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가 발언을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가 더 독해졌다. 그동안은 직책상 야당에 으름장을 놓으면서도 때론 어르고 달래려 했으나 그럴 때마다 내부 반발이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특검법 합의 번복을 포함한 3차례 '강펀치'에 내상도 적잖았다. 앞으로 당분간 대야(代野) '강성 모드'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①검찰 특활비 둘러싸고 '내부 반발'
첫 번째 펀치는 '검찰 특수활동비' 예산을 둘러싼 당내 의원들의 반발이었다. 민주당은 지난 7월 추경(추가경정예산)안 처리를 위한 국회 본회의 직전 비공개 의원총회를 열었는데 여기서 원내지도부를 향한 원성이 쏟아졌다.
다수 의원들이 검찰 특활비 복원에 반대한다며 항의한 것. 당시 검찰 특활비 예산 40억원은 정부안에 없었지만 국회 심사 막판에 증액됐다. '대통령실 특활비를 부활시키려면 검찰 특활비도 증액하라'는 국민의힘 요구를 민주당이 수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원내지도부는 검찰 특활비에 '검찰개혁 입법 완료 후 집행한다'는 부대의견을 다는 조건으로 의원들을 설득해 겨우 통과시켰다. 그러나 "검찰 특활비 같은 예민한 문제를 지도부가 경솔하게 다루는 것 아니냐"는 볼멘소리가 의원들 사이에 나오면서, 김병기 원내대표도 내상을 입게 됐다.
②취임 직후 윤리특위 합의 뒤집은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왼쪽)와 김병기 원내대표. 윤창원 기자정청래 대표의 등장에 김병기 원내대표 입지가 좁아진 측면도 있어 보인다.
정 대표는 선출된 지 이틀 만에 김병기 원내대표가 야당과 합의한 국회 윤리특위 구성에 제동을 걸었다. '일단 가동부터' 하자는 게 양당 합의였지만, 국민의힘 몫으로 절반을 내줄 경우 '내란 가담자'를 처분할 때 불리할 수 있다는 우려가 번복의 배경이 됐다고 한다.
이후 윤리특위는 계속 공전 중이다. 김 원내대표도 21일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윤리특위 발족을 위한 복안이 있느냐'는 질문에 "윤리특위 구성은 합의가 원칙"이라며 즉답을 피했다.
③'더 센 특검법' 합의로 비난 화살 집중
김 원내대표의 최대 위기는 이달초 3대 특검법 합의가 번복되면서 불거졌다. 특검 수사 기간을 연장하지 않기로 국민의힘과 합의한 사실이 알려진 뒤 김 원내대표는 강성 지지층의 집중 타깃이 됐다.
특히 여러 의원들이 "내란 종식은 협치 대상이 아니다"라는 메시지를 공개적으로 발신한 뒤 정 대표까지 나서서 "재협상을 지시했다"고 밝히면서 비난의 화살은 김 원내대표를 향했다.
당시 격분한 김 원내대표가 취재진 앞에서 "정청래에게 공개 사과하라고 하라", "대표한테 물어보라"라고 말하면서 지지층과 유튜버들의 비판 수위는 정점에 달했었다.
사실 김 원내대표 측에서는 특검법에 국민의힘 의견을 일부 수용하는 대신 정부조직 개편 법안 통과에 대한 협조를 구하려 했다.
국회 정무위나 기재위의 경우 국민의힘 소속 위원장이 버티고 있기 때문에, 협조가 되지 않으면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을 지정해야 그나마 180일 뒤 법안 처리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같은 날 이재명 대통령이 직접 "협치라는 게 무조건 적당하게 인정하고, 봉합하고 이런 것과는 다르다고 생각한다"며 정부조직법 처리와 내란 진상규명을 맞바꿀 수 없다고 밝히면서 김 원내대표 입장은 더 난처해졌다.
다만 이후 정 대표가 "우리 안의 작은 차이가 상대방과의 차이보다 크겠나"고 밝히고, 당정대 고위급 만찬에서 두 사람이 환히 웃으며 악수하는 모습을 연출한 뒤로 내홍은 봉합 수순을 맞았다.
독해진 김병기…"필리버스터도 받아내겠다, 타협 없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21일 대구 동구 동대구역 광장에서 열린 야당탄압·독재정치 국민 규탄대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여야 대치가 가팔라지면서 김 원내대표도 더 독해지는 모양새다.
그는 21일 간담회에서 국민의힘을 겨냥해 "내란과 관련된 세력에게 관용은 없다"고 직격했다. 협치를 꾀하는 데 있어서도 '내란 청산'에 관한 이슈만큼은 무분별하게 하지 않겠다고 선을 그은 셈이다.
오는 25일로 예정된 정부조직법 개정안 처리에도 강공 드라이브다. 정부조직법 통과를 내세우기보다, 국민의힘이 필리버스터를 하더라도 "받아내겠다"며 맞불을 놓고 있다.
정국 분위기는 더 냉랭해지고 있다. 앞서 여야는 지난 19일 민생경제협의체 첫 회의를 열기로 했지만, 이 또한 민주당의 행정안전위원회 법안심사1소위 정부조직법 개정안 처리에 국민의힘이 반발하면서 무산되는 모습이다. 양당 관계자들은 책임을 상대에게 떠넘기고 있다.
더욱이 국민의힘도 대구에서 장외투쟁에 나서면서 민주당을 향해 "반헌법적인 정치테러 집단"(장동혁 대표)이라고 날을 세우는 등 '극한 대립'이 이미 예고된 상태여서, 김 원내대표의 '강성' 스탠스도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