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종호> 기후의 눈으로 경제를 읽다. 안녕하세요. CBS 기후로운 경제생활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홍종호입니다. 한 주 동안 세계 각지에서 벌어진 기후 현안 전해 드리는 주간 기후 브리핑 시간입니다. 오늘도 CBS 경제부 최서윤 기자 나와 계세요. 안녕하세요.
◇ 최서윤> 안녕하세요.
◆ 홍종호> 오늘은 또 어떤 흥미로운 이야기를 준비해 주셨습니까?
◇ 최서윤>
기후변화 컨트롤타워 본격 출범◆ 홍종호> 정부 얘기군요. 올해 두 달 이상 얘기를 해왔는데 기후에너지환경부가 출범했다는 소식이죠. 궁금합니다.
◇ 최서윤> 드디어 나왔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출범하게 됐어요. 지난 일요일에 대대적인 정부 조직개편이 발표되면서 떠들썩했습니다. 아직도 그 여파가 가시지 않고 있어요. 검찰청 폐지하고 중수청 신설하고요. 기재부의 세제와 예산 기능도 분리하고 매우 파격적인 내용이 나왔어요. 기후에너지환경부 출범도 상당히 큰 변화입니다. 먼저 영상 한번 보고 시작할게요. 지난 7일 정부 조직개편안 발표 장면입니다.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 2025. 9. 7.]
"탄소중립과 에너지 전환을 적극 추진하기 위해 환경부를 기후에너지환경부로 개편하겠습니다. 그간 탄소중립은 국가적 차원의 과제로서 강력한 컨트롤타워의 중요성이 강조되어 왔지만 현행 분산된 정부 조직 체계로는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실질적 총괄이 어렵다는 평가를 받아왔습니다. 이에 일관성 있고 강력한 탄소중립 정책을 추진하기 위해 환경부와 산업통상자원부의 에너지 기능을 통합하여 기후에너지환경부로 개편하겠습니다. 다만 산업과 통상과 밀접하게 관련된 자원 산업 및 원전 수출 기능은 산업통상부에 존치하겠습니다."
◆ 홍종호> 일각에서는 기후환경에너지부가 될 것이라는 얘기도 있었는데 환경부를 기후에너지환경부로 바꾸게 됐군요. 일관성 있고 강력한 탄소중립 정책을 추진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인데요. 결정 내용 좀 소개해 주시죠.
◇ 최서윤> 일단 여러 가지 정부 조직을 개편하는 안이 나왔는데 실제 개편 시기가 조직마다 조금씩 달라요.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정부조직법 등 관련 법률 개정안이 공포되는 시점에 즉시 시행됩니다.
◆ 홍종호> 다른 부처의 조직개편보다 더 빠르게 시행되는군요.
◇ 최서윤> 기재부 분리 같은 경우에는 내년 1월 2일부터 되고요. 검찰청 폐지 같은 경우에는 공포 후 1년 정도의 시간이 있어요. 근데 기후에너지환경부는 바로 됩니다. 언제쯤으로 예상되냐면요. 김성환 장관의 설명에 따르면 이번 주 중에 여당에서 의원 입법으로 법안을 바로 발의하고요. 이달 25일에 국회 통과하는 게 목표입니다. 대통령실에서 공포 절차 거치고 나면
10월 1일에는 정식 출범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 홍종호> 한 달도 안 남았다는 얘기군요.
◇ 최서윤> 맞습니다. 시간이 얼마 없어요. 어떤 식으로 개편되는지 화면의 산업통상자원부 조직도를 보겠습니다. 2차관 산하에는 에너지정책실과 자원산업정책국, 원전산업정책국, 원전전략기획관이 있는데 이 중 통상 수출과 관련된 게 자원산업정책국, 원전전략기획관이에요. 원전 수출을 담당하는 이 2개만 산업통상부에 남게 되고요. 그 외 에너지정책실과 원전산업정책국은 환경부로 이관됩니다. 과로 치면, 그 두 곳에 포함된 총 16개 과가 이동하는 겁니다.
