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중국 전승절 80주년 열병식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참석한 것에 대해 중국 방문은 외교 고립을 탈피하고 협상력을 높이려는 '신의 한 수'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화여대 북한학과 박원곤 교수는 3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김정은의 '신의 한수'"라며 "김정은 입장에서는 이미 성공했다"고 평가했다. "26개국 정상이 참석한 자리에서 시진핑·푸틴과 나란히 천안문 망루에 서는 사진 한 장만으로도 국내외 정치적 성과를 충분히 거둘 수 있다"는 것.
박 교수는 이번 방중이 북한 내부적으로는 선대(김일성·김정일)를 넘어서는 업적으로 선전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1959년 열병식 때 김일성은 마오쩌둥과 후르시초프 옆에 서지 못했지만, 이번에 김정은이 핵심 자리에 선다면 정치적 승리를 선포하는 것"이라고 했다.
세 정상의 '망루 동시 등장'이 한미일 대 북·중·러 진영 대결을 고착화한다는 관측엔 "사진은 그런 의미가 있다"면서도 중국이 냉전적 사고방식과 진영 대결에 반대한다는 기존 입장을 반복해온 점을 들어 "북·중·러 3국 공조의 제도화(공식화)는 아직 별개"라고 선을 그었다.
이번 방중의 최대 화두인 김주애 동행에 대해 박 교수는 "갈 가능성이 낮다고 봤지만 실제 등장했다"며 "그 순간 전 세계 언론의 초점이 김주애로 쏠린다. 중국이 4대 세습을 일정 수준 인정했을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만 12세로 매우 어리다는 점 외에 북한은 가부장적 사회로 딸을 후계자로 삼을 경우의 문제나 후계자 우상화 서사가 아직 없다는 점 등 후계자로 단정 짓기 어렵다는 점도 덧붙였다.
유튜브 채널 'CBS 김현정의 뉴스쇼' 방송화면 캡처후계 담론이 빨라질수록 거꾸로 김정은 건강 리스크를 드러낼 수 있다고 했다. 박 교수는 "새벽 5시에 잠, 담배 하루 2갑, 술도 많이"라는 생활 패턴과 체중을 언급하며 "건강 이상하지 않은 게 이상하다는 말이 연구자들 사이에 있다"고 전했다.
박 교수는 북한 외교를 "한 국가에 올인하지 않는 전통적 '시계추(등거리) 외교'"로 규정했다. 최근 러시아 협력 강화로 중국을 다시 끌어들이는 효과를 냈고, 이번 장면은 '미국을 향해 중국·러시아를 뒷배로 협상력을 강화'하는 메시지라고 해석했다.
향후 정세에 대해 박 교수는 "올해는 아니더라도 내년쯤 (북미) 대화 가능성이 있다"며 "트럼프가 강하게 대화 의지를 밝히고, 북한도 7월 29일 김여정 담화에서 트럼프와의 관계가 나쁘지 않다 시사했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 입장에선 '트럼프가 아무리 만나고 싶어도 김정은은 내(중국)가 부를 수 있다'는 걸 이번에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경제 측면에선 러시아 협력의 실효성이 제한적이라고 진단했다. "푸틴이 러시아 관광객을 많이 보내겠다 했지만 작년 실제 방문은 800명 수준"이라며 "(반면)중국은 분위기가 좋을 때 연간 100만 명까지 보내겠다고 했던 전례가 있다"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