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며 개회 선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이재명 대통령이 29일 국무회의를 생중계로 주재하며 각 부처로부터 산업재해 근절 대책을 보고 받았다. 이 대통령은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산재가 줄어들지 않으면 진짜로 직을 걸라"며 실질적인 변화를 요구했다.
이규연 홍보소통수석은 이날 오전 브리핑에서 "이번 국무회의에서는 중대재해 근절 대책 등을 주제로 심층 토의가 생중계로 1시간 20분가량 진행됐다"며 "국무회의 심층 토론이 생중계된 건 역대 정부 사상 처음"이라고 말했다.
이 수석은 "대통령은 국무회의에 앞서 중대재해 근절 대책은 국민 모두에게 가감없이 알려야 할 사안이라며 토론 과정을 여과없이 생중계하라고 지시했다"며 "당초 이 대통령은 국무회의 내용을 가급적 폭넓게 국민에게 알려야 한다는 뜻을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고 설명했다.
대통령실은 이번에 사전 예고 없이 진행된 국무회의 생중계가 일회성 조치라면서도, 향후 안보 사안 등을 제외하고는 공개 횟수와 범위를 확대해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회의 모두발언에서부터 포스코이앤씨에서 올해 네번째 발생한 산재 사망사고를 언급하며 "심하게 얘기하면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올해가 산업재해로 인한 사망사고를 근절하는 원년이 됐으면 좋겠다"며 토론을 시작했다.
첫 보고자로 나선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을 향해선 "사람 목숨을 지키는 특공대라고 생각하고 (산업현장 안전 규정 위반을) 정말로 철저히 단속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 장관이 "직을 걸겠다"고 각오를 다지자 이 대통령은 "상당 기간이 지나도 산재가 줄어들지 않으면 진짜로 직을 걸어야 한다"고 답했다.
중대재해처벌법의 실효성 제고 방안도 언급됐다. 김 장관은 "수사와 판결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는데 솜방망이 처벌이고 기업에서는 불확실성이 길어져 불만이 있는 게 사실"이라며 "형사적 처벌과 함께 징벌적 손해배상 등 경제적 제재, 공공입찰 참가 제한하거나 영업정지 등을 병행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그러자 이 대통령도 "재계에서 중대재해법에 문제 제기를 하던데 이게 실효적인가 의문이 있긴 하다"고 공감을 표하며 "대부분 집행유예로 끝나는 데다, 실질적인 경영주가 안전 조치를 하지 않음으로써 이익을 얻는 주체와 실제 처벌을 받는 주체가 많이 괴리돼 있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이어 "형사 처벌은 별로 결정적인 수단이 못 되는 것 같고 지출이 늘어나게 만들어야 할 것 같다"며 "똑같은 상습적이고 반복적인 사망사고가 발생하는 것은 고의에 가까운데 이런 경우 징벌적 배상 도입을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중대재해처벌법과 관련해서는 양형위원회에 강력한 양형 기준을 요청하고 있다"며 "최근 아리셀 화재의 경우에는 대표에게 징역 20년이 구형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이 대통령은 "사망자가 몇 명이 나왔나. (20년 구형은) 교통사고 처리할 때 (양형)보다 별로 세지도 않다"며 "(산재 사고 관련) 전담팀을 두는 방안은 어떤가"라고 제안했다.
다른 부처 및 기관들도 다양한 의견을 내놨다. 특히 이 대통령은 김병환 금융위원장이 "중대 사고가 나면 ESG(환경·사회·투명 경영) 평가에서 불이익을 받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보고하자 "아주 재미있는 것 같다"며 "산재 사망사고가 상습적으로 발생하면 여러 차례 공시해서 투자가 안되고 주가가 폭락하게 (만들 수도 있다)"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국토교통부로부터 불법 하도급 제재 방안을 보고 받고는 "법을 잘 지키면 손해 보고 안 지키면 이익을 본다. 지키기 어렵다면 차라리 법을 없애야 한다"며 "고용노동부가 국토부와 협조하든지 가서 빌든지 술을 사든지 무슨 수를 써서라도 강력히 단속하라"고 지시했다.
또 입찰 분야에서의 제재 방안과 관련해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을) 몇 번 걸리면 아예 정부 공사를 못하게, 중대 사고가 반복적으로 발생하면 영업 허가를 취소하는 게 맞지 않나 싶다"며 "(사망사고가) 일정 정도 반복되면 계약을 못하게 하는 정도를 넘어서 아예 인허가, 면허를 통째로 취소하는 것도 검토하라"고 했다.
산업통상자원부에는 "특별히 부탁하고 싶은 게 있다"며 "산재 단속 강화를 하면 기업들이 섭섭하게 생각하는 측면이 있을 것 같은데 정부는 철저하게 관리하되 원활한 기업활동을 위해 규제 합리화 등 지원할 테니 노동자들을 쥐어짜서 돈 벌지 않고 기술 개발이나 시장 개척, 새로운 사업 아이템 발굴에 주력해주면 좋겠다고 해달라"고 당부했다.
아울러 이 대통령은 산재 사고 예방을 위한 고용노동부의 근로 현장 불시단속에 동행하겠다는 뜻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