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씨가 여성 승객에게 건네받은 편지와 만원 지폐 한 장. 보배드림 캡쳐 서울에서 시내버스를 운행하는 한 기사가 중년 승객에게 받은 손 편지를 공유하며 훈훈함을 자아냈다.
지난 16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승객분이 주신 귀한 선물'이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자신을 '160번 버스 강기사'라고 소개한 글쓴이는 "한 중년 여성 승객분이 귀한 선물을 주고 가셨다"며 꼬깃하게 접힌 만 원짜리 지폐와 꾹꾹 눌러쓴 손 편지 사진을 공유했다.
서울 도심을 가로지르는 160번 버스 안, 마포경찰서 정류장에서 버스에 탑승한 한 중년 여성 승객은 교통카드를 단말기에 찍는 순간 "잔액이 부족합니다"라는 기계음이 울리며 난처해졌다. 현금으로 결제하고자 지갑을 열었으나 지갑 속엔 만 원짜리 지폐 한 장 뿐이었다. '현금 없는 버스'라 버스기사 강 씨는 계좌이체 안내문을 드리지만 연배가 있는 승객들은 계좌이체가 불편하니 평소 하던 대로 잔액 확인을 제안했다.
승객이 잔액 확인을 수락하자 강 씨는 "700원이 남아있네요. 이번에는 어린이 요금(550원)으로 처리해드릴게요"라며 잠시 어색했던 공기를 부드럽게 풀었다. 승객은 미안해하며 연신 고개를 숙였고, 강 씨는 "이게 오히려 서로 깔끔하고 좋아요"라며 미소 지었다.
잠시 후, 버스가 종로5가를 지나던 중 당황했던 그 승객이 기사석 앞으로 다가왔다. "앞에서 내릴게요"라는 말과 함께 손에 꼭 쥔 하얀 종이 한 장을 건네고는 이내 자리를 떴다.
운행을 마치고 종점에 도착한 강 씨는 그 종이를 펼쳐 들고는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정성스럽게 적힌 편지 한통과 만 원 짜리 한 장이 들어있던 것이다.
편지에는 시민들의 도움으로 잃어버린 휴대폰을 빨리 되찾아 안도했던 사연과, 마포경찰서 민원실에서 기부를 하려 했으나 돼지 저금통이 없어 발걸음을 돌렸다는 이야기가 담겨있었다. 이어 "오늘 버스 안에서 기사님의 배려까지 받아 하루에 두 번이나 친절을 선물 받았으니 뭐라도 하고 싶다"는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승객은 "기사님 친구분과 시원한 음료라도 꼭 한잔하시고 감사하다"며 글을 마무리했다.
강 기사는 "제가 한 건 별것 아니었는데, 오히려 승객분이 더 큰 선물을 주셨다"며 "퇴근길에 무척 힘들어서 녹초가 될 뻔 했는데 귀한 선물 덕에 힘이 솟았다"고 전했다.
사연이 알려지자 네티즌들은 "아직은 세상이 참 살만하다", "저런 사람들 덕분에 오늘도 대한민국이 잘 돌아간다", "이런 훈훈한 사연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등 공감 어린 반응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