◆ 홍종호> 에너지정책실에 있는 4개 관에 더해 원전산업정책국까지 옮겨간다는 거군요.
◇ 최서윤> 예.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름이 산업통상부로 바뀌는 거고요. 부처, 과만 오는 것이 아니라 기존에 산업부 산하에 있던 관련 공공기관들, 예컨대 한국전력, 한국수력원자력 등의 공기업들도 기후에너지환경부로 바뀌게 됩니다. 굉장히 중요한 변화예요. 그리고 기획재정부가 기후대응기금이랑 녹색기후기금 운용 중이잖아요. 이것도 재정 운용을 일원화한다는 차원에서 기후에너지환경부로 갑니다.
본격적인 컨트롤타워가 되는 거예요. 환경부에도 큰 도전이에요. 여태까지 환경부가 규제 부처라는 틀에 얽매여 있었는데 앞으로
국가 기후변화 대응, 탄소중립, 에너지 전환 이런 큰 정책을 종합적으로 시행하는 정책 부처로 거듭나는 의미가 있습니다. 이번 개편과 함께 대통령 직속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도 기후위기대응위원회로 이름을 바꾼다고 해요. 아마 그에 걸맞은 역할 강화가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 홍종호> 이런 정부 조직개편은 공무원들에게는 큰 영향을 주는 것이기 때문에 말도 많았고 부처 간의 이해관계도 첨예했던 것으로 들었어요.
◇ 최서윤> 맞아요. 기후 대응과 에너지 전환 컨트롤타워를 출범시키는 게 이재명 대통령의 후보자 시절 공약이라 이전부터 이 프로그램에서 여러 번 다뤄 왔잖아요. 원래는 기후에너지부를 신설하자는 안이었는데 환경부로 이관돼서 확대 개편한다는 것이 차이점이에요. 환경부에서 물관리를 일원화해서 총괄하고 있죠. 그리고 자연 보전, 기후 적응 업무들도 해왔기 때문에 같이 시너지를 발휘하면 긍정적인 효과를 낼 수 있을 거예요.
말씀하신 것처럼 여러 가지 논란도 제기됐어요. 그중 하나를 소개해드리자면, 환경부 권한이 너무 막강해져 이해충돌이 있을 수 있다는 우려예요. 예를 들면 건설 개발 사업을 할 때 환경부에서 환경영향평가를 하잖아요. 이것이 환경 오염을 방지하는 최후의 보루 역할을 해왔는데요. 에너지 전환을 하다 보면 불가피하게 일정 정도의 건설 개발 사업이 있을 수밖에 없잖아요. 그러면 이런 인프라를 구축할 때 기후에너지환경부가 사업도 하고 환경영향평가와 같은 규제까지 같이 하는 거예요. 그래서 권한도 너무 크고 이해충돌이 있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와요.

◆ 홍종호> 제가 간단한 코멘트를 하자면 재생에너지 같은 경우도 현장에 설치해야 되잖아요. 건설 부분이 들어가는 거죠.
유럽의 경우에는 원스톱 샵(One-stop Shop)이라 해서, 지금 말씀하신 규제 그러니까 환경영향평가를 통과하고 사업 인허가 절차를 밟는 등의 모든 과정을 하나의 부처에서 다 하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어요.
◇ 최서윤> 기후에너지환경부 같은 모델이군요.
◆ 홍종호> 덴마크 등의 국가들은 이렇게 하나의 청이 하고 있거든요. 우리나라가 워낙 개발 부서와 규제 부처가 따로 있다는 이분법적 인식이 강해서 그렇지 한 부처에 있으면 안 된다는 데에 대해 저는 동의가 안 되는 것 같아요. 재생에너지를 늘리는 과정에서 불필요한 규제를 줄이고 꼭 필요한 규제를 하자고 한다면요. 처음에는 좀 어색할 수 있지만 익숙해지면 괜찮을 거예요. 왜 재생에너지를 설치하는지를 생각해 봐야 해요. 기후변화에 대응하고 앞으로의 삶의 질을 높이며 지속가능한 나라를 만드는 것이 환경부의 존재 목적이잖아요. 그러니까 저는 두 개 다 잘할 수 있다고 봅니다. 외국 사례가 보여주듯 리더십만 잘 발휘하고 공무원끼리 싸우지 않고
한 배에 탔다는 생각으로 같은 목적을 향해가면 충분히 해낼 수 있어요.
