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2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기업, 노동 둘 다 중요하죠. 어느 한쪽 편만 있어 가지고 되겠습니까. 소위 '교각살우'라는 잘못을 범해서는 안 됩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2일 국무회의에서 "새는 양 날개로 난다"면서 지속적인 경제 성장을 위한 노사 협력을 당부했다. 상법 개정안과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 시행을 앞두고 기업 경영 위축 우려가 커지자 이를 의식한 발언으로 풀이됐다.
이 대통령의 이 같은 '줄타기' 메시지는 경제 지표 개선이 국정 동력 확보의 관건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출범 석달째인 이재명 정부는 국민 소통을 강화하고 한미 정상회담 등 외교 무대에서 첫 고비를 넘기며 선방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한미일 대 북중러' 구도가 고착화되며 대외 환경은 악화하고 있어, 결국 경제 성적표가 정부의 운명을 가를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재계 달래기…배임죄·규제 합리화 시사
이 대통령은 "잠재성장률 하락 흐름을 반전시켜야 한다"며 하반기 민생 경제 회복에 집중하고 있다. 전국민 소비쿠폰 지급 등 확장 재정으로 산업생산·소비·투자 지표는 일시적 반등세를 보였지만, 8월 대미 수출은 전년 대비 12% 급감했고 대중 수출도 3%가량 줄었다. 한국은행은 잠재성장률이 2010년대 3%대에서 최근 1%대로 하락했다고 진단한 바 있다.
대선 후보 시절부터 '우클릭 행보'를 보여온 이 대통령은 '친노동' 이미지에 국한되지 않고 균형을 잡으려는 모양새다. 3일에는 반도체 부품 강소기업과의 간담회를 열고 "먹고 사는 문제의 핵심은 기업의 지속적 성장"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노동부 장관을 노동자 출신, 산업부 장관을 대기업 출신으로 임명한 것도 현장 의견을 최대한 정책에 반영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로는 배임죄 완화와 규제 개혁을 추진 중이다. 대통령실 강유정 대변인은 "노조법이 통과됐다면 그 다음에는 배임죄 역시 불합리한 부분이 있기 때문에 고치고 바꿔야 한다는 게 대통령의 평소 지론"이라며 "완화 또는 폐지, 두 가지 크게 구분 없이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앞서도 "배임죄 남용이 기업 활동을 위축시킨다"며 제도 개선 필요성을 언급한 바 있다.
노동계도 챙긴다…양대 노총 첫 오찬
이재명 대통령이 3일 경기 안산시 새솔다이아몬드공업에서 열린 K-제조업 기업현장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동시에 노동계와의 접점도 강화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산업재해를 뿌리뽑겠다"며 안전시설 미비 시 과태료·과징금 상향 등 대책을 주문하고, '위험의 외주화'와 같은 근본적인 문제도 거론하고 있다.
지난 국무회의에선 '산재 단속이 건설 경기를 죽인다'는 주장에 "말이 되는 소린가"라며 "그럼 불법과 비인권적 조건에서 건설업 경기를 활성화하면 되는 것이냐"는 강경한 입장을 내기도 했다.
4일엔 취임 후 처음으로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과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을 한 자리에서 만난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배석하는 오찬 회동에선 노란봉투법 후속 조치, 주4.5일제, 정년 65세 법제화 등 주요 노동 현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더불어 노사정이 함께 하는 '사회적 대화'도 논의 테이블에 오를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