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비상계엄 관련 내란·외환 의혹을 수사 중인 조은석 특별검사팀이 '계엄 해제 방해 의혹'과 관련해 추경호 전 국민의힘 원내대표를 겨냥한 강제수사에 나선 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내 추 의원실에서 특검팀 관계자들이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국회 표결방해 의혹을 수사 중인 조은석 특별검사팀이 국민의힘 전 지도부를 상대로 강제수사를 본격화했다. 압수수색 대상이 된 추경호 전 원내대표는 비상계엄 당일 윤석열 전 대통령뿐 아니라 최근 재판에 넘겨진 한덕수 전 국무총리와도 통화한 당사자다.
특검은 압수수색을 통해 추 전 대표가 당시 이들과 어떤 대화를 나눴는지, 국민의힘 의원총회 장소가 바뀌게 되는 데 영향을 미쳤는지 규명할 계획이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내란특검은 전날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추 전 대표의 휴대전화 등에 대한 분석 작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특검은 추 전 대표가 지난해 12월 3일 국민의힘 비상 의원총회 장소를 바꾸게 된 경위를 확인하고 있다.
특검은 추 전 대표가 윤 전 대통령의 내란 행위 '공범'으로서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지시를 받거나 공모 하에 의원들의 계엄 해제 표결 참여를 방해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압수수색 영장에는 내란 중요임무 종사 등의 혐의가 적시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하자 한동훈 당시 국민의힘 대표는 "비상계엄을 국민과 막겠다"는 문자메시지를 의원들에게 발송했다. 이후 추 전 대표는 오후 11시3분 의총을 열기 위해 국회로 의원들을 소집했다.
국민의힘 추경호 의원. 황진환 기자
그런데 6분 뒤 추 전 대표는 의총 장소를 국회 밖인 국민의힘 당사 3층으로 바꿔 공지했다. 약 24분 뒤에는 다시 국회 본청 예산결산특별위원회 회의장으로, 자정을 넘긴 오전 0시3분쯤에는 당사로 의총 장소를 거듭 변경했다.
특검은 이 과정에서 추 전 원내대표가 윤 전 대통령 등과 통화한 정황을 포착했다. 그는 당일 오후 11시22분 윤 전 대통령과 1분간 통화했다.
10분 전인 오후 11시11분에는 한 전 총리와도 7분가량 통화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검에 따르면 당시 한 전 총리는 추 전 원내대표에게 "걱정하지 말라"고 말했다.
추 전 대표는 비상계엄 해제요구안 결의를 늦춰 달라거나 방해하라는 논의는 전혀 없었다며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특검은 추 전 대표의 주변 인물을 조사하며 당시 통화가 의총 장소 변경에 영향을 미쳤는지 확인할 전망이다.
계엄 해제요구안 표결이 이뤄질 당시 추 전 대표는 국회 본청에 있는 국민의힘 원내대표실에 머물고 있었다. 당시 추 전 대표를 비롯한 8명의 의원들이 함께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나머지 7명의 의원들은 추 전 대표가 의총 장소를 바꾸게 된 경위를 알고 있을 가능성이 큰 셈이다. 당시 원내대변인으로서 함께 있던 조지연 의원 역시 전날 압수수색 대상에 포함됐다. 조 의원은 계엄 당일 오후 5시쯤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과 30초가량 통화했다.
특검은 조 의원 외 다른 의원들에 대해서도 참고인 조사를 진행하며 당시 상황에 대한 진술을 확보할 계획이다. 박지영 특검보는 "원내대표실에 모여 있던 의원들에 대해서도 수사가 필요한 상황"이라며 "추 전 대표와 같이 있는 과정에서 어떤 의사 결정이 이뤄졌는지, 추 전 대표 당일 행적 등에 대해 조사가 이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검은 국민의힘 사무처 직원의 휴대전화도 확보했는데, 의총 장소에 관한 추 전 대표의 지시 사항 등을 확인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이 밖에 특검은 추 전 대표가 원내대표였을 당시 사용한 문서나 일지 등을 확보해 그의 계엄 당일 행적을 재구성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추 전 대표를 출국금지 조치한 특검은 압수물 분석을 마치는 대로 추 전 대표를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