◇ 최서윤> 에너지 전환과 환경 보전 업무가 양립 가능하다는 거죠.
◆ 홍종호> 그럼요. 그렇게 돼야만 성공하는 거죠.
◇ 최서윤> 맞아요. 반대로 생각해 보면 지금까지 산업부 권한이 막강했던 것도 있어요. 산업부에서 에너지 업무를 수행하다 보니까, 다시 말해 산업계의 통상 수출을 에너지와 같이 총괄하다 보니까 그동안 고배출 수출 기업을 많이 배려해 줬잖아요. 그러다 보니까 우리나라의 에너지 전환 시기가 다른 선진국 대비 좀 늦어지게 됐고요. 이것이 심각한 문제로 지적됩니다. 고도성장을 이룬 아시아 국가들은 다 이런 특징이 조금씩 있다고 해요.
우리나라
온실가스 배출의
1/3을
전력 부문이 차지하고 다른
1/3을
산업 부문이 차지하는데 이 두 개의 부문을
그동안 산업통상자원부라는 한 부처에서 총괄하면서 막강한 권한을 행사해 왔어요. 그러니
환경부가 배출권거래제 같은 제도를 만들어도 유명무실해진 측면도 있었죠. 이를
바로잡는 계기가 될 것 같기도 합니다. 단, 이렇게 이권을 나누는 작업이 있다 보니까 사실 많이 시끄러웠습니다. 그래서 이번에 기후에너지환경부 결정 과정에서 여당 내에서 유명하신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막판까지 반대 목소리를 냈습니다.
◆ 홍종호> 이렇게 에너지 정책을 가져오는 것에 문제가 있다고 했군요.
◇ 최서윤> 맞아요. 그만큼
그동안 막강했던 산업통상자원부의 권한을 쪼개 오는 게 쉽지 않은 일이었음에도 이뤄냈다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 홍종호> 좋은 지적을 많이 해 주셨는데 저는 이런 생각이 들어요. 과거 80년대에는 에너지 정책을 담당하는 독립된 부서가 있었어요. 동력자원부라고 하는데 이름이 좀 거칠죠. 동력자원부가 90년대 들어서 지금의 산자부에 해당하는 상공부와 통합되었어요. 그러니 산자부가 에너지 정책을 뺏겼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고 봐요.
에너지 정책이 산업 정책 부처 내에 들어가면서 가장 큰 문제였던 것은 에너지 정책이 갈수록 중요해지고 기후위기 시대에는 더더욱 중요하지만 산업 정책의 하위 개념으로 전락한 거예요. 산업 부문에 전기와 가스를 싸게 공급해야 산업 경쟁력을 유지하게 할 수 있다는 것이 강력한 논거로 작용하다 보니까 에너지 정책에 필요한 여러 가치의 중요성이 사장돼 버리는 거죠. 전문가들이 보기에는 산업통상자원부에서 하는 정책은 진정한 의미의 에너지 정책이 아닌 거죠. 그저
산업 정책이 잘되도록 봉사하는 보조 수단으로 전락한 거예요. 조금 심하게 말씀드리자면 에너지 정책이 갈수록 중요해지는 기후위기 시대에 산자부가 그동안에 잘 못한 것에 대한 대가를 치른 것이죠. 저는 제대로 했었어야 한다고 이야기해 드리고 싶어요. 물론 우리나라 공무원들이 워낙 유능하니 역할과 정체성이 제대로 주어지면 또 잘할 거라고 봐요. 그래야 에너지 정책에 참여하는 공무원들도 보람을 느끼죠.

