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들이 밀입국한 제주시 한경면 용수리 해안가. 연합뉴스고무보트를 타고 제주에 밀입국한 중국인들은 과거 불법체류 경험으로 이미 내부 사정을 꿰뚫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지리와 환경을 익힌 데다 상륙 직후엔 조력자들의 도움까지 받으며 치밀하게 움직였다.
17일 제주지방해양경찰청에 따르면 제주로 밀입국한 중국인은 30대 남성 A씨 등 6명이다. A씨는 경기도에서 불법체류했지만 나머지 5명은 2017년부터 2019년 사이 4~7년 제주에서 불법체류했다. 당시 이들은 선과장·과수원·양식장 등에서 일했으며 작년과 올해 초 추방됐다.
해경 수사 결과 이들은 제주 불법체류 경험으로 내부 상황을 잘 알고 있었다. 특히 감시망을 피하려 어선 대신 고무보트를 선택했고, 제주 본섬에 접근하면서는 GPS를 꺼둔 채 직접 위치를 찾아냈다. 실제로 도착할 때까지 어선 한 척도 마주치지 않았다.
상륙 이후에는 택시를 타고 흩어졌다. 2명은 서귀포로, 3명은 제주시 연동으로, 1명은 제주시 신촌으로 이동했다. 이어 과거 불법체류 시절 알게 된 이들에게 연락해 은신처와 이동 수단을 마련했다. 특히 A씨는 화물차 운전기사의 도움을 받아 제주항에서 목포로 이동했다.
충북 청주에서 검거되는 밀입국 사태 마지막 피의자. 제주해경청 제공한편 A씨는 지난 5월 중국 채팅앱을 통해 밀입국 광고글을 올려 5명을 모았다. 이후 A씨를 제외한 5명이 각각 400만 원씩 모은 2천여만 원으로 고무보트와 연료, 식량 등을 준비했다. 이들은 취업을 목적으로 밀입국했다.
이들은 지난 7일 중국시간 낮 12시19분쯤 제주도와 가장 가까운 중국 난퉁시에서 출발했고, 한국시간 오전 6시쯤 제주시 한경면 용수리 해녀탈의장 인근 해안에 도착했다.
이후 보트를 버리고 뿔뿔이 흩어졌으나 피의자 6명 모두 나흘 만에 붙잡혔다. 이들은 출입국관리법 위반 혐의로 구속된 상태다.
화물차를 동원해 A씨를 제주항에서 목포로 옮긴 내국인 1명과 청주에서 A씨에게 숙소를 제공한 중국인 1명은 출입국관리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다. 연동과 서귀포에서 은신처를 제공한 불법체류자 2명은 추방됐다.
이로써 이번 밀입국 사건으로 해경 수사를 받고 있는 피의자만 모두 8명이다.
해경 관계자는 "범행 준비 과정 등을 보면 상습적인 밀입국은 아닌 것으로 파악된다"고 밝혔다.
이어 "제주해경이 전국 바다 면적 26%를 담당한다. 제주도의 50배"라며 "광활한 바다를 완벽하게 경비하기 위해서는 많은 장비와 인력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해안경비단 레이더와 TOD(열영상감시장비)로 미확인 선박을 감지하면 해경이 이를 추적하고 검문검색을 통해 식별하는 절차를 훈련하고 있다"며 "유관기관과 공조체계를 강화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