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5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박종민 기자더불어민주당 이춘석 의원(4선·전북 익산갑)이 타인 명의로 주식 거래를 했다는 의혹이 터지면서 '정청래호'가 출범하자마자 악재에 휩싸였다. 그러잖아도 세제 개편안으로 주가 급락을 초래했다는 비판을 받던 차에 하필 주식 관련 논란이 겹쳐 더욱 뼈아픈 형국이다.
일단 이 의원이 민주당을 자진 탈당하면서 당의 부담은 다소 줄었지만, 4선 중진에 법제사법위원장까지 역임하는 등 중추적인 역할을 해왔기 때문에 당과 완전히 분리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야당의 공세는 더욱 격화할 전망이다.
탈당으로 당 차원의 징계가 막혔기 때문에 국회 윤리특위 등을 통한 징계 여론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이 사건이 터지기 직전 정 대표가 윤리특위 구성을 막아섰던 것도 빛이 바랬다. 향후 이 의원을 감싸느라 단호하게 대처하지 못할 경우 여권의 개혁 동력 자체가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차명 주식거래 의혹' 이춘석, 민주당 탈당
이춘석 의원이 논란에 휩싸인 건 국회 본회의 도중 보좌관 명의로 주식 거래를 하는 모습이 언론 카메라에 포착되면서였다. 이 의원은 5일 "차명 거래를 한 사실이 없다"고 해명했지만, 카메라에는 보좌관 명의 주식 계좌로 네이버 주식을 분할 거래하고 주문 정정도 한 사실이 고스란히 담기면서 빈축을 샀다.
이후 이 의원이 작년에도 국회 국정감사 도중 똑같은 보좌관의 명의로 주식 거래를 한 사진까지 추가로 드러나면서 논란은 더욱 커졌다. 더군다나 이 의원이 당일 거래한 종목이 AI(인공지능) 관련 기업 주였는데, 그날 정부의 'AI 국가대표 발표'에 해당 기업이 포함되면서 '미공개 정보이용' 의혹으로도 확산했다.
특히 '세제 개편으로 주식 시장이 급락했다'며 정부와 여당이 비판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터진 이슈라 여론은 더욱 안 좋았다. 이들이 연일 '코스피 5000'을 외치며 주식 투자 띄우기에 나선 뒤 세제 개편으로 하루 만에 급락장을 만들어 놓고는, 정작 본인들은 미공개 정보로 차명 주식 투자를 한 것처럼 비쳤기 때문이다.
다만 이 의원은 5일 밤 페이스북을 통해 "신임 당 지도부와 당에 더이상 부담 드릴 수는 없다고 판단해 민주당을 탈당하고 법사위원장 사임서도 제출했다"며 "저로 인한 비판과 질타는 오롯이 제가 받겠다. 제기된 의혹들에 대한 수사에 성실히 임하고 반성하고 성찰하는 시간을 갖겠다"고 밝혔다.
'차명거래 논란'에 휩싸인 이춘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무제한토론 종결동의안의 건에 대한 투표를 하고 있다. 박종민 기자野 "위장 탈당쇼" 공세…윤리특위 막았던 정청래 '난감'
사안이 중대한 만큼 이 의원의 자진 탈당 만으로 일단락되긴 어려워 보인다. 당장 야당에서는 "위장 탈당 쇼"라며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특히 이 의원이 '상원'이라고 불릴 정도로 비중이 큰 법사위원장직을 수행했던 만큼, 야당에선 이참에 해당 직책을 자당에 넘기라는 요구까지 하고 나섰다.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은 "쇼하지 마라. 민형배 의원은 탈당했다가 복당해서 요직을 맡고 있다. 양이원영 의원도 농지법 위반 혐의로 제명됐다가 복당했다. 김남국 전 의원은 코인 의혹으로 탈당했다가 우회 입당하고 대통령실 근무 중"이라며 "국민 회초리 피하려는 꼼수"라고 지적했다.
이 의원의 자진 탈당으로 민주당 차원의 징계가 불가능해진 만큼, 국민들이 납득할 만한 조치를 내놓으려면 국회 윤리특위 차원에서의 논의가 필요한 상황이다. 민주당이 과반을 훌쩍 넘는 거대 의석수를 갖고 있는 만큼, 의지만 있다면 의원직 제명까지도 충분히 가능하다.
하지만 윤리특위는 아직 구성조차 되지 못하고 있다. 공교롭게도 정 대표가 바로 전날 이를 가로막았기 때문이다.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위원 6대6 동수로 특위를 구성하고 전날 본회의에서 이를 통과시키기로 합의했지만, 정 대표가 취임한 뒤 뒤늦게 이를 파악하곤 '민주당 위원이 다수여야 한다'며 상정 철회를 지시한 바 있다.
정청래 "수사로 밝혀져야"…윤리특위 제소는 언급無
하지만 이제는 여야 동수의 윤리특위 구성을 막을 명분도 약해질 수밖에 없다. 국민의힘 곽규택 수석대변인은 "(이 의원의 차명 주식거래) 행위는 국회 윤리특위에 회부돼 징계를 받아 마땅한 상황"이라며 "이런 사례가 왜 윤리특위를 여야 동수로 구성해야 되는지 보여주는 사례"라고 꼬집기도 했다.
일각에선 여당에서 이 의원 문제를 제대로 풀어내지 못할 경우 정 대표의 개혁 동력에도 '빨간불'이 켜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소극적으로 대응할 경우 '내로남불', '이중잣대' 프레임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개혁 대상자의 반발을 촉발하고 불공정 논란을 키워 개혁의 동력을 저하시킬 가능성이 있다. 정 대표는 취임 일성으로 검찰·언론·사법 개혁을 외치며 "폭풍처럼 몰아쳐 전광석화처럼 끝내겠다"고 천명한 바 있다.
다만 정 대표는 이 의원 관련 의혹은 수사 사안이라며, 윤리특위 제소 가능성에 대해선 선을 긋고 있다.
민주당 권향엽 대변인은 언론 공지를 통해 "정 대표는 본인이 자진 탈당을 하면 더 이상 당내 조사나 징계 등을 할 수 없는 만큼, 의혹에 대한 진상은 경찰의 철저한 수사로 밝혀져야 한다는 입장도 말했다"고 전했다.
이어 "이런 불미스러운 일로 국민들께 심려를 끼쳐드리게 되어 송구스럽고, 당 대표로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며 "향후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방지책을 마련하고, 민주당 소속 의원들의 기강을 바로 잡겠다는 의지도 밝혔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