◇ 최서윤> 맞습니다. 부처를 크게 흔들면서 논란이 컸음에도 이런 큰 개편을 결정한 이유는 기후위기 대응이 그만큼 시급하다는 절박한 인식이 있는 겁니다. 기후에너지환경부 초대 장관이 될 김성환 환경부 장관이 조직개편 다음 날 국회 기후특위 전체 회의에서 업무 보고를 했어요. 여기서 기후위기 대응이 매우 시급하다는 인식을 드러냈는데요. 우선 기후변화와 관련해 정부가 2008년 기후변화대응 종합기본계획을 시작으로 2011년부터 5개년씩 내놓는 정책 방향이 있잖아요. 처음 나왔던 게 제1차 국가 기후위기 적응 강화대책인데 이게 2011년부터 2015년까지 적용됐고, 이후 2차, 3차가 있었고 이제 새로 나오는 4차 대책이 내년부터 2030년까지 적용됩니다. 그런데 이번부터는
기후위기 '적응' 대책이 아니라 '대응' 대책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기로 했어요. 김성환 장관이 국회에서 밝힐 때 기후위기에 보다 능동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 소극적이고 순응적인 의미를 담고 있는 '적응'이라는 용어 대신에 '대응'이라는 용어를 쓰고자 한다고 의미를 설명했는데요. 이 부분을 어제 환경부 기자간담회에서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했어요. 잘 와닿아서 소개해 드리면 영어로 adaptation이라는 단어를 번역할 때 사전적으로는 적응이 맞아요. 그런데 그 앞에 기후변화로 나타나는 현상들을 붙여 봤대요. 예컨대 대형산불, 폭염, 폭우 등을 구체적으로 앞에 놓고 보면 적응이라는 단어가 안 맞는다는 거예요. 어떻게 대형 산불에 '적응'하냐는 거죠.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하는 게 아니냐는 겁니다. 폭염이랑 폭우도 소극적으로 적응만 하고 있을 수 없잖아요. 그래서 좀 더 적극적인 기후 대응을 하고 온실가스 감축과 연계해서 추진하겠다는 의미라고 밝혔습니다.
◆ 홍종호> 저도 앞으로 강의할 때 용어를 바꿔야 하나요? 저는 수업 시간이나 학계 발표에서 '적응'은 기후 피해에 반응한다는 의미로 써요. 산불이든 폭염이든 한순간에 뒤바꿀 수 없고 거기 맞춰 살아가야 하잖아요. 폭우가 오는데 하늘을 막을 수가 없는 거니까요. 그런 차원이고 또 하나는 '완화'죠. 탄소 배출을 줄여야 한다는 의미로 씁니다. 저는 '대응'이라는 말은 '감축', 즉 '완화'와 '적응'을 합친 의미로 썼는데요. 다시 말해, 기후 피해를 줄이기도 하고 거기에 될 수 있는 대로 잘 맞춰서 살 수 있도록 하는, 혹은 그에 적극적으로 반응하면서 정부가 인프라 투자도 하고 국민의 인식도 높이는 이런 의미로 두 용어를 썼습니다. 제가 들어보니까 환경부 장관이 말한 대응이라는 말 자체도 아마 그 두 가지를 다 포함하는 것 같아요. 감축도 하고 적응도 한다는 의미로요.
◇ 최서윤> 맞아요. 좀 더 적극적인 의미가 있다고 보면 될 것 같아요.
◆ 홍종호> 이렇게 부처 이름을 바꾸고 부처의 예산도 늘어나면 환경부가 연내 마무리하는 주요 정책 과제도 탄력을 받겠네요.
◇ 최서윤> 네. 그럴 것 같아요. 일단 시급한 과제 두 가지를 소개해 드릴게요. 우선 방송에서도 여러 번 말씀드린 2035년 NDC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지금 발표해야 하는데 묶여 있어요. 작년 헌법재판소 헌법불합치 판결에 따르면
