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대통령이 9일 오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 들어서는 모습. 사진공동취재단"없는 사람이 살기는 겨울보다 여름이 낫다고 하지만 교도소의 우리는 없이 살기는 더하지만 차라리 겨울을 택합니다.
(중략) 모로 누워 칼잠을 자야 하는 좁은 잠자리는 옆 사람을 단지 37도의 열덩어리로만 느끼게 합니다.
이것은 옆 사람의 체온으로 추위를 이겨가는 겨울철의 원시적 우정과는 극명한 대조를 이루는 형벌 중의 형벌입니다."
통혁당 사건으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20년간 투옥됐던 고 신영복 선생의 '여름 징역살이'라는 제목의 글이다.
이 글을 쓴 때가 수감 생활 17년째였으니 감방 안의 여름은 겨울보다 힘겹다는 말이 과장은 아닐게다.
열흘 남짓 '여름 징역살이'를 하고 있는 윤석열 전 대통령도 그 '혹독함'을 톡톡히 맛보는 듯하다.
지난 10일 재구속된 뒤부터 '방이 너무 덥다'느니 '선풍기 가동 시간을 늘려달라'는 등의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이 수감된 서울 구치소에는 '에어컨을 왜 설치해주지 않느냐'는 지지자들의 민원 전화도 잇따랐다.
급기야는 재구속 일주일도 안돼 윤 전 대통령은 '풀어달라'는 취지의 구속적부심사를 법원에 청구하기까지 했다.
수감 이후 건강이 급격히 악화됐다는 등의 이유였다.
12·3 불법계엄 사태로 특검 수사를 받는 윤석열 전 대통령이 9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치고 대기 장소인 서울구치소로 이동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하지만 구치소 측은 윤 전 대통령이 거동상 이상은 없다고 밝혔고, 법원도 심사 청구를 '이유없다'며 기각했다.
사실 윤 전 대통령은 여름 징역살이의 최대 적인 동료 수감자가 없다.
보통 5~6명이 함께 쓰는 3평 남짓한 방을 혼자 쓰고 있다.
독방에는 다른 재소자들과 마찬가지로 선풍기가 가동되고 있고 혼자만의 운동 시간도 허용되고 있다.
법원의 기각으로 윤 전 대통령은 본격적인 여름 수감생활에 들어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
신영복 선생은 20년간의 감옥 생활을 하면서 사색과 성찰에 많은 시간을 보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우리 자신을 불행하게 하는 것은 우리가 미워하는 대상이 이성적으로 옳게 파악되지 못하고 말초감각에 의하여 그릇되게 파악되고 있다는 것, 그리고 그것을 알면서도 증오의 감정과 대상을 바로잡지 못하고 있다는 자기 혐오에 있습니다."
여름 감방 생활에서 윤 전 대통령이 '어떻게 하면 빠져나갈지'를 궁리하기 보다는 비뚤어진 가치관과 허무맹랑한 증오를 거두어 들일 수 있는 사색과 성찰을 하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