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과 중국이 정상회담을 마친 뒤 발표한 보도문에는 과거 회담에서 언급됐던 '한반도 비핵화' 관련 내용이 없었습니다.
대신 두 나라의 경제협력과 전략적 소통을 강조하는 내용이 들어갔습니다.
통일부에 나가있는 김학일 기자를 연결해 이번 회담 결과를 하나하나 살펴보겠습니다.
(질문)
김 기자, 이번 회담 결과에서 가장 눈에 띄는 대목 무엇입니까?
(기자)
과거 회담에서 매번 언급됐던 내용이 이번에 빠진 게 역설적으로 가장 눈에 띄는 대목입니다.
바로 한반도 비핵화와 관련된 내용입니다.
지난 2018년과 19년에 김 위원장은 4번 중국을 방문했고 시진핑 주석은 한번 북한을 방문했는데 두 정상의 회담에서는 김 위원장이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의지를 피력하고 시 주석이 이를 지지한다는 내용이 들어갔었습니다.
전승절 80주년 열병식 참석을 위해 중국을 방문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4일 오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양자회담을 개최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5일 이에 대해 보도했다. 연합뉴스그런데 이번 보도문에는 이 내용이 언급되지 않은 것입니다.
(질문)
북한이야 그렇다고 해도 중국이 한반도 비핵화 입장을 접었다고 볼 수 있을까요?
(기자)
말씀하신대로 북한은 핵 보유를 법으로 규정하며 비핵화 불가론을 강조하는 만큼 그렇다고 치고요.
중국은 한반도 3원칙으로 한반도 비핵화, 한반도 평화와 안정, 대화와 협상을 통한 문제 해결 이렇게 3 원칙을 견지해왔습니다.
그런데 시진핑 주석은 이번 회담 보도문에서 한반도 평화와 안정 유지 원칙은 강조했지만 비핵화는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물론 중국이 한반도 3원칙의 하나인 비핵화를 폐기했다고까지 속단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북한이 비핵화 불가론을 강력하게 강조하는 상황에서 이 내용이 빠진 것은 중국이 비핵화 문제를 유보하고 북한의 핵 보유를 묵인하는 쪽으로 전환을 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옵니다.
중국 입장에서 한반도 비핵화는 북한만이 아니라 한국의 핵무장도 막기 위한 것인데요.
그런데 한미가 핵 협의 그룹을 가동하고, 한미 한미일 협력 강화 등 트럼프 정부 주도의 대중 압박이 강해지니까 이에 대한 압박을 위해 기존의 '북핵 불용'에도 여지를 두는 것으로 보입니다.
(질문)
김 기자, 김 위원장이 시 주석에게 유엔 무대에서 공조하자고 한 대목도 눈길을 끕니다.
(기자)
김 위원장은 시진핑 주석에게 "두 나라의 공동 이익을 위해 유엔과 다자간 플랫폼에서 중국과 공조할 준비가 됐다"고 말했습니다.
이는 유엔이나 다자무대에서 미국에 대한 북한과 중국의 공조를 뜻하지만 한편으로는 제재문제와도 연결됩니다.
북한은 핵과 투발수단인 미사일 개발로 이미 강력한 유엔 제재를 받고 있습니다.
그런데 북한은 최근 화성 20형 ICBM 개발 계획을 공개하는 등 핵 무력의 지속적인 강화 방침을 밝히고 있습니다.
앞으로 북한의 시험발사가 이뤄지면 당연히 유엔 안보리 제재대상이 되지만 이런 부분에 대한 중국의 협력을 겨냥한 것으로 보입니다.
러시아가 지난해 3월 유엔에서 대북제재 이행여부를 살펴보는 전문가들의 활동 연장을 반대해 제재를 일부 무력화시킨 사례가 있습니다.
(질문)
김 위원장이 중국과의 경제협력 확대방침을 밝혔는데, 복합적인 의미가 있다면서요.
연합뉴스(기자)
김 위원장이 이번 전승절 행사에 참가한 이유 중 하나가 바로 경제 문제입니다.
러시아와의 밀착으로 안보나 첨단무기 기술에서 도움을 얻을 수 있지만 경제문제에서는 한계를 느낀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은행이 최근 북한의 지난해 경제성장률을 3.7%로 추정했는데, 이는 기저효과를 반영한 측면이 강하고 실제 북한 주민들의 생활은 매우 어렵다고 합니다.