탄소중립녹색성장기본법 8조에 2031년부터 2049년까지의 구체적인 감축계획을 제시해야 하잖아요. 그러니까
2035 NDC랑 연계해서 결론을 낸다는 계획이에요.
표 잠깐 볼게요. 시민사회 단체는 2018년 대비 67%를 감축해야 한다고 얘기하고 있는데 2030 NDC가 40% 감축이었잖아요. 산업계는 40%대 중후반 감축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고 있고요. 국제기구 IPCC(유엔기후변화협약에 관한 정부 간 패널)에서 제시하는 수준은 한 61% 정도 돼요. 시민사회 의견대로 가면 지금부터 많이 감축해서 2050 탄소중립에 가까워질수록 부담을 좀 덜어주는 아래로 볼록한 그래프가 만들어지고요. 산업계 얘기대로 하면 위로 볼록해요. 그러니까 지금은 덜 감축하고 그사이에 감축 기술을 많이 개발해서 나중에 벼락치기로 감축한다는 건데 약간 위험한 시나리오죠.
◆ 홍종호> 그래프가 선형으로 쭉 떨어진다고 했을 때 최근 그 경로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잖아요. 지금 벌써 위로 올라가 있어요.
◇ 최서윤> 맞아요. 거기도 못 미치고 있어요. 일단 매년 일정하게 선형 경로로 가면 53% 감축 목표를 잡게 되는데 그것도 못 따라가는 거니 사실 이렇게 가기도 어렵겠죠. 그래도 4가지 안을 다 열어놓고 장단점도 다 따져서 범국민 공개 논의를 하겠다, 끝장토론을 열겠다는 방침이에요.
◆ 홍종호> 좋은 것 같습니다. 이 정도 주제에 대해서는 국민의 생각과 솔직한 반응을 들어보는 게 좋죠.
◇ 최서윤> 예. 브라질 기후정상회의가 열리는 11월 초까지는 최종안을 확정해서 UN에 제출하기 때문에 이르면 이달 말부터 공론화 절차가 시작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 홍종호> 환경부가 아주 바쁘겠네요.
◇ 최서윤> 또 중요한 게 지난 번에 소개해 드린
배출권거래제예요. 2026년부터 2030년까지 적용되는 배출권거래제 4차 할당 계획에서 유상할당 비중이 얼마나 확대될지가 중요하다고 했었잖아요. 어느 정도 그 윤곽이 나왔어요.
현재 유상할당 비중이 10%인데 2030년까지, 5년 안에 50%까지 단계적으로 상향한다고 해요. 그러니까 상향하는 폭이 꽤 커요. 지금까지 10년간 배출권거래제를 시행했는데 이게 유명무실했던 이유 중의 하나가 유상할당 비중이 워낙 낮고 예외도 많아서예요. 고배출 수출 기업에 그냥 다 무상할당을 해줬잖아요. 이렇다 보니까 지금 우리나라 배출권 가격이 톤당 7천~8천 원 정도예요.
◆ 홍종호> 유럽의 10분의 1도 안 되잖아요.
◇ 최서윤> 맞아요. 헐값이라서 유명무실했기 때문에 제도를 실질화하기 위해 5년 이내에 50%까지 올린다는 건데 꽤 높은 상승률인 것 같기는 해요. 기업은 당연히 배출권 비용이 커지니까 온실가스 감축 투자에 속도를 낼 걸로 기대되고요. 정부도 배출권 팔아서 번 돈을 다른 데 쓰는 게 아니라 기업의 온실가스 감축 기술 개발에 지원해서 산업 부문의 탈탄소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방침입니다.
관련해서 오해할 수 있는 기사들이 나오는데 부연 설명을 해드릴게요.
차등적 유상할당이라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어요. 산업 부문은 지금 100% 무상할당 적용받는 업계도 있다고 말씀드렸잖아요. 일반적으로 10% 유상할당인데 산업계는 4기 계획 기간, 즉
2030년까지 최대 15%까지만 상향해요.
산업계의 부담은 생각하는 것만큼 그렇게 크지 않아요. 대신
발전 부문에 유상할당을 강화해서 지난번에 말했던 것처럼 에너지 전환에 속도를 냅니다. 일단 재생에너지를 빠르게 확대해서 재생에너지 단가가 내려가면 나중에 산업계가 좀 저렴하게 재생에너지를 이용할 수 있어 감축 부담을 덜어줄 수 있잖아요.
