제공김선두, '낮별-꿀벌들', 장지에 먹·분채, 162x130cm(2025). 갤러리밈 제공전통문화재단 평생교육원 수묵드로잉 작가양성과정 '탕진수묵'을 통해서도 기존의 수묵화를 탕진(蕩盡)해 버리고 필묵의 탄탄한 기본을 토대로 자유롭고 새로운 자신의 형식을 지닌 수묵화를 그릴 수 있는 한국화 작가 양성을 목표로, 수년째 제자들을 양성하고 있다. 사군자의 선, 즉 곡선(蘭난), 직선(竹죽), 반곡선(菊국), 반직선(梅매)을 바탕으로 한 '수묵드로잉' 수업을 통해 작가로서의 기초를 다지고 현대 미술의 새로운 장을 여는 작가를 키워내는 과정으로 2019년 2명, 2020년 1명의 졸업생을 배출한 데 이어 올해 네명의 작가를 졸업자로 냈다.

제자들은 그의 열정적인 지도와 헌신에 대해 훌륭한 '스승'이라고 입을 모은다.

지난해 정년 퇴임 이후 더욱 작업에만 매진한다는 김 화백은 최근에도 미국, 카타르, 중국 등 해외 곳곳을 다니며 한국화의 매력을 더 많이 알리고 있다.

 전통 기법과 현대적 감각이 결합된 독자적 화풍을 구축하며 한국화의 지평을 넓혀온 김선두 화백(67·중앙대 한국화과 명예교수)의 개인전이 8월 22일까지 서울 종로구 인사동 갤러리밈에서 열린다. 갤러리밈 제공 전통 기법과 현대적 감각이 결합된 독자적 화풍을 구축하며 한국화의 지평을 넓혀온 김선두 화백(67·중앙대 한국화과 명예교수)의 개인전이 8월 22일까지 서울 종로구 인사동 갤러리밈에서 열린다. 갤러리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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