지난 달 기준으로 장마당 달러 환율 3만 2천원 쌀값이 1킬로그램에 만 5천원으로, 1년 전보다 3배 가까이 올랐습니다.
아무래도 북한은 관광 등 다양한 분야에서 중국의 경제 지원을 바라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대규모 경제협력은 유엔 제재를 위반하지 않고서는 추진되기가 어렵습니다. 중국이 대규모 협력에 나선다면 유엔 제제를 우회하거나 훼손한다는 뜻일 겁니다.
(질문)
김 기자, 중국 러시아와의 협력이 강화된다면 북한 입장에서 미국과의 대화를 이유는 줄어드는 것 아닙니까
(기자)
중국 보도에는 없고 북한 보도에만 있는 내용인데요.
시 주석은 북한이 "자기 실정에 맞는 발전의 길을 걸으며 조선식사회주의 위업의 새 국면을 개척해나가는 것을 지지 한다"고 되어 있습니다.
핵과 경제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는 북한 자체의 발전 방법론을 지지한다는 뜻도 됩니다.
북한이 핵을 보유한 상태에서 러시아와의 협력으로 안보문제, 중국과의 경제지원으로 민생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면 굳이 미국과 대화를 할 필요가 줄어듭니다.
지난 2018년과 19년 1,2차 북미정상회담도 북한 입장에서는 제재를 돌파하기위서였습니다.
북중 관계가 좋지 않았던 것은 러시아와의 밀착도 있지만 중국이 속 시원하게 경제지원을 하지 않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중국이 앞으로 어느 정도까지 경제협력을 하느냐는 향후 두 나라 관계의 주요 관전 포인트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질문)
그럼에도 북한이 미국과 대화할 여지가 없는 것은 아니죠?
(기자)
두 정상이 한 발언 중에 똑같은 표현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국제정세가 어떻게 변하더라도 두 나라 우호 관계는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표현입니다.
두 정상은 이와함께 전략적 소통을 강화하기로 합의했습니다.
여기에는 북한이 앞으로 미국과 대화를 재개해도 중국과의 전략적 소통을 긴밀하게 하자는 뜻도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중국이 북한에 대해 대규모 경제지원을 하는 건 현재 제재 구조에서는 어렵습니다.
따라서 북한은 정치 군사적 문제만이나 아니라 제재 문제 등 미국과 대화할 수요가 여전하다는 분석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안에 김 위원장을 보고 싶다고 했지만 북한은 오는 10월 당 창건 80주년 행사와 내년 초 9차 당 대회라는 중요한 국내 정치 일정이 있습니다.
여기서 향후 5년 동안의 대외정책 방향도 결정되기 때문에 이 틀에서 대미접근이 이뤄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물론 대화를 한다면 북한은 비핵화가 아닌 다른 형식을 요구할 것이고, 북미간에 이를 둘러싼 밀고 당기기가 벌어질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입니다.
(질문)
김 기자. 김 위원장의 딸 주애가 이번 방문에 동행해 많은 관심을 모으지 않았습니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일 현지시간 오후 4시 중국 수도 베이징에 도착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통신이 공개한 사진에 따르면 김 위원장의 딸 주애(붉은 원), 조용원·김덕훈 당 비서, 최선희 외무상 등이 동행했다. 연합뉴스(기자)
김 위원장이 지난 2일 베이징 역에서 내려 중국 고위간부들의 영접을 받을 때 김 위원장 바로 뒤에 김주애가 서 있었습니다.
김 위원장이 처음으로 서는 다자외교무대에 주애를 대동했다는 것은 그녀를 국제사회에 소개시키려는 의도가 다분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이후 전승절 행사나 평양으로 돌아갈 때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습니다.
김주애의 만 나이가 만 12세니까 차기 지도자로 선보이기보다는 다양한 후계수업을 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번에 김 위원장을 수행한 당 부부장급 이상 간부가 모두 10명인데 이중 선전선동 담당 간부가 4명으로 제일 많습니다.
이는 이번 방중 성과를 김 위원장의 위상 제고에 대대적으로 활용할 것이라는 뜻이고, 주애가 수행한 비공개 일정이 추후 후계자 확정에 활용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지금까지 통일부에서 전해드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