◆ 홍종호> 사실 EU는 제3차 할당 기간의 첫해였던 2013년에 이미 발전 부문 100% 유상이 시작됐어요. 벌써 10년이 넘은 거예요. 그러니까 한국이 그렇게 빠르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 최서윤> 우리나라도
2030년 4차 계획 기간 끝나고 나면 발전 부문 100% 유상할당을 도입할지 검토한다고 해요. 유럽 주요국도 하는데 우리가 못 할 게 없다는 의지를 갖추고 있는 것 같아요.

◆ 홍종호> 더불어
전기 요금 인상은 경제학자인 제가 제일 관심두는 이슈입니다. 저는 꼭 인상이란 말을 쓰고 싶지 않고요.
정상화해야 한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지금이 비정상이라는 말입니다.
◇ 최서윤> 얼마 전 금요일 오후엔가 대통령실에서 살짝 이야기가 나와서 모두 깜짝 놀랐었죠. 관련 기사에 전기료 좀 올려야 된다는 댓글들이 달리더라고요. 공감대가 약간 형성되고 있지 않나 싶었는데 이것도 끝장토론, 범국민 공론화 등을 해볼 필요가 있을 것 같아요.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전기료 인상은 피해 가기 어려운 과제잖아요. 기후에너지환경부가 본격적으로 닻을 올리고 시급한 몇 가지 정책 과제를 연내에 마무리하고 나면
전기요금 인상 논의도 본격화하지 않을까 싶어요. 제 생각엔 내년 지방선거 이후에는 시작할 것 같아요.
가정용 전기료 인상은 불가피해 보이고요. 산업용 전기료 같은 경우에는 앞으로 관세 여파 등 경제 상황을 보면서 해야겠지만 그래도
적정 수준의 기후 환경 요금을 반영한 전기료 인상 얘기를 꺼내게 될 걸로 보입니다. 그 전 단계로 이렇게 배출권거래제를 현실화하잖아요. 그러니까 탄소 배출권 가격을 정상화해서 지금 우리가 비용을 좀 부담하더라도 에너지 전환을 통해서 미래에 누릴 편익을 잘 따져보자는 인식이 사회에 자리 잡는 공론화 과정도 필요할 것 같아요. 올여름은 많은 분들이 더웠다고 했고, 마른 장마와 같은 특이한 현상들도 많았잖아요. 최근 강릉 가뭄 사태에도 관심이 높고요. 기후변화에 대한 위기감을 체감하는 분들이 점점 더 많아졌다고 보여요. 앞으로 기후에너지환경부가 국민의 이런 민심을 경제 정책, 사회 정책으로 담아내 실행하는 역할을 맡아 에너지 전환을 해 나갔으면 하고 기대해 봅니다.
◆ 홍종호> 꼭 그렇게 됐으면 좋겠고요. 사실 저는 그렇게 생각해요. 전기 요금을 무조건 인상한다고 하면 국민에게 부담으로 다가갈 수도 있잖아요. 특히 경제적으로 어려우신 분들한테는요. 그런데 그렇게 볼 것이 아니고 우리나라에 600만 명의 자영업자분들이 계시지 않습니까? 물건을 비싸게 떼다가 싸게 팔면 돈이 남는 게 아니라 나가는 거니 그 자영업은 망하는 거예요. 우리나라 전력 시장이 꼭 그랬거든요. 원가가 비싼데 싸게 팔려고 하니 지금까지 얼마나 적자였겠어요.
원가는 당연히 가격에 반영되도록 해야 하고 그에 더해 이산화탄소 배출과 같은 각종 사회적 비용이 들어가는 것도 적절하게 반영해야 합니다. 그렇게 가격을 정상화해야 모든 경제 주체들의 생각이 바뀌고 행동이 바뀝니다. 제가 지금까지 많이 고민해 봤는데 이것 외에는 방법이 없어요. 이게 최고입니다.
사회적 약자분들의 문제는 정부가 에너지 복지 차원에서 해결하는 것이 정공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컨트롤타워가 생겼으니까, 정책이 그런 식으로 갈 것을 기대해 봅니다. 지금까지 첫 번째 이슈 살펴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